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셋값도 '슬금슬금'…'고가-저가' 격차 확대

등록 2019.11.05 14:15: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파트 전셋값 5분위 배율 7.7배로 올해 최대

고가 아파트값 상승분 전가로 전셋값도 '들썩'

전세선호에도 공급물량 많아…상승 지속 미지수

전셋값도 '슬금슬금'…'고가-저가' 격차 확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전국 최상위 20%의 아파트 전셋값과 최하위 20%간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일부 지역 고가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불안이 나타난 결과다. 다만 당분간 경기나 정책 등 다양한 변수가 많고 내년에도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아 전셋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운 시장 환경이라는 분석이 많다.

5일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 5분위 배율은 10월 기준 7.7배로 전월(7.6배)보다 0.1배포인트 확대됐다.

5분위 배율은 5분위 계층(최상위 20%)의 평균 집값을 1분위(최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자산 불평등 지표다. 5분위 배율의 확대는 집값 분포의 불균등 정도가 더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1월 7.6배에서 지난 3월 7.5배로 격차를 좁혔고, 이같은 안정세는 올해 6월까지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 7월 들어 7.6배로 다시 격차를 벌리기 시작해, 10월에는 올 들어 최대 격차인 7.7배까지 벌어졌다. 표본집단이 달라져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는 지난해 12월(7.8배) 이후 가장 편차가 큰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 격차가 벌어진 가장 주된 요인은 서울 지역 고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올해 아파트값 상승분이 전세시장으로 슬쩍 전가되고 있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거주 선호지역의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며 4개월 연속 올랐다. 5분위(최상위 20%) 아파트값은 10월 기준 평균 8억3640만원으로, 지난 6월(8억2479만원) 대비 1.4% 올랐다. 같은 기간 4분위(상위 20%)는 0.3% 올랐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고 ▲3분위(중위 20%) -0.2% ▲2분위(하위 20%) -0.9% ▲1분위(최하위 20%) -1.8%등은 여전히 하락 중이다.

고가 아파트값의 상승세는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같은 기간 5분위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4억7512만원에서 4억7965만원으로 1.0% 상승해, 전셋값 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4분위(0.1%)와 함께 동반 상승했다. 오름폭도 4분위(0.1%)에 비해 큰 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고가 아파트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가파른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가격도 따라 올라가는 경향이 커서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에 고가 아파트값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난 데다,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소형 위주로 나타나다보니 중대형 아파트 전세물량이 희귀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오름 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남 지역에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서울의 높은 집값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예고에 따라 전세선호 현상이 확대된 데다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의 폐지와 정시확대 등 교육정책의 효과로 학군 수요까지 단기내 강남권에 몰리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임대료 계약 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매물 선점을 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달리 지방 아파트 전세시장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구, 대전 등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내는 등 바닥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새 아파트 입주에 따른 수요 대비 공급과잉과 지역 경기 장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제주, 경남, 강원 등 지역은 여전히 하락세가 만연하다.

전문가들은 다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세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경우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지적인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가을 이사철이 막바지에 이른 데다 공급물량이 풍부한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입주물량은 4만1923호로, 유래 없는 전셋값 안정세가 나타난 올해(4만2934호)와 유사한 수준이다. 특히 오는 12월 5924세대를 시작으로, 오는 2월까지 3개월간 서울에만 1만7082세대의 입주가 예고된 상태다. 반면 전국의 내년 입주물량은 32만4001호로, 올해 39만5787호보다 18.1% 줄어들어 지방 시·도를 중심으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다소 덜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은 "다양한 정책적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시장의 방향성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이사 대목인 내년 겨울방학 학군 수요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높은 집값 등의 영향으로 전세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고, 내년에는 전국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지역별 공급 상황에 따라 봄·가을 이사 철에 나타나는 국지적인 불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