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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히잡스터 유나 "이겨내자, 아시아 여성의 어려움을"

등록 2019.07.14 12: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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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싱어송라이터

새 디지털 정규앨범 '루즈'

박재범과 듀엣도

유나

유나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슬람권 밖에서는 여전히 히잡을 ‘여성 억압의 도구’로 인식한다. 그런데 정작 무슬림 여성은 주체적으로 히잡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싱어송라이터 유나(33·Yunalis Mat Zara'ai)가 대표적이다. 히잡과 힙스터의 합성어인 ‘히잡스터(Hijabsters)’의 상징으로 통하는 그녀의 히잡은 총천연색이다.

단지 시각적인 비유만은 아니다. 물론 파스텔톤 또는 강렬한 색의 히잡을 쓰고, 짙은 화장을 하며, 하이힐을 신는다. 히잡을 자기표현 수단의 하나로 삼는 것이다. 여기에 무슬림 전통적인 여성상을 벗어나, 현대적인 여성상을 적극 표현하고 있다.

일렉트로니카를 비롯한 서양의 다양한 요소를 흡수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으며 미국에서 사업도 벌이며 ‘커리어 우먼’으로서 무슬림 여성들의 롤모델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문화적인 힘으로서 유나를 향한 찬사”라고 쓰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문화적 용광로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마치 뉴욕에서처럼. 외국 여행도 많이 다니고, 교환학생으로 다른 나라 문화권에 공부하면서 여러 문화를 접했다.”

무엇보다 바뀌는 환경 속에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 정체성과 색깔을 지키면서 세상과 소통하게 된 이유다.

“10대 때 미국에 진출한 것이 아닌, 말레이시아에서 이미 가수로서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에 내 정체성을 희생당하지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었던 거다.”

유나를 만난 것은 6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공연 직후, 12일 발매된 새 디지털 정규앨범 ‘루즈(Rouge)’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2016년 발표한 ‘챕터스’ 이후 3년만의 정규앨범 발매이다. 앨범 제명 ‘루즈’는 유나가 스스로를 상징한다는 빨간색을 내세웠다. 앨범 전체는 그녀가 어떻게 그녀다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쿠알라룸푸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녹음한 이 앨범은 미국 R&B 힙합가수 포스트 말론, 미국 싱어송라이터 H.E.R., 미국 가수 앤더슨 팩에게서 영감을 받았지만, 스스로를 독립적으로 바라본 앨범이다. “나는 먼저 나다워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라고 강조했다.

유나, 박재범

유나, 박재범

‘챕터스’에서 미국 가수 어셔와 협업 트랙 ‘크러시’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자리매김한 유나의 음악적 역량은 이번에 더 심화됐다.

협업 라인업 명단도 더 화려해졌다. 미국 힙합계의 악동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일본 록 뮤지션 미야비, 영국 출신 래퍼 리틀 심즈 등이다. 특히 한국 R&B 힙합 가수 박재범이 듀엣 곡 ‘더즈 쉬(Does She)’에 참여해서 눈길을 끈다.

유니버설뮤직은 “랩을 비롯한 힙합 등 트렌디한 사운드도 자신의 색으로 소화하는 그 동안의 음악적인 성장이 수 많은 뮤지션들을 이번 앨범으로 이끌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유나는 10대부터 음악을 독학, 여러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음악적 재능을 과시했다. 로스쿨에 재학하고 졸업하는 가운데서도 아마추어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까지 뉴욕과 LA에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숍 ‘노멤버 컬처’를 운영하면서 히잡을 활용한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나는 음악과 패션뿐 아니라 테크놀로지에도 관심이 많다. 스타트업을 위한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그녀가 10년간 음악업계에 몸담으면서 깨달은 점은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경험이 중요하다. 자신의 시간을 내서 직접 참여하면서 깨달아야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
 
유나는 지금도 더 여러 분야에서 모험하기를 원했다. 창의성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여성에게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깨나가고 있는 유나는 “아시아 여성이 용기를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 그들이 우리의 공과금을 대신해서 내줄 이들도 아니지 않나. 하하. 우리가 아시안 여성으로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더 많은 아시안 여성이 꿈을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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