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회

"헬리콥터 맘 없인 불안"‥'마마 대학생들' 갈수록 는다

등록 2013.03.17 05:00:00수정 2016.12.28 07:09: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광주=뉴시스】안현주 기자 =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인 5일 오전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학교에서 새학기 첫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이 봄비를 맞으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ahj@newsis.com

대학가서도 중고교 때와 같이 부모 간섭 통제 그대로 받아  서울대상담실 "상담학생 증가세…독립없인 경쟁력도 없어"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외동아들인 대학생 김모(21)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줄곧 엄마가 짠 시간표대로 학교와 학원 등을 쉴 틈 없이 오갔다. 수능을 치르고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엄마의 입김이 셌다. 대학생이 되면 부모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강신청부터 심지어 동아리활동, 봉사활동까지 스펙관리 전반을 엄마가 관여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참한 것은 엄마 없이는 불안한 자신을 발견했을 때였다.

 #서울 명문대학에 다니는 여대생 이모(20)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딸이 성인이 됐는데도 걱정이 산더미인 엄마의 호출이다. 밤 시간이 되면 귀갓길 걱정에 문자메시지와 전화는 더 빗발친다. 이씨도 엄마에게 보고하는 게 익숙하다. 가끔 귀찮거나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엄마 의견이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갈수록 의기소침해지고 우울증 등의 증세가 심해지는 것은 걱정이다.

 자녀의 주위를 빙빙 돌며 취업, 학업 등의 사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모를 일컫는 '헬리콥터족'이 대학가까지 거세다. 대학생인 자녀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요, 일부는 자식 성적에 불만을 품고 대학 교수에 항의 전화를 건다.

 자연스레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어른아이'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학교 가는 길도 엄마에게 물어보는 이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 등 경제적 독립은 먼 훗날의 얘깃거리일 뿐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학생 절반 이상이 스스로 '마마보이', '마마걸'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839명(남 467명, 여 3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12.3%(남 13.9%, 여 10.2%)는 '매우 그렇다'고 말했으며 52.6%(남 49.0%, 여 57.0%)는 '어느 정도는 마마보이, 마마걸 기질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대학생은 35.1%(남 37.0%, 여 32.8%)에 불과했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12.3%는 부모에 대해 '사사건건 관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응답했고, 37.1%는 '중요한 일에는 꼭 간섭하며, (부모가) 어느 정도 '헬리콥터족' 기질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 취업 시장 악화와 맞물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20대 '캥거루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재된 20대 캥거루족에 대한 글에는 공감 댓글이 수백 개 달린다. 독립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부모 곁을 맴도는 세대적 비극이 본인의 삶을 그대로 본 뜬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의 한 상담전문가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독립하지 못하고 메어있는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단과대별로도 수십 건이다.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며 "대부분은 진로를 결정할 때 부모 간섭이 심해 갈등을 겪고 있는 사례지만 통금 시간, 교제 등 일상생활 전반에 통제가 심해 힘들어하는 학생도 종종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부모 의존도가 심한 학생은 문제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타인에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외톨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상담원은 "부모에게서 건강하게 심리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담이 필요한데 부모가 계속 통제를 하다 보니 자아 존중감이 떨어지고 학생 스스로 갈등 해결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대병원 장준환 정신과 교수는 "중·고등학교 때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상 대학에 와서도 청소년 시절에 머물러 있는 학생들이 많은 측면이 있다"며 "부모에게 의존하기보다 학교에서 마련한 멘토링 등의 독려 프로그램으로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자식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헌신한다지만 간섭과 통제가 지나칠 때에는 오히려 자식의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립심이 필요한 만큼 자율 결정권을 갖도록 부모가 자식을 믿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