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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경영이야기⑤]정부는 감시자, 경쟁력 유무까지 판정한다면 잘못

등록 2018.10.13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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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스타 레지던스'. 삼성물산이 짓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스타 레지던스'. 삼성물산이 짓고 있다.

【서울=뉴시스】 현명관의 '경영 이야기' ⑤

어떻게 하면 경쟁력이 생길까.

꿈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꿈을 꿔야 합니다. 시간은 역사를 만들고, 인간은 기적을 만든다고 합니다. 꿈이 있어 인간은 기적을 만드는 것입니다. 경영이란 꿈의 구체적 실현 과정입니다. 이는 경영 상식입니다.

꿈을 명료화, 객관화시켜 조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우리는 비전(vision)을 만듭니다. 비전 실현을 위하여 무엇을 할까 하는 미션(mission)을 만들고, 이 미션을 실현하기 위하여 중장기 계획과 이에 따른 세부 액션플랜을 만들며, 프로세스마다 시장조사, 경쟁상황 조사, 강약점 분석을 하여 전략을 만듭니다.
 
따라서 꿈은 경영의 출발점입니다. 꿈이 있어 행복하고, 꿈이 있어 의욕과 보람을 맛볼 수 있고, 성취욕을 느낄 수 있어 열심히 24시간 몰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꿈은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한일회담이 청구권자금 규모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때 이병철 회장 주선으로 당시 주일대사, 일본 외무성 심의관, 한국은행 도쿄지점장 등 네 사람이 골프를 끝내고 저녁이 예약된 '후구겐'이라는 도쿄의 복요리 전문점으로 가는데 교통체증으로 1시간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식당주인(가와시마 겐조·1967년 사망)이 "왜 이제 오느냐? 1시간이나 늦게 오면 어떻게 하느냐? 시간 맞추어 요리해 놨는데 복요리 맛을 망쳐 놨다"면서 버럭 화를 내는게 아니겠습니까.

난생 처음 식당 주인으로부터 야단을 맞고 어안이 벙벙해서 예약된 방으로 들어서는데 식당주인이 따라 들어오며 "저는 규슈 출신입니다. 제가 이 식당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고의 맛을 서비스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일본 제일의 복요리사가 되는게 꿈입니다. 복사시미는 요리 후 1시간 지나면 그 원래 맛을 잃어버립니다. 아까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였습니다.

이 꿈이 그 식당주인을 일본 제1, 세계 제1의 복요리사로 만들었고 일본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게 만들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감동했습니다. 조리사, 식당주인으로서의 자기직업에 대한 프라이드와 장인정신과 프로정신에 감명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로부터 30년 후 이병철 회장은 신라호텔 사장에게 호텔 일식주방장을 그 복요리점에 연수보내라고 지시합니다.

1950년 6월25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30여년 만에 13위권의 경제 중견국가가 되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였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 쓰레기통에서도 장미가 필 수 있음을 증명한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며 세상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바로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잘살아보세', 이 염원과 꿈과 자신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이 꿈이 있어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게 바로 경쟁력입니다.

자기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너 자신을 알라'고 설파했고,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습니다. 냉철한 자기 모습, 자기 위치, 경쟁 상황 등의 인식은 경영의 기본이며 개혁과 혁신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흔히 일상에 쫒기고 치열한 경쟁에 몰입하다보면 내가 현재 무엇을 하고있으며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내가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경쟁상대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나와의 갭은 어떤지 등 자기의 모습, 위치 등 현상황 분석을 등한시하여 자기자신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돈키호테'가 될 때가 많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 1976년 삼성그룹 종합전산실 가동식

고 이병철 회장, 1976년 삼성그룹 종합전산실 가동식

자기자신을 철저히 분석하여 자기의 강약점과 세계일류와의 갭이 어느 정도이며 이를 따라잡으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인지, 일류제품과의 갭이 발생하는근본원인은 무엇인지(품질, 가격, 브랜드 인지도, 기술 중 어떤 것인지 등), 지금 가고 있는 좌표가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고 있는지, 경쟁 상대방의 경영전략과 새로운기술, 무기는 어떤지 등을 모르고는 계획,전략, 투자결정 등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기자신, 자기모습, 자기위치를 확인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시장경제에서의 경쟁은 '전쟁'입니다. 전쟁상황을 파악하려면 전쟁터에 가야합니다. 전쟁터는 시장입니다. 내 회사 제품, 서비스가 잘 팔리는지, 디자인과 품질은 경쟁 상대방과 비교하여 어떤지, 가격 경쟁력은 있는지, AS는 신속하고 친절히 잘 되고 있는지, 그래서 전투에서 경쟁 상대방에게 이기고 있는지를 체크,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 장소가 바로 시장입니다. '경영은 쇼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92년 삼성시계 사장 때인데, 비서실에서 "삼성전자, 삼성항공, 중앙일보의 사장, 삼성코닝 부사장 등과 함께 지금 미국 LA로 오라는 회장 지시입니다"라는 전화가 와서 급히 미국으로 갔더니 LA의 백화점, 쇼핑센터, 마트 등에 가서 쇼핑을 하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리둥절했습니다. 급한 회사일들을 뒤로하고 부랴부랴 15시간 비행기 타고 왔는데 쇼핑하고 오라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쇼핑 후 그날 저녁을 같이하면서 쇼핑갔다온 내용에 대해 회장이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 TV,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은 어디에 진열되어 있었는지, 고객이 쉽게 바로 볼 수 있는 진열대 중앙인가, 아니면 한 구석 모퉁이더냐? 경쟁상대인 일본 ,미국 회사 등과 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났느냐? 제일 비싼 것은 어느 회사 것이고 삼성전자 것은 얼마더냐?디자인은 어느 회사가 제일 잘됐다고 생각하느냐? 우리 것은 어떤 수준이라고 생각했느냐? 점원은 제일 먼저 어느 회사제품을 사라고 추천했느냐?···.

요컨대 국내에서는 일류제품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을지 모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리 제품, 우리 실력의 현주소를 직시하라는 것, 세계시장에서는 3류 취급 당하고 있다는 자기자신을 똑바로 알라는 것,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직시하고 분발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호텔 소연회장에서 경쟁사 제품과 삼성전자 제품을 전부 분해해서 비교평가하는 회의를 하였습니다. 화면밝기, 시청가능 각도, 디자인 등은 기본입니다. TV부품 연결 회로선이 경쟁사 제품은 연결상태가 잘 정돈되고 또 간결한데 삼성 것은 얼기설기 왜 이렇게 복잡하고 연결선이 많은지, 심지어 TV 리모트 컨트롤러의 버튼 배열이 삼성과 경쟁사가 서로 다른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것이 고객 입장에서 더 편리한지, 고객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버튼은 온/오프버튼인데 어느 쪽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 정말 세세한 것까지 비교 평가하였습니다. 우리 자신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자신을 아는 방법의 또 다른 하나는 벤치마킹입니다. 경쟁상대방을 철저히 분석 ,평가함으로써 자기자신의 강약점을 명료히 하여 앞으로의 전략방향을 정하자는 것입니다.

이병철 회장댁으로부터 중국만두를 보내라는 전갈이 있어 중국식당에서 정성껏 만들어 회장댁으로 보냈는데 맛이 없어서 만두 하나를 맛보고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으며 "다른 호텔 만두는 어떤지, 만두 가격과 원가는 어떤지 등을 보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다른 호텔에 가서 만두를 시켜 먹고 샘플을 가져와 분해하면서 재료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호텔 만두와 다른 호텔 것의 원가, 맛, 재료 구성비율, 가격 등을 비교했습니다. 사실 콩나물, 녹두나물 같은 경우는 분량에 따라 쉽게 가격이 나오지만 만두 하나에 들어간 재료나 원가 등은 계산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돼지고기 한 근을 사서 만든다고 하여도 한 근 중 극히 일부가 만두 한 개를 만드는데 쓰여지는데 그것을 어떻게 수치로 계산해 낼 수 있겠습니까. 밀가루로 1㎏이면 빵이 얼마나 만들어지는지 계산이 나오지만, 반대로 빵 하나에 어느 정도의 밀가루가 포함되는지 계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여튼 밤을 새워 만두의 원가, 품질, 맛에 대한 비교표를 만들어 이튿날 회장께 보고했습니다.

아무래도 경영의 기본과 사소한 것(만두 하나)이라도 반드시 나의 경쟁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습니다.

시장에서의 경쟁력 판단 주체는 고객입니다. 시장에서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어 우수한지는 고객이 결정합니다. 시장의 지배자는 고객입니다. 고객이라는 심판관이 어느 제품, 서비스가 우수한지를 심사해서 그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바로 시장입니다. 우리 회사 제품이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 이미 죽은 상태인지를 알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시장이고 이런 결정권자는 고객이라는 것입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정부는 아닙니다. 정부는 단지 시장 작동의 룰을 정하고 그 룰대로 공정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감시자 역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경쟁력의 유무까지 판단, 결정코자 한다면 그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면 시장원리가 왜곡되고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부동산 대책같은 것이 좋은 예라 할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 시장에서 고객이 어느 지역의 어떤 아파트 값을 얼마로 함이 합리적인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다만 수요와 공급의 환경조성, 즉 촉진 또는 억제로의 유인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부동산 가격 상한제(또는 임대료 상한제) 등에까지 손을 대는 것은 실패를 부르고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입니다.
필자

필자

자기의 현 위치, 자기의 강약점 등 자기자신을 체크,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벤치마킹이 있습니다.호텔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년에 최소 2번 정도는 세계 일류호텔에 투숙해 종전에 왔을 때와 비교하여 시설, 디자인, 가구, 비품 등 하드웨어 면에서 새롭게 달라진 것은 없는지, 음식메뉴, 서비스 태도와 맛 등 소프트한 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체크하고 시설, 서비스 수준, 음식 맛 등에 대하여 자기 호텔과 상호 비교평가해야 합니다. 객실에서 룸서비스를 시켜서 주문한 지 몇 분만에 오는지, 음식은 따뜻한 상태로 오는지, 기물은 고급스럽고 깨끗한지, 맛은 어떤지를 체크하고 자기 호텔과 비교표를 만듭니다. 모닝콜도 일부러 부탁합니다. 정확한 시간에 모닝콜이 오는지, 목소리와 태도는 친절한지 등을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일류라는 평판을 유지, 발전시키려면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해야 합니다. 제조업에서는 물론이고 호텔, 백화점 등 서비스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내 중국식당 중에서는 제1이라는 명성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매년 한 두 번씩 우리 주방장이 중국요리의 본산이라 할 중국본토와 세계일류 중국요리사들이 많이 모여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로 정기적으로 출장가서 직접 시식하면서 중국요리의 새로운 경향, 새롭게 개발한 메뉴, 새롭게 사용하고 있는 식자재 동향 등을 파악하여 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불도장'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내놓게 됩니다. 이 요리의 유래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중국 청조 때 복건성의 사찰 부근에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좋다는 식재료를 다 가져오게 한 후 큰솥에 넣어 끓이고 있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지나가는 스님이 담장을 넘어와 먹어 결국 파계승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부처 '불', 뛰어넘을 '도', 담장 '담'의 불도장이 된 것입니다.

이 요리의 출시에 발맞춰 일간지에 광고를 하면서 위에서 얘기한 이 요리의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습니다. 불교계와 불교관련 학교에서 강력한 항의와 동시에 학생 등이 호텔에 몰려와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호텔 책임자가 직접 방문하여 사과함과 동시에 사과광고문을 게재하여 가까스로 봉합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끔 호텔에서 불도장을 시켜 먹을 때마다 혼자 쓴웃음을 짓곤 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삼성물산이 분당에 새롭게 백화점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삼성그룹으로서는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일뿐 아니라 이미 부근에 '청구 백화점'이 오픈하여 영업 중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사업일뿐 아니라 삼성의 명예를 걸고 하는 사업인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더구나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삼성물산 CEO로 내려와서 하는 사업인만큼 회장님의 기대에 어긋나면 안 되겠다는 또 다른 심리적 압박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간부들과 같이 벤치마킹을 철저히 하여 새롭고 참신한 형태의 백화점을 만들자고 결의를 다짐하고 우선 국내주요 백화점 조사를 한 후 토요일마다 각 분야와 품목담당 간부들 20여명이 일본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지의 주요 백화점들을 조사하고 일요일에 귀국하는 강행군을 계속했습니다. 토요일에 퇴근하여 오후 2시 항공기로 가서 저녁 늦게까지 견학 겸 벤치마킹을 한 다음 밤 늦게까지 그날 본 소감과 우리 백화점에 도입할만한 내용과 도입할 경우 방향 등에 대하여 토론, 그 자리에서 결론내고 나면 새벽이 되곤 했습니다. 이런 강행군을 규모와 참가 파트는 다르나 오픈 때까지 계속했습니다.

고생, 고민한만큼 결과는 오는 것 같습니다. 비교적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꿈을 꾸려면 상상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합니다. 알렉 로스(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혁신담당 수석자문관)은 '미래산업 보고서'에서 '20여년 전, 여러분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어떤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까? 아마 인터넷과 디지털화가 세상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것이고 앞으로 20년 동안 경제와 사회를 바꿀 산업은 로봇공학, 첨단 생명과학, 돈의 암호화,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기계가 동력으로 작동하는 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꿈을 꾸는 시대입니다. 멋진, 그리고 큰 꿈을 꿉시다!

전 삼성물산 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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