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진보교육감 흔적지우기? 경기교육청,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 점화[초점]

등록 2024.05.08 17:56: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학교구성원 권리 및 책임 담은 조례안 신설 추진

시민단체, 학생인권·교권보호조례 폐지 철회 요구

임태희 "학생인권조례, 정치적 이슈되면 안 돼"

[수원=뉴시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추진 중인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제정 취지와 추진 과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05.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추진 중인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제정 취지와 추진 과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4.05.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에 나서자 지역 시민단체와 교원 및 학부모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로 2010년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면서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이른바 '학생인권조례'의 씨앗을 퍼뜨린 곳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징성을 지닌 도교육청이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포괄하는 신규 조례를 마련하며 기존 시행 중이던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를 절차적으로 폐기하려자 이를 후퇴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교권조례 없애지 말라" 시민단체 촉구

경기도 학부모회 네트워크 등 총 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악저지 경기도민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8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마치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지 않을 것처럼 발언하고 조례안에는 폐지 조항을 넣었다는 것은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시도는 작년에도 있었으나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부결로 무산됐다"며 "이후 공대위는 도교육청에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폐지 강행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TF 구성과 토론회 등이 진행될 시 공대위를 참여시켜 반대입장 우려의 소리도 경청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TF를 구성하고 내일(9일) 토론회를 개최한다. 교육감 입맛에 맞는 TF와 토론회 진행으론 다양한 의견수렴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05.08.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송성영 공대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장 시급한 것은 현재 혼란을 겪고있는 교육현장 전반의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안을 위한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런데도 경기지역의 교육시민 제단체로 이뤄진 공대위에 일언반구 의견도 구하지 않고 관제 토론회 성격의 조례제정 토론회를 강행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교육청은 학교 구성원들을 갈라치기로 니편 내편 편가르기식 싸움을 부추기는 현 조례 제정 움직임을 당장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경기지부도 오는 9일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해당 조례안 제정에 따른 교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도교육청 "도의회 교기위 제안 따라 조례안 추진"

현재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법안은 '경기도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이다. 도교육청은 임태희 교육감의 취임 이후 주요 공약인 '인성교육' 강화 기조에 맞춰 기존 시행 중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보완을 준비해왔다.

이후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서이초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교권 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 시기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 추진계획을 밝혔다. 당시 도교육청은 기존 학생인권조례 명칭을 바꾸면서 자유와 권리의 한계, 책임에 관한 내용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께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는 "학교현장에서 교육공동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과 교원, 학부모를 모두 포괄하는 가칭 '도교육청 교육공동체 인권보호 조례 제정'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며 도교육청이 제안한 조례안 심의를 보류시켰다.

당시 도의회 교기위는 "새로운 조례 제정과 관련해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해달라"며 "필요할 경우에는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연구용역을 진행시키고 의회와 합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추진방향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수원=뉴시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전자회의록. (사진=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2024.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전자회의록. (사진=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2024.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에는 기존 시행 중이던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폐지와 관련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도교육청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총 4차례에 걸쳐 신규 조례안 제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TF에는 도의회 교기위 의원, 현직 교사, 도교육청 담당 부서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교육청은 지난 3일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만일 조례안이 시행되면 전국 최초로 광역의회와 함께 학생과 교원, 학부모 권리와 책임을 함께 담은 조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시도교육청 및 의회에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는 집행부 발의가 아닌 의원 발의 형식으로 이뤄졌다.

도교육청은 이번에 제정하는 조례안을 통해 학교의 교육활동을 위해 학교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보호자가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조례가 시행되면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는 부칙을 통해 자동 폐지된다.

학교구성원 조례안, 도의회 문턱 넘을까

도교육청은 오는 23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조례안을 마련해 전반기 의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6월 중으로 도의회 정례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도교육청은 오는 9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해당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한다.

다만 해당 조례안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시민사회단체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도의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최근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충남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잇따라 폐지되자 당 차원에서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해당 조례안이 통과되는 데 있어 도의회 민주당 쪽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도의회 원구성은 더불어민주당 77석, 국민의힘 76석, 개혁신당 2석 등 각각 비율로 구성됐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2023.07.2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2023.07.27. [email protected]


도의회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아직 기간도 남았고 집행부에서 준비하다 보니까 의원들한테 충분히 전달도 안 된 상태다. 이제 논의의 첫 장을 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충남과 선 긋는 임태희 "학생인권조례, 정치적 이슈되면 안 돼"

임태희 도교육감은 최근 도교육청이 준비하고 있는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것과 동일선상에서 비춰지는 데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임 교육감은 이러한 조례안 제정이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지 않도록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등 모두 2차례에 걸쳐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를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일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니까 국회에서 학생인권법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정치적 이슈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은 함께 성장하는 장이 돼야 한다. 여야 가르듯이 이를 정치적인 게임의 양성으로 보는 것은 정말 반교육적이고 비교육적인 시각"이라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학교당사자들이 서로 존중받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입장에도 일각에서 임 교육감을 향한 불신을 거두지 못하는 데는 그가 '보수교육감'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보수교육감으로서 처음으로 민선교육감에 당선됐다. 그동안 소위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던 경기도에서 첫 보수교육감이 탄생한 것이다.
[수원=뉴시스]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 전경.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06.16.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 전경.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06.16. [email protected]


경기도는 주민직선제에 의한 민선교육감이 맡은 이후로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9시 등교', '혁신교육' 등으로 진보교육감표 정책을 전국적으로 퍼뜨리는 주춧돌 역할을 맡아왔다.

이로 인해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교육단체에서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가 새로운 통합안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기존 법안에서 지켜왔던 교육적 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진강 전교조 경기지부장은 이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에서 "임 교육감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조례 제정 의미와 역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폐지하는 조례안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례안 추진은 학생인권과 교권 역사를 부정하고 교육과 인권 퇴행을 자행하는 교육감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