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남자"…與 원내대표 선거, 긴장 속 '이색표심' 눈길
이인영·노웅래·김태년, 정견 발표서 강점 부각
"한 표 줍쇼" "두발 문제" 유머로 웃음 유발도
李·金 결선행…이인영, 76표로 원내대표 당선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인영 의원이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5.08. [email protected]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막중한 역할이 요구되는 원내대표인 만큼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후보인 이인영·노웅래·김태년(기호순) 의원이 재치와 유머로 한 표를 적극 호소하면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했다. 정견 발표를 위해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세 후보는 담담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이해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국회는 협상할 사안이 많고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것도 많아 이를 잘 수습하는 일이 (신임 원내대표에게) 첫 번째로 주어질 과제"라며 "그런 것을 잘할 분으로 뽑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로 임기를 마치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제가 작년에 (원내대표를) 시작할 때도 국회 정상화가 첫 번째 과제였는데, 지금 앞에 계신 세 분의 후보에게 무거운 짐을 물려드리는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정견 발표는 이번이 원내대표 세 번째 도전인 '삼수생' 노웅래 의원부터 시작했다.
그는 "이번에도 뻔한 원내대표 선거가 되면 내년 총선,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거듭 강조했다. "장외투쟁을 하는 제1야당, 국회로 끌어들인 복안을 갖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에 출마한 왼쪽부터 이인영, 노웅래, 김태년 후보가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김태년 후보가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있다. 2019.05.08. [email protected]
김태년 의원은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점을 들어 '협상가'와 '조율자'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다"며 대야(野)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 중심의 당정청 관계를 이끌어갈 적임자"라고도 했다.
김 의원이 특히 홍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지금까지 대야 협상 하시느라 무척 고생이 많으셨다. 머리카락이 한 움쿰씩 빠지셨다고 한다. 저도 두발에 문제가 있어서 남 일 같지 않지만, 모든 열정을 바치겠다"고 하자 장내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마지막 정견 발표에 나선 이인영 의원은 서두에서부터 염색한 머리를 활용해 의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말 잘 듣는 남자 이인영이다. 원내대표 출마한다니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바꾸라 하셔서 머리부터 (염색해) 바꿨다"며 자신부터 변화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또 "세 가지 잘하면 승리한다"며 "민생의 성과를 만들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키겠다. 보수보다 먼저 혁신해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더 넓은 리더십의 통합으로 강력한 단결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정견 발표를 모두 마치고 곧바로 투표가 진행됐다. 전체 128명 의원 중 진선미·이개호·김현미·박영선·유은혜 등 장관 출신 의원을 비롯한 총 125명이 투표에 참여해 선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인영 의원이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손을 들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태년 후보, 이 대표, 이인영 새 원내대표, 홍 전 원내대표, 노웅래 후보. 2019.05.08. [email protected]
결선 투표 과정에선 담담한 표정이었던 두 후보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의원은 초조한 듯 주먹을 쥔 채 손을 계속 움직였고, 김 의원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이윽고 나온 결선 결과. 이 의원 76표, 김 의원 49표으로 이 의원이 27표차로 김 의원을 꺾고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김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 의원을 축하했고, 이 의원은 의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홍 원내대표도 바통을 이어받을 이 의원에게 축하를 건네며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 의원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다시 한 번 기대해주시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거듭 감사드린다"며 "우리 당이 넓은 단결을 통해 강력한 통합을 이루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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