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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린이 놀이터도 빈부격차'…영세 주택단지 놀이터 사라진다

등록 2015.01.10 06:00:00수정 2016.12.28 14: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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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박희송 기자 = 한국철도시설공단은 7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장미아파트 앞 어린이 놀이터를 보수하고 새 단장하는 '아름다운 놀이터 가꾸기'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계환 경영지원안전실장, 최승선 품질안전경영처장이 대전 대화동 장미아파트 놀이기구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photo@newsis.com

【대전=뉴시스】박희송 기자 = 한국철도시설공단은 7일 대전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장미아파트 앞 어린이 놀이터를 보수하고 새 단장하는 '아름다운 놀이터 가꾸기'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계환 경영지원안전실장, 최승선 품질안전경영처장이 대전 대화동 장미아파트 놀이기구에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곽치원 기자 = "안 그래도 집 주변에 아이들 놀 공간이 없는데…걱정이죠"

 서울 노원구 S맨션에 사는 주부 양모(34)씨는 요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양씨의 일곱 살배기 아들이 즐겨 놀던 집 앞 놀이터가 철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양씨는 "지은 지 오래된 놀이터라 시설이 열악해 불안하긴 하지만 집 앞에 있어 아이를 데리고 자주 놀러가곤 한다"며 "지금도 좋은 아파트 놀이터와 비교되는 게 사실인데 놀이터가 아예 사라지게 되면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민안전처는 어린이 사고예방을 위해 개정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오는 26일부터 시행한다. 시행일 전까지 설치검사를 받지 못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게 되며, 검사를 받았다 하더라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용금지처분을 받아 폐쇄하거나 철거해야 한다.

 어린이놀이시설법은 어린이 놀이시설 이용에 따른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목적으로 지난 2008년 제정됐다. 그 동안 지자체와 민간 아파트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수차례 시행을 늦추다가 올해 1월로 시행 시기를 못 박았다.

 어린이놀이시설법이 제정된 이유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사고 문제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놀이터의 어린이 안전사고 발생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7~14세 어린이 안전사고 중 1개월 이상 치료기간이 소요되거나 사망한 중상해 사고(548건) 중 23.4%(128건)가 놀이터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말 국민안전처의 어린이놀이시설 설치검사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은 총 6만2989개로 그 중 89.9%(5만6609개)가 설치 검사를 통과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시공원의 경우 전국 8366개 놀이시설 중 8249개가 설치 검사에 합격했다. 검사 합격률이 무려 98.7%다. 어린이집(97.8%), 학교(98.5%), 유치원(94%) 등도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반면 민간 주택단지의 경우 전국 3만1005개 놀이시설 중 2만5547개가 설치 검사를 통과해 82.4%의 합격률을 나타냈다.

 문제는 민간 주택단지 중 세대 수가 적은 오래되고 영세한 주택단지의 불합격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놀이시설 공사비용이 평균 2000만원대에서 많게는 5000만원대에 이르는 탓에 영세 주택단지 중 상당수가 공사를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양산=뉴시스】안지율 기자 =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도원 특별점검반은 26일 양산시 관내에 2009년 이전 설치돼 노후화된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한 시설물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안전보건 경남동부지도원 제공)  photo@newsis.com

【양산=뉴시스】안지율 기자 =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도원 특별점검반은 26일 양산시 관내에 2009년 이전 설치돼 노후화된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한 시설물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안전보건 경남동부지도원 제공)  [email protected]

 이로 인해 영세 주택단지에 사는 어린이들은 놀이터 부재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노는 놀이터마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가정아동학과 진미정 교수는 "도시에서 점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며 "특히 영세 주택단지의 사정을 고려해 놀이터 보수·관리에 대한 어느 정도 공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국민안전처는 영세 주택단지에 대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특별한 대안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공공시설의 경우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을 하지만 민간 시설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검사 이행을 위해 현장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다수의 영세 주택단지 놀이터의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주택법 43조 9항에 의거해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여기에는 어린이 놀이시설 관리도 포함된다.

 하지만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한 지원금이 충분히 편성되지 않아 많은 놀이터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원 금액이나 범위 등은 각 지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에 국토부에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며 "국민안전처의 어린이 놀이시설법과 관련해 따로 놀이터 보수공사에 예산을 더 편성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놀이터가 폐쇄되거나 철거된 후에는 주로 성인들을 위한 체육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즉 어린이들이 놀 공간은 점점 좁아지는 셈이다. 반면 국민안전처는 놀이터가 사라지더라도 지자체가 관리하고 설치검사를 통과한 주변 놀이시설을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할 뿐이다.

 한국도시연구소 박신영 박사는 "부처 간 협력해 공동주택 관리 비용 지원금을 영세 주택단지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시설 보수에 사용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도 있다"며 "공동주택단지에서 놀이터가 가지는 의미를 감안했을 때 입주민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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