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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근옹, 국보급 유물 304점 기증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

등록 2018.11.21 17:05:14수정 2018.11.21 17: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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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근 기증자 부부

손창근 기증자 부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21일 손창근(89)옹으로부터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걸작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를 포함한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을 기증받았다.  

손창근옹은 이날 기증 기념식에서 "한 점 한 점 정도 있고, 한 점 한 점 애착이 가는 물건들이다.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 고민고민 생각하다가 박물관에 맡기기로 하였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국보급 유물들을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앞으로 내 물건에 대해서 손아무개 기증이라고 붙여주세요.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손창근 기증자(왼쪽)와 배기동 관장

손창근 기증자(왼쪽)와 배기동 관장

 
왼쪽부터 이원복 전 미술부장, 김연순 여사, 손창근 기증자, 배기동 관장, 유병하 학예연구실장

왼쪽부터 이원복 전 미술부장, 김연순 여사, 손창근 기증자, 배기동 관장, 유병하 학예연구실장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은 개성 출신 실업가 석포(石圃) 손세기(1903~1983)와 장남 손창근이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다. 이 컬렉션은 15세기 최초의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1447)과 17세기 명필 오준과 조문수의 서예 작품 및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대표적인 한국 서화가인 정선, 심사정, 김득신, 김정희, 전기, 김수철, 허련, 장승업, 남계우, 안중식, 조석진, 이한복 등의 작품, 그리고 오재순, 장승업, 흥선대원군 등의 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이선란도

불이선란도

이 컬렉션은 일찍이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회화' 특별전을 비롯한 다수의 전시와 서적에 소개되었으며 한국미술사 연구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손창근옹은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국립중앙박물관에 컬렉션을 기탁하여 전시와 연구에 활용되도록 하였는데, 올해 11월 아흔 살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조건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잔서완석루

잔서완석루

이 컬렉션에는 값을 따질 수 없는 지정문화재급 명품이 많다. 대표작으로 겸재(謙齋) 정선(1676~1754)이 서울 장의동(장동) 안 북원에서 마을 원로들의 장수를 기원한 축하 잔치 장면을 그린 '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가 수록된 '북원수회첩'(北園壽會帖·1716년 이후), 김정희의 40대 작품으로 추사체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청나라 문인과의 교유 관계를 보여주는 '함추각 행서 대련'(涵秋閣行書對聯·1831년 이전) 그리고 김정희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불이선란도'와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를 들 수 있다. '잔서완석루'는 예서 글씨 편액인데, 조선시대 문인들이 지향한 학문과 예술 그리고 기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명품이다. '불이선란도'는 난초 그림으로 김정희가 지향한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주는 걸작 중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함추각행서대련, 좌측

함추각행서대련, 좌측

손세기·손창근 부자는 평생 근검절약하며 부를 형성하고 문화재를 수집하였고 이를 아낌없이 국가와 사회에 기증하는 귀감을 보여 왔다. 고 손세기는 일찍이 고향 개성에서부터 인삼 무역 및 재배에 종사한 촉망을 받은 실업가였고, 특히 우리 겨레의 토착 자본의 성장에 기여한 개성삼업조합에서도 중심 역할을 수행하였다. 손창근옹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 후 공군을 예편하고, 1960년대 외국인 상사에서 다년간 근무한 이후 사업에 매진하였다. 손세기는 생전인 1974년 서강대학교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함추각행서대련, 우측

함추각행서대련, 우측

선친의 나눔 정신을 계승한 손창근옹은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하였다. 2012년에는 50여년간 매년 자비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경기도 용인의 1000억원대 산림 약 200만평(서울 남산의 2배 면적)을 국가에 기부하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이미 산림녹화 공적으로 1966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전대미문의 기부로 2012년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현재 이 산림은 선친의 아호를 딴 '석포숲 공원'으로 꾸며져 많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2017년에도 88세 미수연을 기념하여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하였다.
북원수회도

북원수회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세기·손창근 부자의 숭고한 기증 정신을 길이 기리고자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에 '손세기·손창근 기념실'을 마련하였다. 이 기념실의 첫 번째 전시는 김정희 서화에 초점을 맞춘 '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11월22일~2019년 3월24일)으로 김정희의 '불이선란도', '잔서완석루' 등과 김정희 제자 허련이 그린 '김정희 초상', 그리고 19세기를 대표하는 남계우의 '호접묘도(胡蝶猫圖)', 장승업의 회화가 전시된다. 두 번째 기증 명품 서화전은 내년 3월에 열리며, 여기에는 정선의 '북원수회첩', '비로봉도'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용비어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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