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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물은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더 의미 있을까?"

등록 2023.01.19 05:00:00수정 2023.01.19 10: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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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서울=뉴시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사진=현대지성 제공) 2023.01.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사진=현대지성 제공) 2023.01.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의례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이가 모두 빠진 늙은 코끼리를 위해 젊은 코끼리는 음식을 대신 씹어주고 엄마 침팬지는 아기 침팬지에게 흰개미 잡는 도구를 만들어 쥐여주며 먹이를 구하는 법을 가르친다. 코끼리 거북이는 애정을 구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토마토를 선물하기도 한다.

책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현대지성)는 오직 인간만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일정한 체계를 갖추었다는 선입견을 깬다. 동물도 사람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공생의 메시지를 전한다.

세계적인 행동생태학자이자 코끼리 전문가인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지난 30년간 코끼리, 원숭이, 얼룩말, 코뿔소, 사자, 고래, 홍학 등 수많은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했다. 저자가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고 성찰한 결과물들을 집대성한 이 책은 남편 팀 오코넬과 함께 촬영한 책에 실린 총 37컷의 도판은 생동감이 넘친다.

"가장 친했던 코끼리 두 마리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했다. 둘은 죽은 친구 바로 옆에 서서 냄새를 맡고 만져보면서 함께 탐색했다. 이들은 밤새 번갈아 가며 조용히 죽은 친구를 찾아갔다. 절대 죽은 친구를 혼자 누워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팬데믹, 기후문제, 경제 위기, 전쟁, 계층 갈등, 인종 차별 등 오늘날 전 인류는 유례없이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과학기술은 고도로 발전하고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잊은 채 살아왔다. 책에서 소개하는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10가지 의례에는 그 ‘무언가’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껴안기, 가만히 바라보기, 노래하기, 힘을 과시하는 자세 취하기, 가까이 가기, 수화와 같은 무언 의례는 모든 사회적 동물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서열이 가장 낮은 늑대 라코타는 무리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애원하는 태도를 보여주는데, 이 태도는 평화를 유지한다. 몸짓언어를 잘 알아차리면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거리에서 어깨와 머리를 높이 쳐들고 당당하게 걸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짓는다고 상상해보자. 무언 의례는 모든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195쪽)

코끼리와 인간은 존경하는 상대에게 입맞춤하며 경의를 나타내고. 침팬지와 인간은 꼭 껴안으려 사랑을 표현하고 코뿔소와 인간은 상대와 겨루어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모든 사회적 동물은 닮았다. 단절과 분열의 시대, 인사가 중요한 이유와 집단이 발휘하는 힘을 깨닫게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선물 의례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라에게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의례에서는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략)왜 선물은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더 의미 있다고 여겨질까?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것 또한 선물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3주 동안 마사지 수업을 들은 부부들을 연구한 결과, 배우자에게 마사지를 해준 사람은 마사지를 받을 때만큼이나 기쁨을 느꼈다. 마사지를 받은 사람과 똑같이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이다. 단지 상대방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해졌다."(133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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