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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는 우리"…방탄소년단·아미 덕에 깨달았습니다

등록 2022.10.16 08:16:36수정 2022.10.16 08: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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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현장. 2022.10.15.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현장. 2022.10.15. (사진 =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이재훈 기자 = 불안해할 필요도 논쟁적일 이유도 없었습니다.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부산광역시 연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펼친 '옛 투 컴 인 부산' 공연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는 우리." 방탄소년단의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의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을 차용한 문구이자, 방탄소년단이 공연 후 트위터에 남긴 글처럼 방탄소년단의 한결 같은 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거든요.

맞습니다. 저 라스베이거스 방탄소년단 순례기를 썼던 '위장 아미' 40대 아저씨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수많은 콘서트를 취재했지만 문화적으로가 아닌, 사회적으로 이렇게 관심을 받은 공연은 처음입니다. 슈가 씨의 말마따나 이번 콘서트는 우여곡절이 많았거든요. 아미 분들도 잘 아실겁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등 국가적인 문제가 얽히고 거기에 정작 멤버들은 배제된 군 복무 관련 갑론을박, 그리고 다양한 이슈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콘서트를 마치고 멤버들이 "후련하다"고 말했을 때 좀 슬펐습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20대 젊은이들이 감당하기엔 결코 쉽지 않을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졌거든요. 분명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민간 회사인데, 마치 국가를 대표하는 것처럼 일을 진행해온 하이브(HYBE)의 여러 관계자들 역시 부담이 컸을 겁니다.

많은 이들이 노력한 덕분에 콘서트는 잘 끝났습니다. 방탄소년단 로고를 형상화한 LED 조명, 끊임없이 터지는 불꽃놀이와 폭죽, 4족 보행 로봇개 '스팟(Spot)' 등 무대 연출적인 부분도 눈길을 끌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세트리스트였습니다.

오랫동안 안 불렀던 곡을 부르며 지난 9년 활동을 총정리했습니다. 물론 위버스, 제페토, 네이버 나우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 만큼 '다이너마이트' '버터' 같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곡도 불렀죠.
[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현장. 2022.10.15.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현장. 2022.10.15. (사진 =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활동곡이 아니었던 '마 시티(ma city)'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부산을 비롯 광주 등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자신들의 고향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찬가죠. 이번에 부르지 않았지만 "서울 강원부터 경상도 충청도부터 전라도 / 마마 머라카노!"라고 노래하는 '팔도강산'도 함께 들어볼 만한 곡입니다. 사실 저는 이 곡과 부산 앞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바다'가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을까 혼자 예상했는데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군 복무 문제 등으로 개별 활동을 병행하며 제 2챕터를 시작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본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래에 대한 각종 루머에 시달렸는데 이날 30년, 40년 더 노래할 거라고 약속했으니 언제가 들을 기회가 또 생기지 않겠습니까.

방탄소년단의 '마 시티'는 'MZ세대의 부산 노래'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남인수 '이별의 부산정거장', 현인 '굳세어라 금순아', 박재홍 '경상도 아가씨', 손인호 '해운대 엘레지', 조용필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부산을 배경으로 삼은 대중가요가 꽤 많은데 "날 키워준 시티"라고 노래하는 멤버들을 보고 부산을 좋아하게 된 아미들이 많으니까요.

실제 공연 당일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는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만난 스웨덴 아미 나르딘(Nardin·22) 씨는 부산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부산도 큰 도시라 알게 됐다"고 했어요. 과거에 한국도 와 봤다고 합니다.

노르딘 씨를 비롯해 부산에서 만난 외랑둥이(아미가 '사랑둥이'를 변형해 해외 팬들을 부르는 명칭)들은 방탄소년단을 믿는다며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하는데 적극 지지할 거라고 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힘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현장. 2022.10.15.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현장. 2022.10.15. (사진 = 하이브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세트리스트에선 'BTS 사이퍼 PT.3 킬러(Cypher PT.3 : KILLER)'도 기억할 만한 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초창기 방탄소년단이 힙합 아이돌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울 때인 2014년 발매한 앨범 '다크 앤드 와일드' 수록곡입니다. 래퍼 라인 RM·슈가·제이홉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 곡을 (콘서트 세트리스트에서) 보내주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들어봐야 하겠지만 곡 수도 늘었고 앞으로 나갈 방향성과 맞지 않겠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아이유도 그렇고 무게감 있는 뮤지션들이 점차 성장해감에 따라 공연 세트리스트에서 일부 곡을 제외하는 경우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날 콘서트는, 음악이 흐르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공연장 내에서 그 음악을 직접 들으며 느끼는 것과 그냥 각종 설로 느끼는 것의 차이는 크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노래는 거기 그대로 있지만 방탄소년단도 그렇고 아미도 그렇고 사실 삶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어요. 뜻하지 않은 균열에 아파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 틈 사이로 변함 없는 음악이 흐를 때, 우리의 마음은 그 변함없음을 지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러니까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음악이 우리 얘기에 귀 기울인다는 거죠. 제겐 이날 개인적으로 '봄날'을 들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방탄소년단 이번 공연은 노래가 우리 삶을 서술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은 짧아도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긴 방탄소년단 노래는 이야기를 타고 영원히 이어질 겁니다. 슈가가 "우리 한번 같이 늙어봅시다"라고 말할 때 여운이 짙었던 이유입니다. RM, 진, 지민, 제이홉, 뷔, 정국 모두 같은 마음이었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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