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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친일작품도 연구해야, 반민족적 행태 막으려면···"

등록 2019.07.24 18:52:50수정 2019.07.25 1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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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

염무웅 관장, 국립한국문학관

염무웅 관장, 국립한국문학관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한국 문학작품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수집·연구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모든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일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 내용을 알기 위해서라도 친일 작가들의 작품을 국립한국문학관이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

염무웅(78)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은 24일 이렇게 밝혔다.

"장혁주(1905~1998)는 일제 말 활동한 작가다. 친일 정도가 아니라 일본으로 귀화하고 감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작가였다. 평론가 김문집(1907~?)도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했다. 그런 경우에도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반민족적인 행태가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은 20년이 넘은 문학계 숙원사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2일 국립한국문학관 첫 관장으로 염무웅 문학평론가를 임명했다. 임기는 2022년 4월까지 3년이다.

염 관장은 지난해부터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건립대지 선정과 기초자료 수집, 기금 마련 등을 추진했다. "제대로된 한국문학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개인적으로나 문단적으로 예전부터 있었다. 문단에서는 1996년 문학의해가 있어서 크게 행사를 했다. 그때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준비위원회가 발족됐는데, IMF 위기가 생기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2012년 시인 도종환이 국회의원이 되고 주변사람들에게 '문학관을 한 번 제대로 추진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작년에 추진위원회가 생겼고 올해 법인으로 발족됐다."
염무웅 "친일작품도 연구해야, 반민족적 행태 막으려면···"


국립한국문학관의 정체성을 고민해왔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유럽 등지의 문학관에 갔다. "유럽같은 경우는 이미 18~19세기부터 유명 작가들을 중심으로 개인 문학관이 곳곳에 생겼다. 전국 단위에서 하나의 문학관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각종 자료를 한꺼번에 모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서적으로 나온 문학작품들은 도서관이 대행하고 있다. 책도 일부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보는 흔적들이 더 많이 있다. 러시아는 작가들에서 시작됐다가 대부분 국립화가 됐다. 일본의 경우는 국립 법인으로 시작됐다. 시민단체나 작가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형식이다. 중국은 국립체제다. 공산당이 1920년대에 만들어져서 국가 건설의 과정과 문학관건립이 상당히 연결돼 있다."

또 "중국현대문학관은 국가에서 인력을 지원해서 굉장히 잘 만들어져있다. 하지만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웠다"고 봤다.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강력하게 반영됐다. 중국은 반식민지였던 반면, 우리는 온통 식민지였던 역사가 문학관에 반영돼 있었다. 국가주의, 민족주의 요소가 과도하게 강조된 것은 문학적 보편성에서 보면 과도하지 않나 싶다. 일본이나 문인들이 스스로 만든 문학관의 경우는 취미활동의 연장선과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각 나라 문학관이 역사성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기도 하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다음 세대들에게 정서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선배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강제되어서는 안 되겠다. 앞으로 문학관을 운영해나가면서 적절한 선을 찾으려고 한다."

문학 자료의 기증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아가신 문인들, 원로 학자들, 유족들, 시민 등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서 기증운동을 해야된다. 문학관들이 보면 75~80% 소장품이 기증품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등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사라지고 보존돼있지 않다. 희귀본, 귀중본이 경매에서 고가로 나오고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수천만원, 억대에 달하는 고가의 소중품을 유치하기는 어렵다. 지역 문학관이 전국에 300개 있다. 충실하게 자료를 모으기도 했지만, 내가 듣기로는 설립자들 나이가 많아졌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문학관도 지자체에서 지원해주기도 하고, 안 해주기도 한다. 곤란을 겪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국립한국문학관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유족들이나 동료문인, 학자들이 안심하고 책이나 유품을 맡겨도 영구 보존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 언론에서도 기증운동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주길 바란다."

이원 운영체제다. 문학관의 공간시설 부문은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는 문학관이 담당한다. 법인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

당초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했으나, 지자체간 과열경쟁으로 대지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은평구 옛 기자촌 자리에 짓기로 최종 결정됐다. 2023년 개관할 예정이다.

이용자, 시민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2022년 말에 은평구에 국립한국문학관이 세워질 예정이지만 2023년에 정식으로 개관하고 입주할 것 같다. 어디있는지 알 수 없는 많은 자료들을 모아서 연구자들,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근대화 이후의 자료는 지금 놓치면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를 어떻게 놓치지 않고 수집해서 정리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주는지의 문제가 하나 있다.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선대, 현대 문인들이 이룬 문학적 업적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그게 두번째 문제다. 없어지기 직전 자료들을 모아서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립한국문학관 부설 '문학원'이라는 연구기관이 생겨난다면 한국문학 대중화에 앞장설 뿐만 아니라 연구, 교육의 중심기관으로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염무웅 "친일작품도 연구해야, 반민족적 행태 막으려면···"


염 관장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평론 '최인훈론'으로 등단했다. 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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