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알권리' 막는 농협…
경영자료 복사 1장 2만원

전남 나주의 한 품목농협이 조합 경영과 관련된 각종 자료의 사본 발급 수수료를 사실상 폭리 수준을 웃도는 금액으로 책정해 놓은 채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품목농협은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로 구성된 농업협동조합을 뜻하며, 국내에는 농협중앙회 산하에 45개 품목조합이 등록돼 있다. 24일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원 A씨에 따르면 지난달 초께 조합 경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조합을 방문해 이사회 회의록 사본 발급을 요청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조합 측이 장수 제한 없이 1매 당 2만원의 발급수수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같은 발급 수수료 요구는 사실상 조합 운영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농업협동조합법과 나주배농협 정관에 명시된 실비만 받도록 명시돼 있는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공개 요청한 이사회 회의록은 한 달이 넘어서야 부분 공개하면서 무엇을 의결 했는지 알 수 없도록 '의결 안건'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 반발을 사고 있다. 나주배농협이 1매 당 2만원으로 책정한 사본 발급 수수료는 인근 B조합의 1매당 166원과 비교할 경우 120배가 넘는 사상 최대의 폭리 수준으로 확인됐다. B조합의 경우는 과거 오랜 기간 동안 발급 수수료를 받지 않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자료 발급 업무가 급증해 기본 30매당 발급수수료를 5000원으로 책정하고, 기본 발급 장수인 20매를 초과할 경우에만 추가 수수료로 5000원을 더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민원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사본을 복사본으로 출력을 요구할 경우 1매당 250원의 수수료만 받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폭리 수준을 넘어선 발급 수수료에 대해 나주배농협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대로 사본 발급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처럼 높은 비용을 치르고 사본을 발급받는 조합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발급받은 조합원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나주배농협이 높은 발급 수수료를 방패막이로 삼아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차단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폭리 수준의 발급수수료를 요구해도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비용을 치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각 농협의 자료 사본 발급 수수료 책정의 경우 해당 조합 자율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협동조합법에는 '조합원과 채권자는 서류를 열람하거나 그 사본의 발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역농협이 정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나주배농협의 경우 정관 '운영의 공개' 항목에는 '조합원과 조합의 채권자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이사회 의사록(조합원의 경우에만 해당)과 서류를 실비의 범위 내에서 정한 비용을 지급하고 그 서류의 사본 발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말하는 '실비'는 원본을 복사해서 사본으로 발급해주는 데 드는 최소한의 복사기 사용료와 종이값 정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나주배농협은 정관에 명시된 조항까지 스스로 어겨가며 조합원들에게 사본 발급 수수료 폭탄을 떠안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해당 조합이 농업협동조합법 등을 무리하게 확대 적용한 부분이 있으면 시정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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