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대북제재 빈틈 속 순항미사일 키운 北, '제재 강화론' 솔솔

등록 2021.09.14 12:02:56수정 2021.09.14 12:53:1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신형 미사일 원형, 2017년 공개 금성-3형

위협성 부인하던 한미, 기술 향상에 깜짝

탄도미사일 막히자 北 순항미사일 집중

美서 순항미사일 규제하자 목소리 분출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두 장의 조합 사진에 북한 모처에서 11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의 발사 모습이 보인다. 북한은 지난 주말 새로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한미일간 북핵 관련 회의가 예정된 즈음에 한반도 안보 정세에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09.13.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두 장의 조합 사진에 북한 모처에서 11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의 발사 모습이 보인다. 북한은 지난 주말 새로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한미일간 북핵 관련 회의가 예정된 즈음에 한반도 안보 정세에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09.13.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한국과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빈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항미사일도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늦게 나오기 시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우리 군은 북한이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속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기술이 향상됐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신형 순항미사일의 원형은 2017년 북한이 공개한 금성-3형(KN-19)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7년 4월15일 열병식에서 지대함 순항미사일 금성-3형을 공개한 뒤 같은 해 6월8일 시험 발사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금성-3형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사진. 2021.09.14. (사진=류성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북한 금성-3형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사진. 2021.09.14. (사진=류성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 순항미사일이 다시 등장한 것은 3년만인 지난해 4월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4월14일 강원 문천 일대에서 북동쪽 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발 발사했다.

이처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한미 군 당국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군사적 측면에서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서울=뉴시스]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과 유사기종 비교. 2021.09.13. (사진=신종우 한국국방연구포럼 사무국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북한 신형 순항미사일과 유사기종 비교. 2021.09.13. (사진=신종우 한국국방연구포럼 사무국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크 밀리 미국 합참 의장은 지난해 4월 북한 순항미사일에 대해 "미국에 도발적이거나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도 북한이 순항미사일에 필요한 각종 필수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면서 위협성을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북한은 올해 1월 돌연 순항미사일 완성을 선언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연이어 개발함으로써 믿음직한 군사기술적 강세를 틀어쥐었다"고 밝혀 궁금증을 키웠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올해 1월, 3월21일에 잇따라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성능을 시험했다. 그러다 이달 11~12일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리며 "발사된 장거리 순항 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2시간6분20초)를 비행해 1500㎞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북한은 순항미사일에 필수적인 제트엔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북한은 이번에 "새로 개발한 터빈 송풍식 발동기의 추진력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과 미사일의 비행조종성, 복합유도결합방식에 의한 말기유도명중정확성이 설계상 요구들을 모두 만족시켰다"며 핵심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막히자 북한은 수년간 순항미사일 개발 쪽에 역량을 집중했고 결국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10월 북한 열병식 당시 공개된 순항미사일 추정 무기. 2021.03.24.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해 10월 북한 열병식 당시 공개된 순항미사일 추정 무기. 2021.03.24.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행 유엔 대북제재가 북한에 순항미사일 기술을 확보할 기회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유엔 대북제재는 탄도미사일 관련 사항만을 규정해왔다.

유엔은 2006년 1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미사일 물품과 무기 이전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대북제재를 시작했다. 유엔은 2차부터 5차에 이르는 북한 핵실험(2009~2016년)을 계기로 금융, 운송, 무역 분야까지 제재 조치를 확대, 강화했다. 이에 따라 핵 탄도미사일 관련 부품 수출입 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2016년부터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는 간접 제재까지 취해졌지만 그럼에도 규제 대상은 탄도미사일에 한정됐다.

이 같은 유엔 대북제재의 허점을 노려 북한은 수년간 순항미사일 개발에 집중했다. 2017년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올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핵탄두 소형화까지 달성한다면 이 순항미사일은 핵탄두를 달고 한미일을 겨냥할 수 있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대북제재 범위를 순항미사일까지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뉴시스] 2017년 6월8일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 시험 장면. 2020.04.17.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 캡처)

[서울=뉴시스] 2017년 6월8일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 시험 장면. 2020.04.17.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 캡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바이든 정부가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임기 첫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라자 크리스나무디 하원의원은 지난 12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유엔 제재를 가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협력해 왔는데 이제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북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순항미사일 프로그램 등 도발 행위를 중단시킨 후 대화 재개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대북제재 범위 확대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달 유엔총회에서도 북한 순항미사일 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동북아의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 순항미사일을 둘러싸고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