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당국, 삼성서울병원 감염 외래 환자 보름간 방치…'화(禍) 키웠다'
방역당국이 접촉자 분류를 응급실에만 국한한 탓인데 바이러스를 옮긴 14번 환자의 이동 동선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이다.
당국은 지난 10일부터 실시한 폐렴환자 전수조사를 통해 뒤늦게 이 환자를 파악했다.
1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은 115번째 환자 A(77·여)씨가 전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지금까지 모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사례였다.
병원 측에 따르면 CCTV를 통해 A씨가 엑스레이 검사 후 응급실 구역 앞 화장실을 간 것까지 확인했다. 당국과 병원은 이 때 14번 환자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보건당국은 앞서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800여명을 접촉자로 분류해 자가 격리 조치를 내렸다. 당시 14번 환자가 응급실에서만 머물렀다며 이 공간을 드나들었던 환자와 그의 가족,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A씨처럼 응급실 밖에서 감염된 환자가 발생함으로써 방역체계상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당국은 앞서 1차 유행의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도 전파 범위를 병실로 국한해 화를 키웠다.
이번에도 14번 환자의 동선을 꼼꼼히 파악하지 않은 것인데, 그러는 사이 A씨는 보름여 간 고향으로 내려가 지역 병원 3곳을 드나들며 가족과 의료진, 병원 환자 등 무려 549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만약 삼성서울병원 1층 화장실 근처에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관리 대상은 내원객 전부로 불어날 수 있다. 하루 1만여명이 드나드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을 모두 추적 조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해당 화장실은 구조적으로 응급실 뿐 아니라 모든 영상의학과, 원무과(접수실) 등을 찾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는 곳"이라며 "환자가 화장실에서 노출·감염된 것이라면 외래환자와 1층에 있는 병원 시설을 이용한 모든 환자들이 메르스 감염원에 노출됐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아직까지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광범위한 역학조사와 감염에 노출됐을지 모를 환자들과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에 대한 추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역학조사와 감염에 노출된 모든 삼성서울병원 이용자들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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