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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해고" "파리 목숨"…국회 보좌진들 '면직예고제' 도입 촉구

등록 2019.11.15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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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보좌진협의회 '면직예고제 도입 토론회'

관련 법안 4건 발의됐으나…3년 넘게 국회서 계류

보좌진들 "부하 아닌 '의정활동 파트너'로 봐주길"

여야 의원들, 면직예고제 법안통과 한목소리 약속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 주최로 열린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1.15.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 주최로 열린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지은 윤해리 기자 = "제가 국회에 있으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입법부가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좌진들을 위한 법률 자체가 아예 미비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이승환 바른미래당 보좌진협의회 회장)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보좌진협의회 공동 주최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보좌진들이 자신의 처우와 관련, 국회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상 임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별정직 공무원이다. 이 때문에 임면권자인 국회의원의 의사에 따라 특별한 예고 없이 면직되는 등 '고용의 불안정성'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면직 30일 전 통보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면직예고제' 등이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관련 법안은 논의 테이블에 제대로 오르지도 못한 상태다.

실제로 해당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20대 국회 들어 총 4건 발의됐다.

민주당 김해영·김병기 의원을 비롯해 한국당 김영우,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 대표 발의로 이 가운데 3건은 20대 국회가 문을 연 2016년에 발의됐지만 여야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3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면직예고제 법안 통과 촉구와 함께 보좌진들의 처우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박준수 한국당 보좌진협의회 부회장은 "별정직 공무원은 인사 규정에 따라 국회 사무총장에게 면직을 요청하면 바로 면직되는 시스템"이라며 "면직 요청서 하나에 실업자, '묻지마' 해고가 빈번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회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이유로 (의원실) 전원이 일자리를 잃은 적도 있다. 국회의원 앞에서 보좌진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보좌직원 위상이 제대로 정립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승환 바른미래당 보좌진협의회 회장도 "몇 년 전 '어셈블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서 보좌진의 한 친구가 '너네는 의원 날아가면 다 날아가는 거 아니냐. 불안해서 어떻게 하냐'고 했다"며 실제 보좌진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전했다.

이어 "보좌진은 매뉴얼을 만드는 사람인데 정작 우리를 위한 매뉴얼은 없다는 것은 다시 성찰해봐야 한다"며 "불안함을 극복하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이건호 보좌진협의회 부회장은 "보좌진 면직을 원칙적으로 금지시켜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인으로서 갑작스러운 면직을 당했을 때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의원들님께 당부드리고 싶다. 출근하실 때 눈 앞에 보이는 보좌직원을 부하가 아닌 '의정활동의 파트너'라고 인사해주시면 좋겠다"며 "그렇게 되면 서로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전문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현욱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회장은 "오늘 행사는 저희 같은 '그림자'도 기댈 곳이 있어야겠다고 해서 각 당 보좌진협의회가 의기투합해 만든 자리"라며 "보좌진 2700명의 뜻이 모아진다면 관련 법안은 꼭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면직예고제 관련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은 보좌관 없이는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음에도 보좌관들은 국회의원의 그늘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진가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지금 (근로 등 처우) 제도는 보좌직원에게 노동자의 기본권을 훼손하고 있고 신변 안전성을 지나칠 정도로 떨어뜨리는 게 사실인 만큼 적절한 수준의 면직예고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늦었지만 서둘러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제도 개선을 통해 지위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계속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미 법안이 나와 있는 만큼 이번 20대 국회 내에서 활발히 논의해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추경호 의원은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한국당도 앞장 서서 여러분의 제도 개선, 처우,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근무 여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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