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려한 CG 대폭발···영화 '백두산'
[서울=뉴시스] 영화 '백두산' (사진=CJ ENM 제공) 2019.12.19 [email protected]
북한의 핵포기가 끝나는 날, 갑작스럽게 백두산이 폭발한다. 강남대로의 마천루들이 바닥으로 주저 앉고 도로가 갈라진다. 피난민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는 등 상황은 말그대로 아비규환이다. 남한보다 상대적으로 백두산과 더 가까운 북한은 도시들이 완전히 붕괴하고 무정부 상태가 된다.
백두산은 앞으로 세 번의 폭발을 더 할 예정이다. 2, 3차 폭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네 번째 폭발은 한반도 전역을 집어삼킬 만한 규모다.
대통령은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의 제안으로 4차 폭발을 막고자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의 도움을 받는다. 강봉래 교수는 4번째 화산 폭발 전에 북한의 핵을 갱도에 넣고 폭발시켜 화산 폭발의 압력을 낮춰 폭발 강도를 대폭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뉴시스] 영화 '백두산' (사진=CJ ENM 제공) 2019.12.19 [email protected]
또한,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백두산 대폭발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에서 작전의 성공은 전적으로 조인창의 몫이다. 조인창은 한강다리가 붕괴되고,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의 구조물과 파편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항상 가까스로 살아 남는다. 생명력 끈질긴 마블 히어로를 연상시킨다. 최대한 극적인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설정이 다소 과해 보인다.
초인적인 힘을 자랑하는 건 조인창 뿐만이 아니다. 그의 아내인 최지영도 지진으로 인한 해일로 한강다리를 건너던 중 차에 갇힌 채로 물에 빠지지만 만삭의 몸을 이끌고 육지로 나오는데 성공한다. 이렇듯 중간중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상황과 과한 설정은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서울=뉴시스] 영화 '백두산' (사진=CJ CGV 제공) 2019.12.19 [email protected]
그래서 그럴까 리준평을 따라 함께 너스레를 떨고 능청을 부리는 조인창의 웃음포인트가 타 영화에서 보이는 하정우의 활약만큼이나 타율이 좋지 않다. 감독과 배우가 의도한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잦다.
또한 부족한 개연성 속에서 영화는 비슷한 리듬으로 위험한 재난 상황과 조인창과 이병헌의 뜨뜬미지근한 갈등 상황을 반복한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니 관객은 어느순간 지루함을 느낀다. 러닝타임이 128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과감하게 비슷한 전개의 반복을 줄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를 연출한 이해준, 김병서 감독은 유머 코드 내지 캐릭터들 간의 '티키타카'를 통해 영화적 완급을 조절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인창과 이병헌이 제대로 세게 한번 맞붙는 신이 있었다면 유효했을 법도 하다.
아쉬운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백두산'은 수많은 클리셰(전형성)를 보인다. 조인창과 리준평이 동상이몽이지만 작전의 성공을 함께 이끄는 동력은 '가족애'와 그들 사이에서 피어난 '우정'이다.
이는 이 영화가 재난장인 하정우가 그려낸 '터널', '더 테러 라이브'등의 긴장감과 긴박함이 느껴지는 재난영화보다 '공조', '강철비' 등의 뻔한 버디물로 보이게 만드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영화 '백두산' (사진=CJ CGV 제공) 2019.12.19 [email protected]
유사시 당장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는 한국이 겪어야 할 위기상황과 이런 상황에서 '아메리카(칸)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의 행태는 우리에게 고민해 볼만한 지점을 제시한다. 올해 9월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북한이 국지 도발을 벌일 경우 유엔군사령관이 한국군에 작전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핵 무력이 없는 한국군이 안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영화에는 26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730만명 이상이 봐야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이라는 걸출한 흥행스타들을 캐스팅한 '백두산'은 과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영화 '백두산' 포스터 (사진=CJ ENM 제공) 2019.12.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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