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대 정책 철회 전 협상 불가"…엄포 수위 높이며 美 압박(종합)
美 '협상 재개' 손짓에 "적대 정책 철회 전 협상 없어"
"스웨덴 내세우지 말라"…직거래 통한 속전속결 강조
北김계관·김영철 담화 연속 발표하며 압박 수위 높여
한미연합훈련 연기만으로는 '협상 유도 역부족' 지적
인권결의안 채택도 언급했지만 핵심은 대북제재 완화
해외 노동자 송환 문제 해결 필요…최선희 방러 주목
연말까지 기싸움 가열될 듯…이후 '새로운 길' 갈 수도

북한 외무성 김명길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고 섬에 있는 컨퍼런스 시설인 빌레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사진출처: NHK 화면 캡처)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한층 강도 높게 요구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기싸움을 본격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9일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여 있다"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북측 대표인 김 대사는 다음달 중 실무협상을 재개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고 지난 14일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대사는 '제3국'을 통해 이같은 의사가 전달됐다고 했는데, 이날 해당 국가는 스웨덴이라고 공개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조미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리예(스웨덴)가 더 이상 조미대화 문제를 들고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스웨리예측이 정세 판단을 바로하고 앉을 자리, 설 자리를 가려볼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외 기싸움을 벌이던 북미가 약 7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했던 스웨덴에 '그만 빠지라'고 선언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중재자를 끼워넣어 협상 과정을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시기를 2월말로 가닥을 잡았다.그러나 이날 회동은 두 나라가 각각 견지해온 입장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해 근본적인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의 비핵화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01.19
북한은 바로 다음 날인 18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차례로 발표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김 고문은 담화에서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서 새로운 조미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했다"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동시에 김 고문은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진전이 있는 듯한 냄새만 피우며 시간벌이만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무익한 그러한 회담에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신(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빨리 행동해야 하며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보자(See you soon)"는 트윗을 올린 지 약 17시간 만에 발표됐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초조해지고 있는 가운데 회담 재개 책임을 미국 측에 돌리기 위해 빠르게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같은 날 김 위원장의 담화를 통해 김 고문 담화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적대시 정책에 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19.11.17.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미국이 합동군사연습 연기를 '배려'나 '양보'로 묘사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군 당국의 연합공중훈련 연기가 비핵화 협상 환경을 조성을 위한 조치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은 내년 한미연합훈련 전면 유예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6·12 정상회담에서 구두로 합의됐던 연합훈련 중단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이번 실무협상 개최를 위한 선결조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조미(북미)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어째서 대화 상대방인 우리를 모독하고 압살하기 위한 반공화국 '인권' 소동과 제재 압박에 그처럼 악을 쓰며 달라붙고 있는가"라면서 사실상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및 인권 결의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의 담화에 따르면 북한이 언급한 '적대 정책'에는 미국이 북한의 경제, 안보, 체제를 향해 전방위적으로 취한 다양한 조치들이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대북제재가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18일 러시아를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는 최 부상의 방러 목적이나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북제재에 걸려있는 북한 노동자 문제 해결이 급선무인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유엔 안보리결의 2397호에 따라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노동자를 올해 말까지 송환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강조하는 것은 제재 완화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면서 최 부상이 귀국하면 연내 북미대화 발표를 위한 명분을 달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평양=AP/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께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사진은 최선희 부상이 2016년 6월 2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2019.09.10.
북미 실무협상의 북한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지난 14일 담화에서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면서 제재 해제 요구를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의 협상 재개 손짓에 이처럼 즉각적이고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은 역설적으로 실무협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연말 시한에 이끌려 대가(상응조치)는 없고 의무(비핵화)만 지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기싸움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새로운 길'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들어 대결 국면 언급에 대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1년도 퍽 넘게 자부하며 말끝마다 자랑해온 치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이라며 협상 국면에서 중단됐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외교정책의 성과로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언급하며 "대화에는 대화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뜻과 의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탄핵 위기에 내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재선 가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결 국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으로 해석되지만 대화 국면 끝내기 수순을 밟기 위한 명분 축적 과정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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