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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타로 에세이]오늘 이 불행은 시간의 보복...'10번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

등록 2021.07.17 06:00:00수정 2021.07.31 07: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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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10번 ‘운명의 수레바퀴’. (사진=조연희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타로 10번 ‘운명의 수레바퀴’. (사진=조연희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예외였다. 형부의 술버릇 때문이었다. 엄마와 형부의 관계가 내리막길을 내달리기 시작할 무렵, 형부는 결국 간 이식 수술을 하게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즈음 엄마의 치매도 점점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사랑 총량의 법칙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자 형부는 뽀얀 얼굴에 눈망울마저 황소처럼 착해져 장모님 걱정을 했다.

엄마도 형부와의 불화를 깡그리 잊은 듯 했다.
“저 남자 누구지?”
“형부야, 형부”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며 예를 갖췄다. 듬직한 가장 정도로 믿고 의지하는 듯했다.

엄마에게 환청이 올 때면 형부는 큰소리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혼내주며 엄마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언니와 난 어이없는 표정을 짓곤 했다. 그처럼 서로 못마땅해하더니.

건강한 기억은 최대한 많은 걸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걸 잊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나쁜 기억은 모두 잊은 듯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도 ‘사랑 총량의 법칙’이 있는 것일까. 에너지 총량의 법칙처럼 살면서 서로 나눠야 할 ‘사랑’의 ‘총량’이 있는 것일까?

형부와 엄마는 서로에게 준 상처가 많아, 아직 할당된 사랑을 다 채우지 못해 몇 번의 사선을 넘으며 다시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시간의 보복

타로 10번은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이다. 제목 그대로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카드를 좀 더 자세히 보자. 수레바퀴 위에 스핑크스가 앉아 있고,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자칼’이 그 수레바퀴를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왼쪽에는 뱀(세트)이 나선형으로 하강하고 있다.

그런데 내 시선을 끈 것은 네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동물이었다. 4원소를 상징하는 그 동물은 하나 같이 ‘열공’ 중이다. 여기에 운명의 수레바퀴에 대한 진짜 숨은 메시지가 있는 듯했다. 운명이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바뀌듯 또는 CD 플레이어가 재생되듯 단순 반복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축적된 삶의 경험이나 내공이 미래의 방향과 속도를 만든다는. 이를 공부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문득 ‘시간의 보복’이란 말이 떠올랐다.

“오늘 나의 이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이 말은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되었을 때 죽기 전에 한 말이다.

내가 외면 또는 회피했던 일이, 더 큰 부피로 더 해결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부메랑 돼 돌아온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방기한 시간, 외면한 눈물, 누군가에게 꽂은 비수가 어느 날 더 감당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운명의 수레바퀴라고 타로는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체납한 이자가 복리식으로 불어 압류계고장으로 돌아오듯. 오늘 나의 불행은 내가 과거에 외면했던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것이라고.

결국 운명의 수레바퀴는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과거가 축적되어 굴러가는 것이다. (참고로 연애 관계에서 이 카드가 나오면 새로운 인연보다는 그 전에 알고 있던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미래란 내 선택과 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족이란 뭘까

그런데 하필 스핑크스가 왜 수레바퀴 정중앙에 앉아 있는 것일까?

스핑크스는 인간에게 질문을 던지는 자이다. 그 질문에 따라 우리는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상승(자칼)과 하강(세트)을 반복하게 된다는 의미같다.  

사실 형부가 또 아프다. 이식한 간에 다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오늘 스핑크스가 내 운명의 수레바퀴 중앙에 올라앉아 묻고 있는 듯하다.

“가족이 뭐지?”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이란 슬픔의 비밀번호를 같이 쓰는 사람이라고.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email protected]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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