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치

安, 노원병 단일화 선긋기…野 복잡·與 느긋

등록 2013.03.11 19:25:40수정 2016.12.28 07:07:5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추인영 기자 =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직접 선언한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 일단 선긋기에 나서면서 야권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대신 새누리당은 야권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에 다소 느긋한 모습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지역주의를 벗어나서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의 씨앗을 뿌리고자 결심했다"며 노원병 출마를 직접 선언했다.

 그는 그러나 노원병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뜻을 가진 분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이미 노원병 공천방침을 밝힌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등 야권은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진보정의당에서는 이미 이 지역구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인 김지선씨가 출마선언까지 마치고 안 전 후보의 양보를 요구한 상태다.

 야권은 일단 안 전 후보의 출마선언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진보정의당은 진보정의당대로 노원병의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안 전 후보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대리인을 통해 출마선언을 한 것은 도의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안 전 후보에 맞설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입장이지만 고민은 깊다. 대선에서 안 전 후보가 후보직을 양보한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노원병 공천을 포기하고 안 전 후보를 밀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일방주의와 입법권 개입을 비판하고, 대여 공동전선에만 뛰어든다면 안 전 후보와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의 기대와는 달리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문제에 대해 "어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만 되는 상황인데 어느 한 쪽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서 먼저 모범적으로 푸는 쪽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놨기 때문이다.

 공천을 한다고 해도 누구를 내세울 지는 더 큰 문제다.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안철수 전 교수만큼의 인지도와 무게감을 갖고 있는 중량급 인사를 출마시켜야 하지만 불리할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시키겠다는 인물이 민주당 내에는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원병 보궐선거와 관련, "야권단일화도 민주당이 내놓는 후보가 안철수 전 교수와 (당선가능성)이 비슷해서 새누리당이 흐지부지 (당선)돼버린다는 조건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안철수 교수에 버금가는 강자를 내놔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나가려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의당은 일찌감치 안철수 후보와의 경쟁을 선포했다. 정의당은 노원병 지역구 탈환을 위해 김지선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김지선 후보는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이라는 것보다 노동운동과 여성인권운동, 지역자치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한 노동·지역·여성 운동 전문가로 중량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당은 특히 노회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이유가 안기부 X파일 녹취록을 공개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비리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명분도 갖고 있다. 때문에 안 전 후보의 노원병 출마는 정의당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김지선 후보는 지난 10일 출마선언에 나서 이와 관련, "안기부X파일 사건에 대한 국민 법정인 이번 선거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노원 주민의 힘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서도 "양보해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출마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이같은 김 후보의 요구에 대해 "저 이외에도 양보하시는 정치인들이 좀 더 많아지셨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거부했다.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아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 노원주민들은 부당한 대법원 판결로 유권자들 스스로가 선택한 노회찬 대표가 억울하게 의원직을 박탈당한 일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 진보정의당은 노원유권자들에게 심판을 구하겠다. 안철수 후보뿐만 아니라 어느 후보와도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노원병 지역이 이미 야권에 내어줬던 지역인 만큼 탈환하면 이득이고, 지더라도 본전 찾기인 셈이기 때문에 전혀 아쉬울 게 없다. 오히려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야권단일화에 대해 미리 차단막을 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대권주자의 반열에 있던 사람이 야당 텃밭에서 야권단일화나 연대를 해 승리한다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승리는 아닐 것"이라며 "민주당도, 진보정의당도, 새누리당도, 안 전 교수도 각자의 백넘버를 갖고 스스로의 비전과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