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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극 '푸르른 날에' 떠나는 이명행 "5·18 아픔 아직 안끝나 "

등록 2015.04.23 10:23:07수정 2016.12.28 14: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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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fufus@newsis.com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1일 오후 햇살이 따뜻한 남산예술센터 내 카페에 소설 책 한권이 놓여 있었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2014)다. 1980년 5월 광주에 있던 이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연극배우 이명행(40)이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었다. "'푸르른 날에'를 본 관객 분이 선물로 주셨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 출연을 앞두고 있는 그가 말했다.  

 신시컴퍼니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손잡은 이 연극은 올해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만 시즌 5번째를 맞는다. 이명행을 비롯해 김학선, 정재은 등 초연배우들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쉼표를 찍기로 했다.  

 "'소년이 온다'를 읽는데 '푸르른 날에' 처음 만들 때가 떠올랐다. 고선웅 연출님, 배우들과 함께 극단(극공작소 마방진)에 모여서 5·18 관련 비디오 테이프를 봤다. 독일 기자가 찍은 비디오 등이 있었는데 참담하고 슬펐다."  

 '푸르른 날에'는 2011년 초연 이후 '5월의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작가 정경진의 희곡으로 '제3회 차범석 희곡상'을 받았다.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을 표방한다. 5·18이라는 비극을 다루면서도 발랄한 에너지를 마음껏 뽐낸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전 회 매진을 기록했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fufus@newsis.com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email protected]

 5·18 민주화운동 속에서 꽃핀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 년의 인생 역정을 구도(求道)와 다도(茶道)의 정신으로 녹여냈다. 이명행은 5·18 포화 속에서 '비겁하게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오민호'를 연기해왔다. 

 2013년 세 번째 시즌 개막날이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두 번째 시즌을 치렀지만 오프닝 날이라 다들 긴장했다. 그런데 객석이 꽉 찼고, 커튼콜 때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막 눈물이 나오더라. 배우들이 참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 거다. 과거의 상처를 보듬어만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대를 대면하게 해주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세월호 참사'와 계속 겹쳐진다고 털어놓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마음이 아프다.  5·18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니까. 처음에 이 공연을 할 때만 해도 내게는 과거의 일이었다. 공연을 올리면서 30년 전 사건이 아니라 아직 아픔이 산재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지난해 첫 광주 공연이 큰 깨달음을 줬다. "당시 지인을 통해 광주 토박이 분을 만났다. 그분께 '우리 연극이 5·18을 다룬 작품인데 잘 만들었어요. 한번 보러 오세요'라고 했는데 그분은 5·18 관련된 것은 일체 쳐다도 보지 않는다고 하시더라."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fufus@newsis.com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email protected]

 이명행이 반성한 순간이다. 무대 위에서 고통이든 슬픔이든 격렬하게 표현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푸르른 날에'는 특히 자랑스런 마음이 있는데 "부끄러워지더라"는 것이다.  

 "여전히 지금까지도 상처를 안고 계시는 분이 있다는 걸 다시 안 건다. '푸르른 날에'에서 여산 스님(1980년에서 30년이 지난 오민호의 모습)은 과거(비겁하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와 화해한 뒤 보듬고 사랑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것 자체도 섣부른 화해의 손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르른 날에'를 통해 이처럼 성장한 이명행은 올해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중앙대 불문학과 출신으로 이 대학 연극동아리 영죽무대에 몸담은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밟았다. 2006년 '샤이닝 시티'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늦깎이다. 고선웅 연출의 극공작소 마방진 작품에 주로 출연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칼로막베스' '프라이드' '뜨거운 바다' 등이 대표작이다. "운이 좋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라며 웃었다.  

 하지만 늦은 만큼 "무대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눈을 빛냈다. "배우는 무대 위에 섰을 때 가장 배우답다. 무대 위에서 충전이 된다. 서른에 극단에 들어가고, 대학로에도 늦은 나이에 나온 만큼 시간만 되면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한밤의 세레나데'(5월31일 장소아트원씨어터 2관)로 뮤지컬에 데뷔하기도 했다. "맨 처음에는 음악극이라고 해서 출연했는데 노래가 많더라(웃음). 초반에는 마이크도 낯설고 노래도 낯설고 그랬는데 점점 익숙해진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fufus@newsis.com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연극 '푸르른 날에' 의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 이명행이 21일 오후 서울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초연부터 함께 해왔던 배우 이명행 등 20여 명의 배우들은 올해 5번째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 '푸르른 날에' 곁을 떠난다. 2015.04.25.  [email protected]

 앞으로 "자기 철학이 뚜렷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기 주관과 심지가 있는 그런 배우 말이다."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배우는 무대에서 잘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항상 '어린애로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어른이 돼서 판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눈이 커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에너지를 내뿜는 '푸르른 날에' 오민호의 눈빛이 아닌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고 삶의 희로애락을 아우르게 된 '여산 스님'의 눈빛이 어느덧 보였다. "나중에 '푸르른 날에'에 다시 출연하게 된다면 여산 스님 역을 맡고 싶다"고 웃었다. "초연 배우로 느낀 점이 많다. 1년의 틈을 두고 5년째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경우가 국내에 거의 없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운데 (그만두려니) 아쉽기도 하고.(웃음)" 29일부터 5월31일까지. 3만원. 남산예술센터·신시컴퍼니.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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