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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오리무중' 美 '오락가락' 韓 '사면초가'…한반도 시계 제로

등록 2019.03.24 14: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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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돌연 연락사무소 철수 후 '한미공조' 비난만

'철수' 지렛대로 협상 주도권 확보 의도 관측

韓 북한 진의 파악 분주, 평가 자제하며 주시

트럼프 "추가 제재 철회"…일관성 없는 대응

"백악관 내 기류 달라…韓 중재 역할 어려워져"

【하노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정상 뒤로 통역들이 따르고 있다. 2019.02.28.

【하노이=AP/뉴시스】지난달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단독회담을 마치고 확대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9.02.28.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로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얼어붙었다. 북한이 침묵하는 가운데 정부는 '철수' 진의 파악에 주력하며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당장의 추가 제재가 없을 거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남·북·미 중심의 협상 동력이 유지될지, 아니면 북한이 '새로운 길'을 향한 문을 열지 주목된다. 

북한은 24일 선전매체를 중심으로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 간 협력사업을 비핵화 협상과 연계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는 논평 외에는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보도는 이날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14일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북남공동연락사무소에는 관계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바라는 민족의 염원이 응축되어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다음날 관영매체를 통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로 선전했다. 

북한은 이번 철수 결정이 '상부의 지시'라는 것 이상의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미국의 제재 완화를 촉구하기 위한 전술적 카드인지, 한국 정부에 더욱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하는 메시지인지, 아니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로 들어서겠다는 신호인지는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뒀다. 철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보다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다양한 전술적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의 '승부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부는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북한의 의도를 예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기조를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남측 시설 보수,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사업 대북제재 면제를 위한 협의 등 기존에 진행해오던 것들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는 게 통일부 당국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대북 메시지 방식과 수위는 여전히 고심만 하는 모습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우리 정부는 사면초가"라며 "북한은 우리 정부가 모든 것을 미국에 허락받는 데 대해 불만이 강하다. 계속 이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철수한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재 역할은 더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특사도 소용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난해 5월과 같은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재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시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미국 행정부의 일관된 메시지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로 강행하고 있어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 미지수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5.27.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해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 2018.05.27.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홍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정이긴 하지만, 백악관을 비롯한 행정부 내 외교·안보 라인은 다른 분위기"라며 "거래의 기술에 의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내 기류가 혼재되면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 내 결이 달라 우리 정부로서도 어느 지점을 공략하고 설득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의 중재 역할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도 커서 한국 정부가 어느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 중재자 또는 촉진자의 역할을 할지 결정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철수 이후 대내외 메시지를 내지 않으며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음달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와 태양절(김일성 생일) 등 정치 행사가 연이어 진행되는 만큼 침묵은 길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련의 정치 이벤트를 계기로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과 밀착하는 '새로운 길'로 진입하겠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홍 실장은 "북한은 절박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만 가지고 북미 협상이 온전히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주요 정치적 행사에서 강경 입장을 낼 수도 있다"며 "또한 중국, 러시아의 지지를 부각하며 미국과의 협상, 그리고 남북협력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장기전에 들어가는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신뢰만으로는 지금의 국면이 진정되고 대화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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