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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CIO 선임 발표 감감무소식...내정설만 난무

등록 2018.10.05 1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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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진형 전 사장 선임 가능성 부각...노조 "적합하지 않아"

1년여 공백사태에...수익률 악화·인력 이탈·국제조롱 거리 전락

국민연금 CIO 선임 발표 감감무소식...내정설만 난무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정부가 1년여간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 최종 면접을 실시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선임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 등을 중심으로 내정설만 난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졌던 주 전 사장이 다시 급부상하자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CIO는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가 인사 책임 등을 이유로 사표를 낸 후 현재 1년이 넘게 비어있다. 올해 5월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 논란'으로 잡음만 일으켰으며 결국 6월 27일 재공모 절차에 돌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월 19일 마감한 CIO 재공모에는 30명이 지원했고 면접 대상자는 13명으로 추려졌다. 이어 8월 21일 진행된 면접에서 통과자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부문 상무,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등 5명이다.

당시 복지부는 면접 통과자 5명을 공식화하며 "최종 검증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 발표할 방침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와대 인사 검증 때문이라고 하지만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의 수장 자리가 1년여간 비어있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기금운용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민연금 수익률은 악화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은 연 환산 기준으로 1.86%로 지난해 연간 수익률(7.26%)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기금운용본부 내 인력 유출이 심화되며 조직 와해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 유력 언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2일자 신문 1면에 한국의 국민연금 CIO가 1년 넘게 공석인 사연을 소개하며 "한국의 국면연금 CIO는 낮은 임금과 정치적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기숙사를 써야 한다. 돼지 분뇨 냄새에 대한 관용은 필수다"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인사의 CIO 내정설이 조직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주 전 사장 내정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주 전 사장은 2013~2016년 한화투자증권 사장 재임 시절에매도 리포트 확대, 고위험 주식 선정 발표 등의 파격 행보로 '증권업계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특히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내 기관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 관심을 끌었다. 

또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1차 청문회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한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개혁 성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주 전 사장의 경력은 기금운용보다는 전략기획·마케팅·리테일 분야에 치우쳐 있다. 또 주 전 사장이 CIO로 부적합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나오는 등 조직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 상태이다. 주 전 사장 시절 한화증권 직원이었다고 소개한 청원인은 "임직원들과의 대화는 자신의 지식만을 뽐내며 모멸감을 주기 일쑤였다"라고 폭로했다. 

주 전 사장 유력설에 대해 노조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경진 국민연금 노조위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특별한 한 사람이 와서 잘나가는 특정 주식 몇 개를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 자리인데 주 전 사장은 자기 개성이 강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평판 조회를 거친 결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할 수 있을 만한 자격 자체가 안 된다"고 평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윤리경영 측면에서 볼 때 주 전 사장이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절 보인 행태는 전형적인 노동 착취로 윤리경영 원칙을 위반했다"며 "이런 점에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인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할 CIO가 될 자격은 없다"라고 발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 전 사장 내정설에 대해 "현재 국민연금 CIO 선임절차가 진행 중이며 특정 후보자가 결정된 사실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CIO 후보자에 대한 분위기를 떠보기 위해 내정설을 흘리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정부가 6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자산 관리 총책을 맡은 수장 선임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이 맡긴 600조원이 넘는 노후자금을 국내·외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조직이다. 기금운용본부를 이끄는 CIO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자본시장 대통령'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임기는 2년이며 성과에 따라 추가로 1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청와대의 최종 인사 검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민연금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의 승인 절차를 거쳐 CIO를 임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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