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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괌 전략자산 철수 요구' 해석 분분…"협상카드" vs "생뚱"

등록 2019.03.23 15: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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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협상 과정서 北 카드 중 하나로 거론했을 수도"

"제재 완화 아닌 美 전략자산 철수를 주요하게 제기?"

가능성 희박하게 보는 시각도…그간 흐름과 동떨어져

"北 비핵화 협상 의지 없다는 의도적 프레임 계속돼"

외교부 "그런 요구로 회담 빈손 끝났다 생뚱맞은 얘기"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2019.02.28.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2019.02.28.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북미 비핵화 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전직 미국 관료가 '하노이 노딜' 책임을 북한에게 전가한 주장을 펴면서 해석이 분분하다. 강경 일변도 미국의 태도와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와, 그간 흐름과 동떨어진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교차한다.

비핵화에 관한 정확한 개념 정립 없이 오직 북미 정상회담 성사만을 위해 협상을 시작한 데에서 출발한 문제라는 시각과, 미국이 일관성 없이 '비핵화 문턱'을 옮기고 있는 것일 뿐 북측의 특정 요구가 협상 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라는 평가도 엇갈린다.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0일 스탠퍼드대 산하 연구소 동문 모임에 참석, 비공개 강연을 통해 '북한이 괌과 하와이 등에 있는 미국 전략자산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고 22일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했다.

김 전 센터장은 또 "북한은 B-2 폭격기를 비롯해 전력의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 있는 (한반도 전개 가능의) 무기도 없애야 한다고 싱가포르 회담 때부터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동문회는 강연 참석자들에게 김 전 센터장의 발언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지만 복수의 참석자들이 취재에 응했고, 해당 보도가 나가자 참석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을 드나들며 실무 협상에 깊게 관여했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는 회담에 관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9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행 이후 2차 북미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지난해 말 미국 CIA와 북한의 통일전선부 라인을 한 차례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후임자를 소개하며 협상의 접점을 찾는 데 일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센터장의 이번 발언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외교가에서는 전략자산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협상 과정에서 북미가 서로 요구안을 주고받으면서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백악관이 공지한 2차 북미 정상회담 2일 차 일정은 '양자 단독회담-확대 양자 회담-업무 오찬-합의문 서명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02.28.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백악관이 공지한 2차 북미 정상회담 2일 차 일정은 '양자 단독회담-확대 양자 회담-업무 오찬-합의문 서명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02.28.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영변 폐기를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미국이 다시 영변 폐기 이상을 요구했다면 북한도 다른 걸 요구했을 것"이라며 "영변 폐기 이상으로 미국이 요구하지 못하도록 전략자산 철수를 거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노이 회담은 미국의 '영변 플러스 알파' 요구와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가 주요 쟁점이었다는 측면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가 아닌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문제를 주요하게 거론했을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북미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협상이 '에스컬레이팅' 됐다가 결렬된 것이지,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협상이 무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강경화 장관이 국회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이 모든 핵·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 동결과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하자 북한이 영변 폐기에만 국한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전략자산 철수 요구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났다는 건 생뚱맞은 얘기"라고 말했다.

북미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미국이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앞세워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라며 북한에 추가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자 북한 최선희 외무부 부상은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맞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미국의 핵우산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전직 미국 관료의 발언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 자체를 훼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계산된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협상 중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던질 수 있는데 여기에 모두 의도를 부여해선 안 된다"며 "미국 내부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의지가 없다는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계속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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