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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 신당·거여역도 외국인 관광지구나…'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등록 2014.04.02 07:41:00수정 2016.12.28 12: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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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신간 '찰리와 리즈의 서울지하철 여행기'의 작가 찰리 어셔가 1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 서울셀렉션 북샵에서 출간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04.01.  mirage@newsis.com

【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신간 '찰리와 리즈의 서울지하철 여행기'의 작가 찰리 어셔가 1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 서울셀렉션 북샵에서 출간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04.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20대 초반부터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지낸 찰리 어셔는 2006, 2007년 우연히 한국에 들렀다. 우연이 인연을 만든 모양이다. 한국 사람과 한국 음식을 잊지 못하던 그는 2009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미국인의 목적은 한국의 진짜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서울 여행을 위해 그는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한국 탐험을 하기로 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사진가 리즈 아델 그뢰센과 함께했다.

 이들은 서울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지하철로 서울 발견하기'를 시작했다. 범위가 넓고 값이 싼 지하철은 찰리와 리즈에게 최고의 여행 수단이었다. 그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마음 내키는 곳에 내리기도 하고, 무수히 가본 역 중 하나를 고르기도 했다. 그렇게 1주에 한 역씩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서울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한 주 한 주 써내려가던 글을 출판사 서울셀렉션이 책으로 만들기로 했고, 그렇게 '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가 탄생했다.

 '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는 외국인들이 서울을 찾으면 찾는 강남이나 이태원, 홍대앞 같은 곳에 대한 여행기가 아니다. 둘은 정작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가보지 못한 서울의 모습을 이 책에 담았다. 그들의 여행지에는 명동역과 서울역, 상수역도 있지만 거여역과 문래역, 남구로역 같은 장소도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 또한 서울을 보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시선을 담으려고 했어요. 도시 속에서 산다고 해서 그 도시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도시에 대한 '앎'은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게 아니라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신간 '찰리와 리즈의 서울지하철 여행기'의 작가 찰리 어셔가 1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 서울셀렉션 북샵에서 출간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04.01.  mirage@newsis.com

【서울=뉴시스】김영욱 기자 = 신간 '찰리와 리즈의 서울지하철 여행기'의 작가 찰리 어셔가 1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 서울셀렉션 북샵에서 출간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04.01.  [email protected]

 찰리는 지하철로 서울을 여행하는 일을 옛 사진을 찾는 것에 비유했다.

 "크고 좋은 집에 사는 친구네에 놀러 갔다고 생각해봐요. 집의 외관을 구경하는 것이 그 집을 이해하는 전부는 아니죠. 제가 보고 싶은 것은 그 집과 친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오래된 가족사진입니다.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낡은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찰리가 말하는 낡은 사진은 본다는 것은 서울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가 말한 서울의 맨 얼굴은 부정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선입견을 지워나가는 과정이었다.

【서울=뉴시스】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서울=뉴시스】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서울에는 큰 건물과 아파트만 있는 줄 알았죠. 하지만 지하철 여행을 하면서 서울에도 녹지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방이역 주변과 올림픽 공원, 양재역 시민의숲 같은 곳 말이에요."

 이뿐만 아니다. 서울에 익숙해졌다고 느꼈을 즈음 찾은 신당역은 찰리에게 문화적 충격을 줬다. 외국인이라고는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고, 시간이 멈춘 듯한 중앙시장의 모습에서 '내가 정말 낯선 곳에 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거여역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전에는 알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매번 화장한 얼굴만 보여주던 여자가 맨 얼굴을 보여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니 서울은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서울을 끊임없이 예찬하는 찰리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 그는 서울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아쉽다"고 답했다. "상수와 합정을 사랑했습니다. 그곳만의 분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유명 의류매장이 들어왔죠. 한국의 고유한 분위기를 잃어버리는 게 안타까워요."

【서울=뉴시스】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서울=뉴시스】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찰리의 서울 여행은 이 책 한 권으로 끝난 게 아니다. "서울에서 사는 한 서울 지하철 여행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미국을 돌아갈 때 이 일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나타나 주기를 바란다"는 마음이다.

 "여행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죠. 이를 통해서 내가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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