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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김철호 극장장, 국립극장 품격을 위하여

등록 2019.01.02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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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국립극장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국악고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내 위치하던 1960년대 후반. 어린 시절 신비로운 국악 소리에 매료된 뒤 국악고에 다니던 학생은 대중음악에 끌렸다. 로큰롤 등 그룹사운드가 들려주던 사운드에 매료됐다. 냉큼 종로에 위치한 실용음악학원에 등록,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타를 좀 치다 보니까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국악고에서 대금을 부는데 기타를 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스스로를 잘 다독여 대학 국악과에 들어갔어요. 허허."

김철호(67) 국립극장 극장장에게 국악은 숙명이다. "음악은 통하니까"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기울여왔지만, 국악 예술가로서 커다란 물줄기는 유지해왔다. "잔잔한 파동은 있었어도 흐름은 한결같았어요"라고 돌아봤다.

국립국악원 대금연주자를 지낸 공연예술가 출신인 김 극장장은 국립국악원 원장,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 그에게 국립극장은 고향과 같다.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곳이고, 전에 몸담았던 기관이 국립극장과 교류를 자주 했던 터라 정서적으로 친근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전통 예술이 기반인 국립극장은 전임인 안호상(60) 전 극장장 시절 창극, 무용극의 현대화 작업을 통해 '컨템포러리 극장'을 지향하면서 젊은 관객도 많이 찾는 공연장이 됐다.

지난해 9월 임명된 김 극장장은 '오픈 마인드'를 통해 이런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정통의 정체성을 살릴 적임자로 기대를 받는다. 국립국악원장 재직 당시에도 '국악 통화연결음' 무료 공개 등으로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국악원장 재직 시절 현대 정서와 어울리는 국악 선율을 창작했죠. 그러면서 국악기도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국립국악원에 악기 연구소 조직을 만든 이유입니다. 국악 아카이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우리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체계화했습니다. 자료가 잘 정리됐다는 것은 미래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때  좌표 하나가 생기는 것이거든요."

[뉴시스 인터뷰]김철호 극장장, 국립극장 품격을 위하여

김 극장장은 우리 전통이 한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창작하고 개척하는 동시에 우리 악기, 사료를 정리해야죠. 두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갈 때 비전이 생기는 겁니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아이돌'에 전통적인 요소를 끌고 들어온 얘기를 꺼내자 "시대정신은 다를 것이 없어요"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클래식 음악, 대중음악 저마다 역이 있습니다. 그러니 전통도 시대와 대화해야죠. 속해 있는 시대 속에서 자기 발언을 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작업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에요. 전통을 그대로 지키는 것은 소중한 일이죠. 그런데 전통을 바탕으로 창작 욕구를 가진 분들은 또 창작해야 합니다. 전통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각자 판단이고, 몫이죠. 전통을 지키는 분들과 창작하는 분들이 서로 교류하고, 영향을 줄 때 또 다른 예술이 창작합니다. 소통과 통섭이 시대의 예술을 만들죠."

국립극장은 지난해 초부터 메인 극장인 해오름극장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개관 70주년인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맞춰 세계 예술 단체를 대상으로 개관 페스티벌을 계획 중이다.

앞서 김 극장장은 이 페스티벌에 북한 국립예술단도 초청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 음악을 꾸준히 연구해온 국립국악원 원장 시절 북한과 문화교류에도 힘썼던 그다. 북한 윤이상음악연구소 소속 예술단과 금강산에서 소규모로 공연한 적도 있다.

김 극장장은 극장의 가장 큰 현안은 '리모델링 공사'라고 짚었다. "환경을 개선하는 공사다. 온전히 극장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상당히 중요하죠."

[뉴시스 인터뷰]김철호 극장장, 국립극장 품격을 위하여

김 극장장이 임명 전까지 극장장 자리는 약 1년간 공석이었다. "기관장이 오래 부재했지만, 직원들 덕분에 많이 안정돼 있어요”라는 김 극장장은 예술기관은 '예술 공동체'로서 정서적 유대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유기적인 생명과 같아요. 특히 아름다움을 예술로써 공유하는 예술 기관은 더하죠. 강하게 소통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공동체라는 것을 함께 느껴야 해요. 공감, 공유하며 공동체로서 각자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하죠. 좋은 예술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 그리고 인류가 다 좋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함께 기쁨, 슬픔, 힘듦을 나눠야 하죠."

김 극장장은 국립극장을 구성원뿐만 아니라 관객도 '참 좋은 극장'이라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울러 "환경이 정비돼 시스템, 시즌제, 현대화가 돼서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구축된 기반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죠. 훌륭한 작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좋은 작품들이 잘 축적돼 국립극장의 자랑스러운 레퍼토리가 많이 자리매김했으면 해요. 국립극장에 어울리는 품격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좋은 공동체가 지혜를 많이 모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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