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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왜 소득없이 끝났나…상호 불신 커

등록 2018.08.24 12: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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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국 부상 막기 위해 관세 부과 악용…양보해도 갈등 피할 수 없다"

美 "보조금 지급 폐지하고 기술이전 강요 중단해 지재권 보호해야"

【 베이징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의 중-미 무역전쟁을 보도하는 중국 TV의 뉴스가 23일(현지시간) 베이징의 한 개인 컴퓨터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이번 무역 협상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중국 국영 TV는 유튜브에 올라있는 트럼프의 희화적인 동영상을 편집해 사용했다.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중-미 무역전쟁을 보도하는 중국 TV의 뉴스가 23일(현지시간) 베이징의 한 개인 컴퓨터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이번 무역 협상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중국 국영 TV는 유튜브에 올라있는 트럼프의 희화적인 동영상을 편집해 사용했다. 2018.8.24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미국과 중국이 22∼23일 이틀 간 워싱턴에서 연 무역협상이 아무 소득도 없이 끝났다.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국제문제 담당 차관과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겸 국제무역 담판 부대표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 이번 협상은 보다 높은 고위 관리들 간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이었지만 차기 협상 일정을 마련조차 하지 못한 채 끝났다는 점에서 양국 간 불신과 냉담함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미국은 23일 0시(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23일 오후 1시)를 기해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2차 제재를 발동시켰고 중국 역시 같은 액수의 미국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달 34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1차 관세 부과에 이은 이날의 2차 관세 부과로 관세 부과 대상은 모두 500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여기에 미국은 추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도 곧 관세 부과에 나설 방침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관세 부과가 확대되면 양국 간 무역전쟁은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또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안 도입을 논의했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입장은 계속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담 날짜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협상이 종료된 것은 빠른 시간 내에 타협이 이뤄져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사실상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또 앞으로 미·중 관계가 해결책을 찾기 전까지는 계속 더 악화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중국의 부상(浮上)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럴 경우 국제사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놓고 양국이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에 양보하더라도 미·중 간 다툼 격화를 막는데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고 중국 관리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에서 자신이 중국의 부상을 늦추는데 성공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트럼프는 "내가 취임했을 때 미국은 중국이 곧 미국을 제치고 더 위대한 나라가 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이제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금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중국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해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강경파로 분열돼 있는데 현재 백악관의 기류는 강경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 재무부에서 중국 문제 담당 고위 조정관으로 일하다 최근 물러난 크리스토퍼 애덤스는 "중국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양보를 하지 않는 한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 양보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관측통들은 말한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크게 늘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중국은 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둘째는 중국 시장의 개방인데 중국은 이를 위해서는 몇년에 걸친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중국의 무역정책 변경이다. 첨단기술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고 중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를 중단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라는 것인데 중국은 국가안보 및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규모를 늘림으로써 중국에 대한 압력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세 부과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중국은 아직까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똑같은 규모로 보복하며 맞대응하고 있어 양국 간 무역전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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