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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물위를 걷는 소금쟁이처럼'…서울시 전기차 1박2일 직접 타보니

등록 2015.05.30 13:54:21수정 2016.12.28 15: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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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석가탄신일이 낀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서울시와 함께 전기차 보급에 나서고 있는 에버온 씨티카가 제공한 SM3 Z.E를 시승해봤다.

 기름을 넣고 엔진을 돌리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 충전기를 꽂아 오로지 전기 힘만으로 달린다는 것 외에 내·외관은 기존 모델 SM3와 차이가 없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찾았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일반적인 오디오 볼륨조절기 크기의 버튼을 10초 가량 지긋이 누르자 계기판에 'OK' 표시가 들어왔다. 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시간 동안 차 안팎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운전자만 소릴 내지 않으면 과장을 조금 보태 차안은 마치 무중력 상태인 것 같았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기어를 주행이 가능한 D에 놓고 서서히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자동차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20년이 넘게 기름을 넣고 엔진을 돌리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전해 온 기자에게는 이 고요함이 어색했다.

 엑셀레이터를 지긋이 밟았다. 차가 앞으로 나아갔다. 이 때의 움직임은 뭐랄까. 물 위를 미끄러지듯 걷는 소금쟁이 같았다.

 출발지는 서대문구 홍은동, 도착지는 경기도 양평의 H콘도였다. 네이게이션상 거리는 약 58km.

 24㎾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이 차는 1시간 정도 완전 충전을 했을 경우, 최대 182㎞를 주행할 수 있다고 에버온 씨티카측은 설명한다.

 계기판에 나타난 주행가능 거리는 약 100km. 왕복까지는 아니어도 중간에 한번만 더 완전 충전하면 이틀 정도는 충분히 이곳저곳 누빌 수 있을 것 같았다.

 신호등이 많고 정체가 많은 도심을 지나 내부순환로를 타면서 전기차의 성능을 시험해 봤다.

 엑셀레이터에 힘을 주자 차는 소리 없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10km에서 80km 언저리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초 남짓. 기자의 '애마'인 2002년식 코란도 밴에 비교한다면 스포츠카 수준이었다.

 전기차가 '달리는 맛'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는 속도감이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포물선을 형성하는 내연기관의 엔진 출력 그래프와 달리 전기차는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 놓음과 동시에 최대토크가 일정하게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SM3 Z.E에 장착된 80k구동모터의 최대출력은 70㎾(95마력), 토크는 23㎏.m(226Nm)에 이른다.

 르노삼성은 "SM3 전기차는 0-50㎞/h 가속 시간이 4.1초로 5.9초가 걸리는 1.6ℓ 내연기관 대비 31% 가량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내부순환도로 속도제한이 80km인 까닭에 본격적인 스피드를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에버온 씨티카는 최고시속 135㎞까지 달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속도 뿐만 아니다. 힘도 부족함이 없다. 양평까지 가는 도중에는 경사 20도 이상 가파른 언덕길도 수차례 만났지만 차가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KT 링커스(linkus)가 서울시, 한카와 공동으로 서울 시내 3개 지역의 공중전화부스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완료하고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공중전화부스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된 지역은 영등포구(당산동 현대아파트), 중랑구(면목동 버스차고지), 도봉구(쌍문2동 우체국) 세 곳이다. 3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버스차고지 앞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를 KT 링커스 관계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2015.02.03.  yatoya@newsis.com

 30km 남짓 운행한 뒤 네비게이션으로 전기충전소를 검색했다. 5km 남짓 떨어진 남양주 도농동 대형마트 2층 지하주차장에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충전기 앞에 차를 대고 나자 잠시 머뭇거렸다. 마치 셀프주요소에서 처음 혼자 주유를 할 때처럼 말이다.

 자칫 충전을 잘못해 감전사고라도 나는 것 아닌지 슬며시 걱정도 됐다. 하지만 충전기 안내판을 보자 그런 걱정은 싹 사라졌다.

 충전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충전기 대기화면에서 차종을 선택한 뒤 회원카드로 신분을 확인하고 충전플러그를 충전기에서 빼내 차량에 연결한다. 이어 대기화면의 'Start'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남은 주행거리가 70km 남짓이니 30분 정도는 더 충전을 해야 완전충전이 될 것 같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마트 시식코너를 누빈 뒤 음료를 샀다.

 돌아와 살펴보니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160km. 카드로 결제된 충전비는 담배 한갑 값이 채 되지 않았다. 충전소를 찾고, 충전을 하느라 소요된 1시간이 아깝지 않는 '극강의 경제성'이었다. 

 양평에서 1박을 하며 명소를 구경하고 이튿날 돌아오는 길에 국도 주변의 맛집을 들렀다. 차를 반납했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30km가 남아있었다.

 정숙성과 경제성 등 요모조모 따져보니 전기차 구입에 욕심을 낼만했다.   

 여건도 좋다. 서울시가 대표적인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차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현재 시민을 대상으로 전기차 민간보급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다음달 26일까지 시 홈페이지를 참조해 구입을 희망하는 전기차 제작사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올해 서울시민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25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충전기 설치비 600만원도 추가된다.

 시 보조금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를 동일 모델과 비슷하거나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내달 30일 무작위 공개 추점을 통해 전기승용차 510대, 전기트럭 35대, 이륜차 50cc급 20대 등을 보급한다.

 보조금은 전기승용차 1500~2000만원, 전기트럭 1800만원, 이륜차 50cc급 250만원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인프라 부족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KT와 손잡고 휴대가 간편한 모바일 충전기를 2018년까지 10만개를 목표로 보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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