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2014 부산비엔날레, ‘비엔날레’ 맞습니까?
역시나 20일 개막한 부산비엔날레는 ‘비엔날레’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함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전시 구성이나 내용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 그 자체다. 실험성과 지역성, 젊은 미술가 육성이라는 애초 의도에서도 벗어났다. 신선하거나 실험적인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작품 채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기획전 수준”이라는 평들이 쏟아진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차려놓은 본 전시 참여 작가 77명 가운데 26명은 케플렝 전시감독의 출신 지역 작가들이다. 한 국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개막 전날 이에 대한 항의로 부산문화연대 여성 회원이 프랑스 옷을 입고 바게트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스페인 출신 필라 알바라신의 ‘당나귀’(2010)도 눈길을 끈다. 박제된 당나귀가 책더미로 은유된 무덤 위에 서서 책을 읽는 작품으로 실존에 대한 불안감과 욕망을 가시화했다. 순환과 윤회, 영원의 의미를 상징하는 원의 종교적 설치 작업인 김수자의 ‘호흡: 만다라’, 공중에 설치한 모빌 작업을 보여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베네수엘라 작가 엘리아스 크레스팽의 작품 등도 주목된다.
그러나 참여 작가들의 실물자료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당시 자료를 스캔해서 가져다 놓거나 최근 대표작을 걸어 놓기도 했다. 국내 작가들의 비엔날레 진출 50년을 되돌아본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전시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내용은 비엔날레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장소에는 구본창, 권오상, 김수자, 김창열, 박서보, 육근병, 윤명로, 정연두, 최만린, 최우람 등 48명의 작품 109점으로 채웠다.
전시 공간인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비좁기는 하지만 실험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란 제목으로 출발한 부산비엔날레는 11월 2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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