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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제박람회에서 집안싸움 벌인 LG와 삼성

등록 2019.09.11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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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제박람회에서 집안싸움 벌인 LG와 삼성

【베를린(독일)=뉴시스】 김종민 기자 =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정면으로 언급하며 공세를 폈다. 양사 간 신경전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각국의 제품들이 진열되고 전세계 언론인과 바이어들이 대거 모여든 국제박람회에서 우리나라 회사가 국내 경쟁사의 이름을 들먹이며 공박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눈쌀을 찌푸리게 한 이같은 행태는 독일 베를린에서 6일부터 11일까지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보여졌다. 이번 국제박람회에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1939개 기관과 업체가 참가해 각자 첨단기술을 앞세운 TV, PC, 모바일기기 등 신제품을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이렇듯 세계인들의 이목을 끈 이번 행사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TV 화질선명도가 '국제기준 미달'이라고 강도 높게 공격했다. 아예 ‘가짜 8K'라고 직격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LG전자는 또 자사TV와 삼성전자 TV를 나란히 전시하며 상대적 우위를 과시하려 했다. 이에 삼성 측은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국제기준은 없다"고 불쾌한 반응을 내비쳤다.

양사가 QLED와 OLED 기술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워낙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던 터라 우리에겐 익숙하기까지 한 풍경이지만, 이 자리에 있던 외국인의 눈에는 의아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같은 'MADE IN KOREA' 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양사가 서로를 향해 공격할 때에는 가급적 회사명을 거론하지는 않고 '모 회사' '모 업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삼성을 지목했다. 나아가 LG전자는 삼성 8K TV 제품을 깎아내리는 광고를 최근 내놓았고, 오는 17일 국내에서 추가 언론 설명회를 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처럼 신경전이 극에 달한 데에는 현재 삼성의 판매 신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한 몫을 했다. 지난 상반기 삼성 QLED TV는 약 190만대(시장조사업체 IHS마킷 기준) 판매돼 전년 동기 92만대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LG전자 OLED TV의 판매량은 소폭 증가한 130만대에 그쳤다. LG입장에서는 다급함이 느껴지는 수치다. 해외에서 낯뜨거운 '집안 싸움'을 벌인 한 이유이기도 하다. 

LG는 독립운동 정신을 가진 기업, 의인상을 수여하는 사회적 책임 기업, '재계의 신사'라는 이미지를 갖고있다.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은 LG가 오랜 기간 쌓아온 훌륭한 자산이다. 그런 LG전자가 해외에 나가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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