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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잇따르는 한국정부 상대 ISD 소송…피할 길 없나?

등록 2015.05.25 17:40:24수정 2016.12.28 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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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열린 '민변, 론스타 ISD 쟁점 설명회'에서 김종보 국제통상위 위원이 기자회견문을 낭독 하고 있다. 2015.05.14.  yatoya@newsis.com

【세종=뉴시스】안호균 기자 = 최근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잇따르고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정부의 정책 변경이나 행정 처분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별도의 국제 중재기관에 청구하는 소송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항이지만, 한 국가의 조세· 사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양날의 칼' 이다.   

 한국은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나 투자협정(BIT)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ISD 조항을 포함시켰다. 통상 높은 수준의 FTA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관행이지만, 해외로 나가는 우리의 FDI 규모가 국내로 들어오는 FDI의 두배가 넘는 현실도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ISD를 근거로 해외 헤지펀드와 투자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면서 한국의 조세· 사법권, 나아가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각국과 추가 협상을 통해 ISD를 폐기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지만 "지나친 기우"일 뿐이며 "해외에선 오히려 우리 기업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2월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부당한 세금 부과를 문제삼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의해 약 5조1000억원(46억97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ICSID는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한국 정부와 론스타 측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리를 진행했다.

 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자회사인 '하노칼 인터내셔널'과 'IPIC 인터내셔널'은 최근 한국 정부를 상대로 1838억원 규모의 ISD 소송을 제기했다.

 IPIC는 UAE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45)가 소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10년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면서 한국 정부가 징수한 1838억원의 세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와 IPIC는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자 ISD를 활용했다. IPIC는 한국 내 소송에서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역시 한국 대법원의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이 때문에 ISD가 한국의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욱이 중재심판을 맡는 ICSID에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ICSID가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세계은행의 산하 기구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 등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가 한국으로부터 세금을 징수당하자 중재심판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한국 법원에서 패소판결을 받았는데 중재심판을 통해 사법부의 실질과세 원칙을 무너뜨리려 한다"며 "조세주권과 사법주권을 공격하는 ISD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ISD가 해외에 투자한 우리 기업을 위해 더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액수가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액수보다 더 크다"며 "우리 기업이 외국 정부와 다툼이 생겼을 때 중재를 받기 위해서라도 ISD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글로벌 무역과 투자가 일상화한 시대에 분쟁을 늘수 밖에 없어 ISD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ISD 분쟁 사례는 550건에 달한다. 과거엔 해당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문제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 그 중에서도 주로 미국계 기업이 ISD를 근거로 잇속 챙기기에 나서면서 분쟁이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ISD의 양면성을 모두 봐야 한다"며 "우리 기업이 미국 기업처럼 특정국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남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해외에서 다른 나라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피해를 볼 경우에는  ISD를 활용해야 하는 만큼 무턱대고 ISD를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편 론스타와 IPIC의 ISD 소송 관련해 우리 정부가 소송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론스타 ISD 긴급토론회'에서 "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배상금은 고스란히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판국이지만 정부는 소송 진행 과정 일체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ISD에 대해 보고를 하라고 하면 정부는 국익에 위배된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며 "정부가 보호하려는 것이 국익인지 사익인지 국민은 확인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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