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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부침의 14년....입주기업들 다시 '기대감'

등록 2018.09.18 11: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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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부침의 14년....입주기업들 다시 '기대감'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 보고 싶다"

 18일 평양을 향한 여정을 앞두고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은 2016년 2월 박근혜 전 정부의 일방적 지시로 공단이 폐쇄된 이후 6번의 방북 신청을 한 끝에 방북에 성공했다.

 개성공단은 올해로 14년째를 맞는다. 공단의 태동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비롯됐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대표적인 남북간 경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여겨졌지만, 그만큼 부침(浮沈)도 잦았다. 남북 관계가 경색과 완화를 반복할 때마다 공단은 외풍에 시달렸다.

 2004년 15개 기업들이 둥지를 튼 이후로 통행금지만 세 차례 겪었다. 2009년 실시된 한미연합 군사훈련 '키리졸브'가 그 이유였고, 2013년 5월에는 폐쇄에 이르렀다. 역시나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치솟는 임금, 대기업 위주의 산업생태계에 짓눌린 중소기업들에게 '개성'은 기회의 땅이었다. 겨레와 함께 잘살 수 있다는 보람에 따라온 부산물들은 국내 중소기업에게 최적의 환경이었다. 공단은 북측에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남측에는 저렴한 인건비와 풍요로운 경영을 제공했다. 2004년~2006년 추정되는 북한 근로자의 1인당 임금은 6만3000원, 2015년 2배 이상 올랐지만 15만원 수준이다. 중국이나 중동·러시아 등의 근로자 임금의 3분의 1에서 6분의 1에 불과하다. "북측 근로자들과 초코파이를 나누던 때가 그립다"라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멘트 속에는 이 같은 맥락도 포함되어 있다.

 한 차례 폐쇄를 겪은 후에도 기업인들이 다시금 공단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재가동에 앞서 기업들은 '정상화합의서'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약속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고작 3년 남짓한 시간이 2016년 2월 124개 입주 기업들은 다시 추방됐다. 북의 반복되는 미사일 무력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결정이었다.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불된 임금이 핵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오명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그나마 2013년 공단이 중단됐을 때는 근로자들 밀린 임금정산 처리 등 시간을 줬고, 우리도 어느정도 관계가 위태롭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라며 "하지만 두 번째 폐쇄는 잠정중단이 아닌 전면폐쇄였다. 그것도 우리 정부의 지시로. 다시는 남북관계로 인해 공단이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만 물거품이었다"라고 말했다.

고【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협회 관계자들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영접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나오는 TV중계를 시청하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 있다. 2018.09.18. amin2@newsis.com

고【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협회 관계자들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영접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나오는 TV중계를 시청하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 있다. 2018.09.18. [email protected]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관계자는 "짐도 챙길 겨를 없이 쫒기듯 떠나왔다. 아무것도 챙길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몸만 달랑 떠나온 것"이라고 회고했다.

 공단이 지불한 임금이 북측의 핵개발에 유입됐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말 "개성공단 폐쇄는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임금 전용에 대한 구체적 정보나 근거, 관계기관의 협의보다 청와대의 의견이 우선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간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모진 시간을 견뎌왔다. 전 정부와 현 정부 통틀어 기업인들은 총 6번의 방북을 신청했다. 하지만 모두 무산됐다. 3번은 불허, 3번은 유보가 그 이유였다. 지난 4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며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잇따른 북미간 신경전을 거듭하며 불확실성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맞는 기업인들은 다시 한번 희망을 갖고 있다. 이들 역시 경협보다 비핵화에 대한 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또한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 다수 재계 인사들이 동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측의 경제개발이 절실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업인들은 이번 회담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성공단협회 관계자는 "남북간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지만 세 번째 만남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소정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또 이제는 성과가 나올 때다"라며 "모든 문제가 비핵화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측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서 방북수행단에 합류했다. 4대 기업 총수를 비롯해 경제단체장으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과 함께 방북행 버스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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