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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초점]2014 부산비엔날레, ‘비엔날레’ 맞습니까?

등록 2014.09.21 16:50:16수정 2016.12.28 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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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14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18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장에서 스패프들이 치하루 시오타 작가의 작품 '축적-목적지를 찾아서'의 설치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14 부산비엔날레는 오는 19일 언론공개, 20일 개막식을 가진 뒤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주제로 11월 2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에서 30개국의 작가 160여 명(팀)의 작품 380여 점을 전시한다. 2014.09.18.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유상우 기자 = ‘2014 부산비엔날레’는 출발부터 불안했다.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공동감독 제안과 전시감독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으로 사퇴하며 파행이 시작됐다. 애초 전시감독으로 선정된 부산 출신 전시기획자 김성연씨의 사퇴로 프랑스 출신 올리비에 케플링이 이끌었으나 부산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은 ‘비엔날레 보이콧’ 선언을 하며 사태는 확산했다. 제대로 된 비엔날레를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역시나 20일 개막한 부산비엔날레는 ‘비엔날레’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전시 구성이나 내용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 그 자체다. 실험성과 지역성, 젊은 미술가 육성이라는 애초 의도에서도 벗어났다. 신선하거나 실험적인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작품 채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기획전 수준”이라는 평들이 쏟아진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차려놓은 본 전시 참여 작가 77명 가운데 26명은 케플렝 전시감독의 출신 지역 작가들이다. 한 국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개막 전날 이에 대한 항의로 부산문화연대 여성 회원이 프랑스 옷을 입고 바게트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014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18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장에서 스패프들이 필라 알바라신 작가의 작품 '당나귀'의 설치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14 부산비엔날레는 오는 19일 언론공개, 20일 개막식을 가진 뒤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주제로 11월 2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에서 30개국의 작가 160여 명(팀)의 작품 380여 점을 전시한다. 2014.09.18.  yulnetphoto@newsis.com

 본 전시 가운데 그나마 볼만한 작품은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치하루 시오타의 ‘축적-목적지를 찾아서’(2014)다. 빈티지 여행 가방 200여 개를 천장에 매단 설치 작업이다. 구름처럼 떠있는 가방 일부에 모터 장치를 장착, 불안정하게 진동하며 움직이는 키네틱적 요소가 첨가됐다. 오늘날 중요 이슈인 노마딕 주체의 무장소성, 유랑에 의한 불안정성, 미래의 불확실성을 메타포 한다.

 스페인 출신 필라 알바라신의 ‘당나귀’(2010)도 눈길을 끈다. 박제된 당나귀가 책더미로 은유된 무덤 위에 서서 책을 읽는 작품으로 실존에 대한 불안감과 욕망을 가시화했다. 순환과 윤회, 영원의 의미를 상징하는 원의 종교적 설치 작업인 김수자의 ‘호흡: 만다라’, 공중에 설치한 모빌 작업을 보여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베네수엘라 작가 엘리아스 크레스팽의 작품 등도 주목된다.

【서울=뉴시스】왕마이 '부산 해협(Busan Strait)'

 본 전시와 함께 두 개의 특별전도 마련됐다. 이 가운데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 전은 구색 맞추기 수준이다. ‘비엔날레 아카이브’란 제목으로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열린 비엔날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의 당시 출품작을 보여주는 특별전으로 이건수씨가 기획했다.

 그러나 참여 작가들의 실물자료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당시 자료를 스캔해서 가져다 놓거나 최근 대표작을 걸어 놓기도 했다. 국내 작가들의 비엔날레 진출 50년을 되돌아본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전시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내용은 비엔날레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장소에는 구본창, 권오상, 김수자, 김창열, 박서보, 육근병, 윤명로, 정연두, 최만린, 최우람 등 48명의 작품 109점으로 채웠다.

【서울=뉴시스】2014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올리비에 케플렝(좌), 권달술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우)

 ‘비엔날레다운’ 전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리우춘펑)과 일본(하나다 신이치), 한국(서준호), 싱가포르(조린 로)에서 추천된 신진 큐레이터의 협업으로 구성된 ‘아시아 큐레토리얼’ 전은 볼만하다. ‘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란 주제로 4개국과 그 주변 지역인 9개국 36명(팀)의 작품 40여 점으로 채웠다. 비디오, 설치, 조각, 사진, 회화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인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비좁기는 하지만 실험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란 제목으로 출발한 부산비엔날레는 11월 2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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