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주시 혁신·소통·청렴 시정 '흔들'…李 시장 "궤도 이탈" 고백

등록 2018.12.16 13:32:3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공공기관 혁신" 외치면서 기관장엔 '자질 논란' 낙하산 인사

현대차 협상 '勞 패싱-투자자간 불신'…의회 "소통 부재, 경시"

민간공원 비위, 감사실 직원 차량번호판 위조, 출장비 유용도

광주시청. (사진=뉴시스DB)

광주시청. (사진=뉴시스DB)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광주시의 3대 시정 방침인 혁신과 소통, 청렴이 민선 7기 출범 6개월 만에 흔들리고 있다.

 '이용섭호(號)가 항해 초반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시장 스스로도 "궤도 이탈"을 시인하고 대대적인 조직 정비 의지를 다졌다.

 광주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인수위격인 혁신위원회 논의를 거쳐 3대 시정 방침을 혁신과 소통, 청렴으로, 시정 비전은 '광주, 대한민국 미래로!'로, 시정목표는 '정의롭게 풍요로운 광주'로 확정하고 행정 전반에 걸쳐 강력한 리빌딩에 나섰다.

 그 결과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생활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라는 호평 속에 숙의민주주의형 공론화를 성공리에 마쳤고, 군(軍)공항 이전, 광주역·송정역개발, 어등산관광단지 조성 등 해묵은 현안들도 속속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거나 모색 중이다. 취임 후 시장 직속으로 광주혁신추진위원회를 두고, 혁신정책관실도 신설하는 등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크고 작은 비위와 자중지란, 비(非) 혁신적 행정이 이뤄지면서 3대 시정 방침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비공원시설을 최소화하고 시민참여율을 높여 전국적 모범사례라고 자평해온 민간공원 특례2단계 사업의 경우 평가결과가 외부에 유출되는가 하면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해 탈락업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치열한 법적공방까지 예고되고 있다. 수사 의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용섭 시장이 16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일벌백계"를, 정종제 행정부시장이 "제 살을 도려내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밝혔지만, '부실 행정'이라는 오명은 면키 어렵게 됐고, 일몰제 시한인 2020년 7월 이전에 사업이 마무리될지도 의문이다.

 "광주에는 시간이 없다"며 공공기관장 혁신을 외치면서도 정작 일부 산하 공공기관장에는 자질 논란에 휩싸인 캠프 인사를 내정해 의회의 집단반발을 자초했고 결국 후보자 스스로 불명예 자진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은 민선7기 출범 이후 끊이질 않았고, 이 중 일부는 부적격 시비를 낳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시민궐기대회 역시 혁신과는 거리가 먼 '관제데모'라며 진보정당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소통 부재는 고스란히 '행정 누수',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로 기대를 모은 현대자동차 완성차공장 투자사업의 경우 민선 7기 초반 '노동계 패싱'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데 이어 막판에는 현대차와의 투자자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7000억원대 합작법인 설립 자체가 무산 위기에 놓여 있다. 투자협상 과정에서 광주시는 8월말 매듭, 10월말 골든타임, 11월15일 데드라인, 12월초 예산 국회 전 합의 등 협상 마지노선을 수차례 옮기고도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해 "성과주의 조급 행정이 낳은 '양치기 행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인사청문 대상기관을 기존 8곳에서 4곳으로 하는 '반토막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시킨 점과 전체 의원 설명회 때와 다른 안건을 제출했다가 상정 자체가 보류된 '오락가락 조직개편안'도 소통 부재의 단적이 예로 꼽힌다.

 조직개편 방향을 두고는 내부 이견으로 행정부시장이 "항명" "명예퇴직"을 운운하는 내홍도 겪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상생을 논의한지 석달 여 만에 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과 복합혁신센터, 나주 999번 시내버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등을 둘러싼 갈등이 노골화된 것도 결국에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소통 부재에서 빚어진 일이라는게 중론이다.

 청렴 역시 일탈에 발목이 잡혔다.

 공직자 청렴을 감시·감독해야 할 감사위원회 직원이 10개월 간 공군부대 차량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차량 번호판을 위조해 무등산국립공원을 30여차례 출입했다가 입건되고, 일부 공무원들은 출장비를 유용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청렴을 무엇보다 강조해온 이 시장이 체면을 구겼다.

 1주일이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잡음에 이 시장 스스로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마음이 무겁다. 무사 안일과 복지부동, 구태와 결별하지 못한 소수로 인해 대다수 성실한 공무원들의 노력과 성과가 평가절하되고 광주시가 불신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썩은 살은 도려내야 새 살이 돋아난다"며 "궤도를 이탈한 광주시정을 바로 잡는 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광주시 안팎에서는 "시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도 '네 탓 공방'으로 행정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모든게 내 탓'이라는 마음으로 소통과 혁신에 나서고 청렴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기강을 바로 잡을 때"라는 지적이다.
이용섭 광주시장. (사진=뉴시스DB)

이용섭 광주시장.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