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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오딧세이]거래소 공시제도 도입...투자자 보호·투명성 확보 나서

등록 2019.05.12 0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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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씨피닥스, 코빗, 고팍스 등 국내 주요 거래소 공시제도 도입

투자자의 정보 불균형 해소, 자산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듯

공시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편법막을 대책 필요"






[블록체인 오딧세이]거래소 공시제도 도입...투자자 보호·투명성 확보 나서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시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나섰다. 이들은 외부 기관과 협업해 상장 심사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기존에 상장된 프로젝트의 주요 정보를 공시하는 등 자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정부가 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항변했으나, 자체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시제도의 도입은 규제 미비로 시장이 혼탁해져가는 가운데 거래소가 내놓은 첫 번째 자구책이라는 평가다. 또한, 자발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씨피닥스, 코빗, 고팍스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연이어 공시제도 도입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주요 현황을 공유하고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 투자자 자산 보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최근 공정한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거래 지원 중인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주요 정보 공시 제도를 도입했다.

업비트는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 및 공정하고 투명한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공시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시 대상 정보는 ▲대량 보유 지분 변동 ▲암호화폐 자산의 구조적 변동 ▲핵심 인력 변동 등 재무 및 지배구조 관련 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주요 마일스톤 달성 등 영업 및 사업 진행 관련 정보다.

다만, 각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공시 의무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공시를 원하는 프로젝트가 업비트에 내용과 참고 자료를 전달하면 업비트가 게재하는 방식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 공시 제도 도입으로 업비트에서 거래 지원 중인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주요 정보가 모든 투자자에게 차별없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 장려로 공정하고 건강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투자 문화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업비트에 이어 코빗, 씨피닥스, 고팍스도 공시제도 도입에 나섰다. 이들은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을 개발한 크로스앵글과 협약을 맺고 각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크로스앵글은 쟁글에 올라온 정보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종합적인 상장 적격 진단 보고서를 거래소들에 제공하게 된다.

거래소들은 이 보고서를 새로 상장할 코인의 적격성 및 상장된 프로젝트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로스앵글은 자체 공시 정보 플랫폼 쟁글(Xangle)을 구축했다. 쟁글에 올라오는 데이터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로부터 직접 제공받으며 검증을 통해 공시된다.

쟁글의 데이터 공시 기준은 DART(한국), EDGAR(미국)와 같은 증권 규제 기관의 공시 기준과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기준에 준거, 기존 주식시장에서 확립된 공시 체계를 암호화폐 시장에 맞게 재해석했다.

서문규 씨피닥스 총괄이사는 "크로스앵글의 서비스가 암호화폐 시장을 개척하는 '투자자들의 안내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코빗 본부장은 "크로스앵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정보공시 플랫폼을 넘어 생태계 전반의 모범규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그동안 고팍스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와 협업을 해왔다. 크로스앵글의 쟁글은 모든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와 무결성을 회복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팍스는 앞으로도 쟁글과 같은 좋은 프로젝트와 협업을 통해 지속 발전이 가능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로스앵글은 현재 쟁글의 베타 서비스를 운영중이나 이달 중 본격 론칭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거래소, 투자자 및 프로젝트와의 협력해 보다 건전한 공시문화가 자리 잡힌 암호화폐 시장 형성에 기여할 계획이다.

업계는 국내 주요 거래소의 공시제도 도입이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제도권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보고 있다. 또 대형 거래소들이 앞장 선 만큼 중소 거래소에도 공시제도 도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업체 역시 투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의 문제로 지적해 온 것이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라며 "주요 정보가 공개될수록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향후 제도권 진입을 위해서라도 업계 모두가 공시제도 등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긍적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공시제도가 시장의 병폐를 모두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공시가 의무화된 증권시장에서도 각종 변칙적인 수단을 활용해 투자자를 기만하는 일도 흔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공시제도를 통해 프로젝트의 현황을 빠르게 투자자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개발 업체도 환영하고 있다"면서도 "시장 건전성을 위해 호재는 알리고 악재는 감추려는 행위 등 다양한 편법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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