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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울시향, 법인 10주년 공연…베토벤교향곡 5번처럼 '고뇌 넘어 환희'

등록 2015.04.29 08:25:52수정 2016.12.28 14: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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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대학생아마추어오케스트라(AOU),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 협연

서울시향·대학생아마추어오케스트라(AOU),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 협연

내홍 딛고 "자랑스러운 오케스트라 될 것"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28일 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을 연주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본래 클래식 공연에서 사진 촬영은 엄격히 제한된다. 하지만 이날 콘서트는 서울시향 재단법인 출범(2005년) 10주년, 서울시향 창단(1945년)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

 서울시향 현재 약 100명의 단원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진영규 제2바이올린 단원(1976년 입사)은 이날 본 공연을 마친 뒤 마이크를 잡고 "앙코르에서는 사진 촬영을 해도 괜찮다"며 웃었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박현정 전 대표이사의 막말·정 예술감독의 처우 문제로 내홍을 앓았다. 재원 부족으로 이달로 예정됐던 미국 투어도 무산됐다.

 이날 공연은 애초 미국 투어를 마친 뒤 보고형식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진영규 단원은 "(미국 투어가) 여건 상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면서 "애석함이 많이 있는 자리"라고 했다.   

 그래서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을 앙코르로 선택한 것이 탁월했다. '운명'이라는 부제가 붙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은 베토벤이 추구한 '고뇌'를 '극복'한 '환희'가 부각된 작품이다. 특히 4악장은 고뇌를 주로 표현한 1·2·3악장을 넘어 환희로 치솟는 부분이다.

 서울시향 단원 95명과 막판에 무대와 객석 통로, 합창석 등에 나눠서 자리한 대학생아마추어오케스트라(AOU) 단원 70명의 합동 연주는 그래서 의미가 더 컸다. 금관이 폭발하는 부분에서 세밀함은 떨어졌지만, 무엇보다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진 단원의 "서울시향의 주인은 여러분"이라는 말에 수긍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서울시향과 관객들의 벽은 터졌다.  

 베토벤 교향곡 5번 4악장을 연주하기 전 상영된 영상에서도 서울시향과 AOU는 함께 했다. 지난 25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함께 벌인 플래시몹이었다. 그때도 이들 주변에는 시민들이 함께 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연주를 시민들이 감상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프로 음악가와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경계를 허무는 연주로 시민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오케스트라로 거듭나고자 이번 연주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5.04.2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연주를 시민들이 감상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프로 음악가와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경계를 허무는 연주로 시민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오케스트라로 거듭나고자 이번 연주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5.04.25.  [email protected]

 서울시향은 세계 유명 단체와 견줄 수 있는 국내에서 드문 오케스트라다. 120년 역사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지난 8월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을 받아 연주해 호평 받았다.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한 음반 '진은숙 3개의 협주곡'으로 최근 '국제클래식음악상'(ICMA)과 'BBC 뮤직 매거진상'을 연이어 거머쥐기도 했다.  

 이런 위상을 반영하듯 축하 영상에는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피터 야블론스키·조성진·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강동석,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바리톤 김주택, 소프라노 캐슬린 김, 첼리스트 양성원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이 메시지를 전했다.

 앙코르까지 마친 뒤 한동안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정 예술감독의 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등이 함께 축하했다. 진영규 단원은 "최근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하는 길목에 서 있다"면서 "사랑으로 동행해달라. 자랑스러운 오케스트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향은 이날 본 공연에서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과 브람스의 교향곡 중 구조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교향곡 4번'을 정 예술감독의 지휘로 들려줬다.

 서울시향의 연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두 곡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은 타악기·관악기·현악기 파트 모든 단원들의 연주력이 집중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곡이었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은 묵직하되 무겁지 않고 웅장하되 과하지 않은, 균형 잡힌 음색이었다.  

 정 예술감독은 축하를 해야 하는 날임에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어느 때보다도 밝게 웃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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