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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시사 할(喝)]곤경에 빠진 연예인도 시청률의 먹잇감 ?

등록 2014.07.17 08:58:17수정 2016.12.28 1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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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졸음운전 사고위기까지 그대로 방영 출연자 '인권'보다 시청률이 우선  

【전국=뉴시스】시사할 취재팀 = 최근 모 방송사는 ‘마약스캔들’에 연루된 한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편집 없이 연이어 방송에 내보냈다. 졸음운전뿐 아니라 교통사고 직전의 모습에다 심지어 욕설을 퍼붓는 장면까지… .

 방송내용은 이랬다.

 SBS ‘일요일이 좋다’ 룸메이트(신성우, 이소라, 박봄, 이동욱, 조세호, 찬열, 나나, 서강준, 박민우, 송가연, 홍수현) 최근 방송분에서 출연진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캠핑카를 타고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서강준과 박민우, 박봄, 홍수현, 송가연 등이 한팀인 강준 팀은 공교롭게도 에어컨이 고장난 차를 타게 되면서 운전자 박민우가 꾸뻑꾸뻑 졸음운전을 한 게 논란이 됐다.

 박민우의 졸음운전으로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은 편집 없이 그대로 방영됐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강준이 박민우를 깨우면서 다행히 사고는 모면했다. 하지만 당시 차 안에 있던 출연자들은 놀라 비명을 질렀고 특히 박봄은 순간 저도 모르게 욕설을 해 방송에선 ‘삐~’ 묵음처리됐다.

 이 같은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계속 졸음과 불편을 호소하던 출연자에게 왜 무리하게 차량을 운전하게 했을까” “에어컨도 작동되지 않는 차량을 왜 준비시켰을까”

 아무리 연출이라 해도 이처럼 졸음운전 사고 직전에 이르도록 방치한 제작진은 미필적 고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박민우는 방송을 통해 맴버들과 시청자들에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멤버들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방송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최근 암페타민 마약스캔들에 휘말려 논란이 된 박봄이었다. 곤경에 빠진 연예인에 대한 일말의 배려 없이 적나라하게 방송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4년 전 암페타민을 반입하다 입건유예 된 박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박봄 출연 분량은 편집 없이 2주째 방송이 되고 있다.

 그간 방송은 마약, 도박, 기타 사고 등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들의 경우 자의든 타의든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고 해당 출연분은 편집처리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박봄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제작진은 후폭풍이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방송을 강행한 듯하다. 이미 뉴스를 통해 박봄 스캔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시청자들이 오히려 의아해할 정도였다.

 결국 이날 졸음운전 사고 직전 놀란 박봄이 욕설을 한 장면까지 방송되면서 마약반입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 박봄은 연일 언론과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봄 입장에서는 자신의 출연분량이 편집되었더라면 지금처럼 비난이 거세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여길만 하다.

 누리꾼들은 ‘제작진의 횡포. 보는 내내 불안하고 불편했다’ ‘될 수 없는 리얼을 억지로 만들려 하면 사고는 필수’ ‘박민우씨가 스케줄이 많은 것도 아니고 피곤해서 졸음운전 했을까?’  ‘졸음운전? 자기컨디션이 어떤지도 모르고 운전을 해? 졸음운전이 자살행위라는 거 모르나?’ ‘너무 자극적으로 가는 게 아닌지’ ‘저게 설정이라면 제작진은 정말 나쁜*들인 거다’ ‘세월호사고도 있고 지금 같은 때에 다음주 예고도 왠지 낚시 같은 느낌’ 등 방송사와 제작진을 향해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시청해야 할 예능 프로그램. 도를 넘은 자극적인 막장 방송으로 이슈를 만들어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얄팍한 전략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청률이라는 숫자에 지배되면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실종되고 아슬아슬한 수위의 자극적인 내용들이 부각되고 있다. 시청률로 모든 가치가 평가되는 삐뚤어진 방송 문화에서 시청자와 출연자들의 인권은 사라지고 있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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