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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개트윅 '드론' 용의자들 무혐의…언론사 최소 1억원 배상해야

등록 2018.12.26 10: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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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당시, 얼굴·나이·거주지 등 개인정보 공개돼

풀려난 용의자들 "일련의 보도로 개인생활 침해"

英개트윅 '드론' 용의자들 무혐의…언론사 최소 1억원 배상해야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영국 개트윅 공항을 마비시킨 '불법 드론 비행' 혐의로 21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됐던 부부가 무혐의로 풀려났다. 문제는 용의자들의 나이, 거주지 등 구체적인 신분을 보도한 매체들. 영국 가디언은 일부 언론사들이 이들에 최소 7만5000파운드(약 1억600만원) 상당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25일 내다봤다.

영국 유력 로펌 하워드 케네디의 마크 스티븐스 미디어법 담당자는 "이들 부부가 원한다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체포 당시 경찰 당국이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았던 것과 관련 "언론사가 아니었다면 대중들은 용의자 부부가 누군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스티븐스는 "배상액은 최소 7만5000파운드에서 최대 12만5000파운드로 예상된다"며 "모든 언론사를 다 합칠 경우 더 큰 금액이 될 수 있다. 각각의 언론사가 야기한 피해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승소하지 못하면 변호사가 비용을 받지 않는 '노 윈 노 피(no-win-no-fee)' 방식으로도 변호사들이 이들 부부를 변호할 것이라며 높은 승소 가능성을 점쳤다.

만약 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이는 올해 7월 영국 원로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승소 이후 수정된 '개인 정보 보호법'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85년 15세 소년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리처드는 2014년 8월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BBC는 헬기까지 띄워 수사상황을 생중계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이후 리처드는 사생활 침해, 피의사실 공표 등으로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며 B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올해 7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영국은 개인 정보 보호법을 강화해 조사를 위해 체포는 됐으나, 기소 단계로 넘어가지 않은 용의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데 있어 더욱 높은 기준을 세웠다.

용의자들이 체포됐을 당시 영국 보수지 '메일 온 선데이(Mail on Sunday)는 1면에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망친 바보들인가?"라는 제목과 함께 부부의 얼굴을 공개했다. 서식스 경찰 당국이 이들의 무혐의를 발표했을 때도 이 신문은 가판에서 판매 중이었다.

'굿모닝 브리튼(Good Morning Britain)'의 진행자 피어스 모건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언급하며 "광대 커플"이라고 칭했으나, 경찰의 무혐의 발표 직후 공개 사과했다.

英개트윅 '드론' 용의자들 무혐의…언론사 최소 1억원 배상해야



경찰에서 풀려난 용의자들은 24일 자신의 집 앞에서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이 47세 폴 가이트, 54세 일레인 커크 부부라고 밝히며 "체포와 일련의 보도로 인해 (개인정보를) 완전히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의 집은 수색됐고, 사생활과 신원이 완전 노출됐다. 우리의 이름, 사진 및 개인 정보가 전 세계로 보도됐다"고 말했다.

부부가 실제로 법적 대응에 나설지는 미지수이나,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 보도 규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언론 관련 시민 단체는 "무고한 일반 시민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인해 신문에서 끔찍한 비난을 받았다"며 "언론사들의 보도 기준이 전혀 발전하기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신문사의 결정을 변호한 이들도 있다. 용의자의 신원이 공개되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는 논리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의 전 편집장인 트레버 캐버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도가 없었다면 경찰은 이들에게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음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식스 경찰 측은 "애초에 드론이 없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개트윅 공항 측은 범인들을 체포하거나 유죄 입증에 도움을 주는 제보자에 5만파운드(약 7100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범죄자를 찾는데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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