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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마지노선 20일…내년 전문의 배출 '비상등'

등록 2024.05.08 14:02:55수정 2024.05.08 16: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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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후 수련기간 미달로 복귀 유인 사라져

내년 전문의 2900명 배출 제동…필수의료 흔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달 21일 서울시내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4.2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달 21일 서울시내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4.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대치가 석 달째 이어지면서 내년 신규 전문의 배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월부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과별로 3~4년 레지던트)들이 오는 20일 전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내년 상반기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1만여 명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3개월이 넘어가는 오는 20일 전후가 되면 전공의들은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다.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의료계 안팎에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 등 행정처분에도 침묵을 지켰던 전공의들이 복귀 마감시한인 오는 20일을 전후해 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임무영법률사무소)는 지난 3월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국회간담회에서 "사직 전공의 중 60% 이상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이미 군대를 가거나 미국·일본 등 의사면허를 준비 중인 전공의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빅5' 병원의 A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다"면서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전공의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필수의료 전공의는 일정 규모 이상 돌아와야 당직 시스템이 운영되고 업무 로드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서 "일부만 돌아올 경우 돌아온 이들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피로가 누적돼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의 4년차 레지던트(총 2910명) 중 필수 의료 분야 레지던트 수는 전체의 48%(1385명)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증원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게 되면 당장 내년에 전문의 2900명 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올해 예비 전공의인 인턴 대상자 3068명 중 131명(4.3%)만 등록을 마쳐 향후 수년 간 전문의 수급에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의사 양성 시스템은 전공의 과정인 인턴(1년)·레지던트(3~4년)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딴 후 전임의로 가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올해 인턴 등록을 하지 않은 2900여 명은 내년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하기 어려워진다. 인턴 부족이 향후 레지던트, 전문의 부족으로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내과학회는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올해 신입 전공의 649명 중 한 명도 수련을 시작하지 못했고 2, 3년 차도 거의 대부분 병원을 떠났다"면서 "앞으로 4년간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아 내과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비 인턴 양성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의대생들이 계속 수업을 거부하면 의대 학칙상 수업 일수를 고려했을 때 대량 유급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여름 방학 때 수업을 몰아서 해도 1학기 15주 수업을 다 채우지 못해서다. 의대 졸업생은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발급받아 1년 동안 병원에 있는 모든 진료과를 도는 인턴 생활을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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