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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그리스 국민, 왜 빚더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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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7-14 07:48:37  |  수정 2016-12-28 15: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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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복지지출 보다 탈세·부정부패 등 국가시스템 미작동이 주범  그리스 GDP대비 복지지출 21%로 30%대 육박 독일· 북유럽국보나 낮아  하지만 조세부담률은 20% 초반으로 OECD 평균인 25.8%에 못 미쳐  지하경제비율도 25%로 미국(7%)에 비해 크게 높고 탈세 만연해 있어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와 한국 다음으로 근로시간이 긴 나라, 하지만 월간 최저 임금이 70만원 언저리에 불과한 나라, 지하경제는 발달했고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나라.

 요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리스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것은 과도한 복지지출보다는 탈세와 부정부패 등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 경제의 취약점들은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리스 국민들, 과연 놀고 먹는 배짱이일까?

 그리스가 빚쟁이로 몰려 글로벌 애물단지로 전락한데에는 그 동안 분수에 맞지 않는 과잉 복지 지출이 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수치로 보면 지난해 기준 그리스의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24.0%로 독일(25.8%), 덴마크(30.1%), 핀란드(31.0%), 프랑스(31.9%)에 비하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

 '배짱이'라기엔 근로시간도 길다. 그리스 국민의 근로 시간은 연간 2000시간이 넘는데 OECD에서 멕시코, 한국 다음으로 긴 3위 수준이다. 반면 그리스의 채무상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독일은 1400시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오래 일한다고 해서 국가와 국민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노동생산성이 높고 후진국의 생산성은 낮다고 알려져 있다.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나라 국민들이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못 펴고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리스 경제가 제조업이 떠받치는 힘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제조업 비율은 GDP 대비 한 자릿수대에 그치고 해운업과 관광업, 서비스업 등이 산업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던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심각해지자 배들은 항구에 정박해 있는 날이 많았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했다. 자영업자들의 수입도 급감했다.

 그리스를 디폴트 위기까지 오게 만든 점은 복지를 위한 국가재정지출이 과했다기 보다는 국가가 걷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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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지출 수준은 21%로 30%대에 가까운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보다 낮다. 그러나 그리스의 조세부담률은 20% 초반으로 OECD 평균인 25.8%에 못 미친다.

 지하경제 비율은 GDP의 25%에 달해 미국(7%), 프랑스(11%)와 비교해 크게 높고 탈세가 만연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세정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하지 않고 국민들의 납세 의식이 미성숙한 점이 그리스를 디폴트까지 몰고온 것이다.

 그리스가 복지병이 걸린 국가로 비난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은퇴 직전 임금 대비 연금 수령액'이 95%에 달한다는 점이다. 독일이 42%, 프랑스가 50% 수준이다. 

 만약 30년동안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 100만원을 받고 일을 시작해서 임금이 점점 올라 은퇴 직전 300만원을 받았다면 연금수령액은 300만원에 가까운 수준에서 받게 된다는 뜻이다. 언뜻 보면 채권국보다도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그리스 국민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연금 수령액을 두고 그리스의 전체의 복지 수준을 논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복지는 공무원 등 확실한 직업이 보장된 사람들에게만 돌아갔을 뿐 일반 국민과는 먼 얘기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는 적고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다 보니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을 과도하게 늘린 것이 국가 재정 부담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된 것은 분명 지적할 만한 점이다.

 ◇ 남의 집 불구경 하기엔 그리스와 닮은꼴 한국 경제

 그리스에서 다시 눈을 돌려 한국 경제를 바라보자. 장시간의 근로에도 불구하고 낮은 생산성,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하경제,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조세부담률. 우리 경제에서도 개선 사항으로 단골 등장하는 과제들이다.

 OECD에서 우리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개국 중 28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지하경제 국제 비교연구의 권위자인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24.7%로 그리스와 맞먹는 수준에 달한다.  

 심지어 조세부담률은 17.8%로 20%대인 그리스보다 낮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로 조세부담률을 21%선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지만 아직 목표치에 다다르려면 갈 길이 멀다.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나는 상황에서 근로자 절반이 면세인데 직장인 유리지갑만 건들일 수는 없고 법인세 인상도 불가하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히면서 별다른 세수확충 방안도 없는 실정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유럽 담당 연구원은 한국 언론들이 그리스 사태에서 복지 문제를 가장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가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민주국가가 된 기간이 얼마 안 된다"며 "부정부패와 탈세 등 사회에 만연한 비리를 제대로 척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상황이 악화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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