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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극으로 코피노의 삶 한층 더 가까이…경희대 '오페라마 코피노'

등록 2014.12.21 06:00:00수정 2016.12.28 13: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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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페라와 드라마를 결합한 퓨전 공연예술 '오페라마'를 만든 정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경희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2014.12.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페라와 드라마를 결합한 퓨전 공연예술 '오페라마'를 만든 정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경희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2014.12.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더욱 쏘아대며) 아버지를 왜 찾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너를 만들고 버린 네 아버지는 아마 너를 별로 반기지 않을 텐데? 생각을 해봐. 네 아버지가 너를 원해서 만들었을까? 넌 그냥 버려진 아이일 뿐이야. 처음부터 만들어진 이유? 그딴 게 있을 것 같나?"

 조명이 강의실 앞쪽에 마련된 무대를 비췄다.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에 임했다. 연출을 담당한 학생은 무대 오른편에서 대본을 넘기며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다른 배역을 맡은 학생들은 무대 한쪽에 줄지어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너 같은 존재가 이 세상에 너 하나일 것 같나? 너만 가슴 아프고 너만 비련의 여주인공 같나? 코피노만 해도 3만 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멍청한 짓 하지 말고 네 나라로 돌아가. 아, 그리고 정 내가 아버지라고 생각한다면 유전자 검사를 해보든지."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 307호 강의실. 정경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와 학생 70여명이 오는 22일 '오페라마' 공연을 앞두고 열띤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페라마는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오페라와 미국에서 시작한 드라마를 융합한 현대 예술 장르다. 바리톤으로 활동하는 정 교수가 지난달 3월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마쳤다.

 4회째인 이번 공연은 '코피노(KOPINO)'가 주제다. 코피노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일컫는 말이다. 코피노를 낳은 한국인 남성들이 양육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아 국내외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정 교수는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만 경제 대국이 된 뒤 우리도 약소국에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며 "처음 주제를 정할 때 학생들이 스스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피노가 3만여명 정도 된다고 한다"며 "자피노(JAPINO)는 일본에서 양육비를 댄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페라와 드라마를 결합한 퓨전 공연예술 '오페라마'를 만든 정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경희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12.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오페라와 드라마를 결합한 퓨전 공연예술 '오페라마'를 만든 정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경희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12.20.  [email protected]

 정 교수는 지난 1월과 4월에 필리핀 세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코피노를 키우고 있는 한 필리핀 여성은 잘사는 나라인 한국에서 온 남성의 자식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반면 분노에 넘쳐 한국인을 만나면 반드시 살해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 교수는 "더 놀라웠던 점은 필리핀 여성들이 코피노의 아버지인 한국 남성의 이름조차 몰랐던 것"이라며 "한 여성이 코피노 아버지에게 이름과 주소, 나이를 적어달라고 해서 받은 종이를 살펴보니, 그 남성이 한글로 욕을 써놨다"고 전했다.

 이어 "한글을 알지 못하는 필리핀 여성들은 실제로 이름이 적힌 줄 알고 평생 그 종이를 품고 산다"며 "당장 이슈화되지는 않았지만 코피노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코피노에 관한 사전 조사와 대본 작성, 연출, 연습, 홍보 등을 직접 진행했다. 학교 캠퍼스는 물론 이태원과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이 코피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이 내용을 공연에 반영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코피노 문제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사회에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미 교육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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