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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재홍 "라흐마니노프는 함정 파놓은 작곡가…새 악보 사서 연습 연습"

등록 2024.05.07 17: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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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예술의전당서 협연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2024.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2024.05.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앞으로 피아노를 쳐야 할 세월이 못해도 70년일 텐데 그때까지 지지치 않고 하나의 선을 계속 그려나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제가 음악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시작은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늦었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평생 피아노를 연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홉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2014년 금호영재콘서트를 데뷔했다. 지난 2021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오는 12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 하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프랑스 최초의 낭만주의자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과 러시아 최후의 낭만주의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2021년 부소느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박재홍에게 우승을 안겨준 작품이다. 고난도의 기교로 '악마의 협주곡'으로, 러시아 특유의 웅장함과 감미로운 서정성이 장장 40분 동안 섬세하게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박재홍은 이번 공연에서 대중에게 친숙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아닌 3번을 고른 이유에 대해 "엄마·아빠 중 누가 더 좋아'라는 질문이랑 비슷하다"며 "기교적 측면에서 뭐가 어떻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너무나 위대한 곡들"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라흐마니노프가 2번에 비해 3번을 너무 쉽게 썼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너무 어렵다고 말해요. 하지만 저한테 매우 큰 의미를 가진 곡인지라 이번에는 더 밀도 있는 시간을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피아니스트 박재홍.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박재홍.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을 준비하면서 라흐마니노프가 작품에 꼭꼭 숨겨둔 보석들도 찾았다. "라흐마니노프는 연주자들이 많은 유혹을 느낄 만한 함정을 파놓은 작곡가예요. 화성들이 정말 너무 아름답고 킬링 포인트가 한 두개가 아니라서 연주할 때마다 굉장히 새로운 맛이 나오거든요."

만족할 만한 연주는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속에 나온다. 스스로 만든 만든 벽과 틀을 부수는 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악보 구매다.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언제나 악보를 새로 사는 편입니다. 안 보이던 프레이즈가 보일때 마다 이걸 몰랐다니 하면서 얼마나 반성을 하는지 몰라요."

새로 산 악보에는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빼곡하게 메모가 적힌다. 더 이상 쓸 공간이 없을 때면 '정말 열심히 했다'는 동기부여도 된다. "연습할 때 집중이 안 되면 한 번씩 악보들을 봐요. 이렇게 또 열심히 했구나. 여기는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2024.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2024.05.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는 9월 독일 베를린 유학을 앞두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유럽 무대, 동경하던 음악가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에서 연주자로서 제2의 챕터를 준비할 계획이다. 제일 좋아하는 도시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를 꼽았다.

"20분만 트램을 타고 가면 베토벤이 잠든 공동묘지가 나오고 거기서 벗어나면 슈베르트가 좋아하는 선술집이 있고 근처 공원을 가면 브람스가 앉았던 벤치가 있어요. 거기 앉을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을 정도로 소름이 끼쳐요. 막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베를린 유학 생활 중 콩쿠르 출전에 대해선 "가능성 5%"라고 웃으면서도 여지를 남겼다. "콩쿠르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서른 살인데 후회가 될 지도 모르지만 천천히 보수적으로 고민을 해볼 생각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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