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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사喝(할)]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2시간만에 '뚝딱'①

등록 2013.07.01 11:18:28수정 2016.12.28 0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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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뉴시스】= 뉴시스DB

홍콩서 버진아일랜드 법인 설립 체험 브로커가 간단한 서류·수수료 받고 OK 조세피난처 국가들 결국 수수료 장사 법인은 조세피난처에, 운영은 제3국서

【홍콩=뉴시스】김태겸 전형준 기자 = 조세피난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정한 35개국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은 바하마, 바베이도스, 벨리즈,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 쿡아일랜드, 도미니카, 지브롤터, 파나마, 몰디브, 서사모아, 통가, 바레인, 세인트루시아, 케이먼군도 등이 있다.

 이런 곳들이 최근 전 세계 부호들의 비자금 피난처로 활용된 사실이 속속 드러난데다 은닉자금 규모만 최대 21조달러(2경 3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연이어 보도한 영국령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BVI. British Virgin Islands=BVI)의 경우 정부가 법인들에게 별도의 세금은 부과하지 않는 대신 법인 설립 때 수수료 등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는 홍콩 현지에서 법인 설립 브로커를 통해 현지에 가지 않고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하는 절차와 법인 통장 및 인출카드 등 제작 과정을 취재했다. 

 취재진은 익명의 정보원으로부터 홍콩의 브로커를 소개 받아 출국 전 설립할 법인명과 관련 임원, 예치금액(수수료 및 소량의 통장잔고) 등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

 일단 법인명이 결정되면 법인 설립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나 현금 등을 준비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처음에는 최소 2인 이상의 임원 등기를 요구했으나 수수료가 조율되자 1인 법인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홍콩에 도착한 당일에는 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초 약속대로 다음날 아침 일찍 서로 연락을 취한 뒤 한 건물의 사무실로 찾아 갔다. 그곳에서 준비해 온 서류 일체와 수수료 등을 확인했다. 브로커는 혹시 위장한 수사기관이나 취재진이 아닌지 의심을 한 듯 몇 가지를 상세히 물어 보고 나서야 마음을 놓고 다음 장소인 통장 개설 은행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이미 법인 설립 신청은 끝마친 상태란 걸 통보 받았다. 가져온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동시에 법인 설립이 성립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송금하는 걸로 간단히 조세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자신의 법인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법인 설립 때 최초 등기 임원이 반드시 동석해야 한다는 통보와는 달리 브로커들은 해당 은행에서 취재진을 구석에 잠시 앉혀 놓았다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인을 받아 가더니 뭔지 모를 일체의 서류를 넘겨줬다. 한 은행원이 찾아와 직접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서야 버진 아일랜드에 법인이 설립됐고 거래 통장이 개설된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이들은 법인 설립 수수료를 받는 게 목적이었고 수수료를 버진 아일랜드쪽에 송금하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법인 설립이 끝나자 현지 브로커들은 홍콩이나 회사가 설립된 지역에서 영업을 하지 않고 설립자 신분만 밝히지 않는다면 조세면세지역에 설립된 국제 비즈니스 회사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 법인의 내역이나 회사 정보는 어떤 상황에서도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홍콩에서 해외회사를 설립하면 법인의 은행계좌(역외 구좌)를 현지에서 개설할 수 있고 홍콩 외 지역에서 실질적 업무(금융 제외)를 할 경우 홍콩 세무국(IRD)에서 시행하는 연간 회계 및 감사의 의무를 피해갈 수 있다고 했다.

 조세피난처 법인들은 해당 지역에 국제비즈니스 회사를 설립한 후 최소한의 연간 법인 등록비와 행정관리비용만으로 법인을 꾸려가며 사후에 정부에 제출하는 회계감사나 세금 등의 자료는 필요 없는 게 특징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유명회사들이 법인세를 아끼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해외회사를 설립한다.

 따라서 구매가 홍콩에서 이뤄지지 않는 단순한 금융거래나 결제만 이뤄지는 형태인 국제중계무역거래, 커미션거래, 은행 계좌, 신탁, 기금 등의 보유, 회사주식 보유, 부동산 신탁 보유와 같은 사업거래의 경우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 조세면세지역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홍콩에 법인구좌를 개설해 사업 및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또 브로커는 이 홍콩 은행에서 발행되는 인출카드는 일반적인 국내 은행 인출카드와는 달리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ATM기기만 있으면 현지에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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