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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곤충떼의 습격' 추석 앞두고 해남 농민들 한숨

등록 2014.08.31 16:47:49수정 2016.12.28 13: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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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뉴시스】류형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의 들녘에 나타난 메뚜기떼가 벼 잎을 갉아 먹고 있다. 메뚜기떼는 '풀무치 약충'으로 추정되고 수십억 마리의 곤충떼가 영양분을 생산하는 벼 잎을 갉아먹어 추후에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4.08.31.  hgryu77@newsis.com

【해남=뉴시스】류형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의 들녘에 나타난 메뚜기떼가 벼 잎을 갉아 먹고 있다. 메뚜기떼는 '풀무치 약충'으로 추정되고 수십억 마리의 곤충떼가 영양분을 생산하는 벼 잎을 갉아먹어 추후에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4.08.31.  [email protected]

【해남=뉴시스】류형근 기자 = "태풍, 강풍 피해는 입어 봤지만 곤충떼(메뚜기과 풀무치 추정)로 인해 농사를 망친적은 처음입니다"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 녹색 들판에 선 농부 민부기(70)씨가 표정이 심상치 않다. 메뚜기떼가 영양분을 생산하는 잎을 비롯해 낟알까지 갉아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민씨는 "현재 자라고 있는 잎은 벼에 영양분을 40% 가량 공급할 정도로 중요한데 곤충떼가 먹어치워 버려 올해 농사는 여기서 끝"이라며 긴 한 숨을 내쉬었다. 

 또 "나락의 여문 정도가 현저하게 떨어질 것 같다"며 "벼 한 줄기에 대략 80에서 120개의 나락이 붙어 있는데 반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민씨가 곤충떼를 확인한 것은 지난 29일 오후.

 추석을 앞두고 벼의 성장상태를 살피기 위해 논에 들른 민씨는 농로가 검게 변해버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4㎝ 크기의 곤충떼가 한창 자라고 있는 벼에 달라붙어 잎과 낟알을 갉아먹는 것을 보고 박멸하려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그는 "손으로 휘휘 저어도 보고 소리도 질러봤는데 곤충떼들이 이리저리 옮겨다닐 뿐 사라지지 않았다"며 "수 십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 같은 장면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해남=뉴시스】류형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의 들녘에 나타난 메뚜기떼가 방제를 피해 논두렁에 모여들었다. 메뚜기떼는 '풀무치 약충'으로 추정되고 수십억 마리의 곤충떼가 영양분을 생산하는 벼 잎을 갉아먹어 추후에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4.08.31.  hgryu77@newsis.com

【해남=뉴시스】류형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의 들녘에 나타난 메뚜기떼가 방제를 피해 논두렁에 모여들었다. 메뚜기떼는 '풀무치 약충'으로 추정되고 수십억 마리의 곤충떼가 영양분을 생산하는 벼 잎을 갉아먹어 추후에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4.08.31.  [email protected]

 이날 현재까지 덕호리 들녘에 나타난 곤충떼로 인해 5㏊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남농업기술센터는 신고를 받은 뒤 매일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보통 한 차례 방역을 하면 5~7일 뒤에 추가 방제를 하지만 현재 덕호리 들녘에 수십억 마리의 곤충떼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사흘 동안 3차례나 실시했다.

 상당 수의 곤충이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기술센터는 추가 방제작업을 계획 중이다.

 해남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담당 안병용(58) 계장은 "이 곳에서 곤충떼가 농작물을 습격한 사례는 처음이다"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곤충떼가 몰려 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견되고 있는 곤충떼는 날개가 없는 유충 상태이다.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방제작업을 서둘러 하고 있다"며 "친환경 재료로 만든 살충제다 보니 방제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덕호리 들녘 곳곳은 곤충의 사체로 가득차 있다. 반면 살아있는 곤충은 논과 풀숲을 옮겨다니며 그 피해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해남=뉴시스】류형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의 들녘에 나타난 메뚜기떼가 벼 잎을 갉아 먹고 있다. 메뚜기떼는 '풀무치 약충'으로 추정되고 수십억 마리의 곤충떼가 영양분을 생산하는 벼 잎을 갉아먹어 추후에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4.08.31.  hgryu77@newsis.com

【해남=뉴시스】류형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의 들녘에 나타난 메뚜기떼가 벼 잎을 갉아 먹고 있다. 메뚜기떼는 '풀무치 약충'으로 추정되고 수십억 마리의 곤충떼가 영양분을 생산하는 벼 잎을 갉아먹어 추후에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4.08.31.  [email protected]

 민씨의 논을 검게 덮었던 곤충떼도 대부분 죽었지만 아직도 일부가 살아남아 잎과 낟알을 갉아먹고 있었다.

 안 계장은 "향후 피해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군은 지난 28일 나타난 메뚜기 종(種)을 파악하기 위해 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원에 의뢰한 곤충은 메뚜기과의 '풀무치 약충'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풀무치는 보통 4.5~6㎝이나 가끔 7㎝가 넘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보호색으로 몸 빛깔을 바꿀 수 있어서 갈색형이 되기도 하고 녹색형이 되기도 한다.

 해남의 곤충떼는 0.5~4㎝ 크기로 이제 막 허물을 벗고 나온 유충 형태로 날지는 못한 상태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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