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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유신·김현정, 첼로·피아노 & 女女조합도 강력합니다

등록 2019.02.26 11:29:32수정 2019.02.27 07: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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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 ⓒ목프로덕션

박유신 ⓒ목프로덕션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월 클래식 음악계는 '듀오 콘서트' 풍년이었다. 세 조합의 주요 무대가 펼쳐졌는데, 모두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알리나 이브라기모바·김다미·김봄소리)와 남성 피아니스트(세드릭 티베르기엥·이택기·라파우 블레하츠) 구성이다.

2월의 마지막날인 28일 예술의전당IBK챔버홀에서 펼쳐지는 무대 역시 듀오 콘서트다. 조합 만으로도 차별화된다. 첼리스트 박유신(29)과 피아니스트 김현정(28)이 주인공이다. 첼로와 피아노의 만남인 데다가 두 연주자 모두 여성이다.

박유신은 "여성 듀오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연약할 것 같고 부드러울 것 같고요. 저 역시 그렇지 않고, 현정씨도 그렇지만은 않아요. 에너지가 커서 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셔도 됩니다"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두 연주자는 겹치는 지인이 있어 서로 알고 지냈지만, 함께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유신이 김현정에게 먼저 제안했다. "새로운 피아니스트를 만나면 설렘이 커요. 음악적인 성향이라든지,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있죠. 현정 씨는 워낙 솔리스트로서도 잘 하는 친구라, 듀오 공연이 어떠할 지 궁금했어요.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를 나누는 중이죠."

김현정은 "유신 언니는 음악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어 나와요. 가슴 속에서 나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도 그런 부분이 있어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김현정 ⓒ목프로덕션

김현정 ⓒ목프로덕션

바이올린, 피아노 듀오에 비해 첼로, 피아노 듀오 조합이 좀 더 까다롭다. 고음역을 내는 바이올린과 달리 '사람 음성에 가장 가까운 현악기'인 첼로는 피아노의 소리 조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밸런스가 중요한 이유다.

주로 바이올린과 호흡을 맞춰 왔다는 김현정도 전체적인 소리의 균형을 중시한다. "음역대가 오히려 고음이나 저음이면 조정하기가 나은데, 첼로가 중간 음역대여서 좀 더 세심함을 기울여야죠"라고 전했다.

이번 듀오 콘서트가 주목 받는 다른 이유는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안 첼로'라는 부제를 단 이날 공연의 프로그램은 러시아 로맨틱 소나타로 구성했다. 20세기 대표 낭만주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사제 관계였던 미야스코프스키와 프로코피예프, 러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첼로 소나타를 작곡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들이다.

 프로코피예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미야스코프스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2번, 라흐마니노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두 개의 소품, 쇼스타코비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라는 리스트는 그래서 나왔다.

김현정은 "미야스코프스키는 서정적이고, 프로코피예프는 건반 악기인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연주할 정도로 터치가 남다르고, 쇼스타코비치는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차갑죠. 이렇게 같은 러시아 프로그램이라도 색깔이 달라서 풍부한 공연이 될 겁니다"라고 예고했다.   
박유신

박유신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서 눈길을 끄는 작곡가는 미야스코프스키다. 클래식 마니아에게도 생소한 이름이다. 교향곡 27편을 작곡해 옛 소련 당시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린, 현지에서는 유명한 작곡가다. 서정적인 음색이 박유신에게 잘 어울린다며 그녀의 독일 스승이 추천하기도 했다. 

박유신과 김현정은 급성장 중인 차세대 연주자들이다. 박유신은 지난해 4월 안톤 루빈슈타인 국제 콩쿠르 2위, 같은 해 9월 제24회 야나체크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하며 유럽에 이름을 알렸다.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김현정은 2016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1위를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뜨는 지휘자 야마다 가즈키와 협연하고, 꾸준히 순회 리사이틀을 하는 등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피바디 음악원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는 법이다. 이들이 명성을 얻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주자로서 중요한 시기인 2012년 김현정은 부상을 당해 자신의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것도 벅찼다. 2년 반 가량 슬럼프에 빠졌고 '피아노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지금은 회복이 됐다"며 싱긋 웃었다. "그때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박유신은 지난해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까지, 참고 버텨낸 시간들이 있었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겨 신경이 몰렸고, 손가락의 빠른 움직임이 중요한 비브라토 등 줄에 압력을 가할 때마다 너무 괴로워서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그녀 또한 "너무 힘들었지만 큰 경험이 됐다"며 긍정했다.
김현정

김현정

마냥 우아한 연주자들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톺아보면, 고니처럼 수면 밑에서는 힘겹게 쉬지 않고 발장구를 쳐왔다. 김현정은 흡사 운동선수와 비슷하다고 봤다. "신체에 무리인 것을 알면서도 계속 단련을 하는 거죠."

핫한 연주자들인만큼 올해 연주 일정도 빽빽하다. 박유신은 4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8월 독일에서 열리는 축전에 참여하고 10월 국내에서는 자신이 기획한 실내악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김현정은 9월 이탈리아에서 독주회를 열고, 10월에는 오사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같은 달 말에는 최근 서울시향 포디엄에도 오른 오스모 벤스케 지휘로 칭다오 심포니와 협연한다.

 두 사람이 바로 앞 연주만 보는 것은 않는다. 길게 내다보고 호흡을 고르고 있다. 박유신은 "듣는 분이 위로를 받는 연주를 하고 싶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이 변하지 않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기술적으로 잘 치고 싶었다는 김현정은 "소중한 시간을 내어서 연주를 찾아주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잃지 않고 싶어요. 그래서 매번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라는 마음이다.  

박유신과 김현정은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에 앞서 26일 오후 7시30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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