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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명의]국내 '폐 이식 권위자'... 백효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장

등록 2013.10.23 10:32:35수정 2016.12.28 08: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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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흉부외과, 고생 심하다는 외과에서도 '특전사' 대접" "장기 기증 기다리다 스러져가는 환자 가장 안타까워"



【서울=뉴시스】민숙영 기자 = "흉부외과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서 소수의 전공의들이 너무나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환자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죠. 힘들다고 기피하면 누가 국민건강을 책임지겠습니까."

 백효채(56)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장은 1990년 흉부외과 전문의로 시작해 24년째 흉부외과에 몸담고 있다. 백 교수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폐 이식'.

 1996년 낯설기만 했던 폐 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한 이래 82건의 폐 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폐 이식은 국내에서 시작된 지 18년 정도가 된 현재도 아직 다른 장기보다 이식환자가 적다. 폐는 다른 장기에 비해 이식 후 경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이식 직후부터 대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감염발생율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 기증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기증자가 나타나도 실제 폐를 사용할 수 있는 확률은 15~20% 사이. 생체 폐 이식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한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생체 폐 이식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법률이 통과되지 않아 뇌사자의 폐로 이식을 한정하고 있다.

 "적절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환자는 폐 기증을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나빠지고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막상 폐이식 가능자가 나타났을 때는 환자는 이미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거나 인공폐(에크모)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활동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이식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술 경과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아 뇌사자의 폐를 기증받아 폐이식을 하고 있습니다.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다면 가종 중 누군가는 기증을 하고 이식할 수 있으니 적절한 시기에 이식할 수도 있을 텐데...아쉽죠."   

 아직 척박한 환경이지만 폐질환자를 위한 백 교수의 노력은 '최초'라는 사례를 거듭하며 무서운 성과를 내고 있다. 2011년에는 백혈병 환자에 폐이식을 성공했다. 이후 2012년 인도인 폐질환자에 한국인의 폐를 이식하는 등 폐이식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쌓아 나가는 중.

 백 교수의 이런 성과에는 적은 인력에도 일당백을 하는 흉부외과전문의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벌써 몇 년 째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 진료과목은 전공의 미달되고 있다. 그중 흉부외과는 5대 상급병원에서 모두 미달된 곳으로 특히 기피현상이 심하다.

 전공의는 점점 줄어들고 어려운 환경은 계속 되는 악순환. 남아 있는 소수의 전공의들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본 인턴들에게는 소위 '고생 심한 곳'으로 낙인찍혀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흉부외과 전공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수의 인력이 많은 중환자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고생이 많죠. 학생이나 인턴들이 보기에는 '하고는 싶지만 고생이 심해 기피할 수밖에 없는 곳'이 됐습니다. 흉부외과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보람있는 곳입니다. 힘들다고 모두 피한다면 누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습니까.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의료인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좋은 정책이 나와 흉부외과 기피 현상이 해소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백 교수는 최근 후학들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는 선배들을 보며 '힘들지만 도전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백 교수는 이들에게 가장 힘든 과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다행스럽게도 요새는 학생이나 인턴들 사이에서 힘들어도 하고 싶은 과를 지원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아마 향후에는 전공의 지원자가 증가하지 않을까...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용기있는 후학들에게 '외과 중에서도 가장 힘든 흉부외과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분명히 보람있는 곳이니 힘들어도 이 일을 즐기면서 하다보면 모든 것이 보상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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