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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시스초대석]이재완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 "엔지니어링은 지식형 고부가가치산업"

등록 2015.07.27 06:00:00수정 2016.12.28 15: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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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재완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이 21일 서울 논현동 세광빌딩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7.27.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대담/정문재 산업부 부국장 정리/이승주 기자 = '엔지니어링은 지식형 고부가가치산업입니다. 국내 인프라스트럭처 발주 제도 및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경우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13억 명이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고, 7억2000만 명은 상수도 시설이 없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인트라스트럭처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엔지니어링 산업의 성장성은 매우 높습니다"

 이재완 세광종합기술단 회장 겸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은 엔지니어링산업의 중요성을 이처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오는 9월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으로 취임한다. 그는 2013년 9월 세계 엔지니어링협회(FIDIC) 부회장 겸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은 한국은 물론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세계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이재완 회장을 지난 21일 세광종합기술단에서 만나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 선임 배경, 엔지니어링산업 현황 및 전망, 산업 육성 방안 등을 들었다.  

-세계엔지니어링협회가 출범한 후 103년만에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전세계 150만 명의 엔지니어를 이끄는 자리에 올랐습니다. 선출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운이 좋았습니다. 한국 국력 신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저보다 유수한 엔지니어와 CEO가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어 구사능력까지 갖춘 엔지니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동안 출마를 시도한 한국 엔지니어도 거의 없었습니다. 프랑스 유학을 통해 익힌 외국어 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떨어지면 어때'라는 패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은 엔지니어링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좀 쉽게 엔지니어링의 개념을 설명해주십시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이 만들어진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과학'입니다. 이 물을 배수관에 옮겨 수도꼭지를 설치하고 마실 수 있게 하는 전 과정이 '엔지니어링'입니다. 엔지니어링은 '기획(planning)', 타당성조사, 기본 설계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리를 세우거나 도로를 만드는 것이 '시공'이고, 이를 제외한 모든 과정이 엔지니어링입니다. 과학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로 엔지니어링이다."

-국내에서는 엔지니어링이 그저 건설 분야를 뒷받침하는데 머물고 있습니다. 해외는 어떻습니까?

 " 해외에서는 엔지니어링업체가 건설업체를 주도하지만 우리는 정반대입니다. 건설회사가 엔지니어링회사에 이것 저것을 주문합니다. 인재들도 보수가 좋은 건설쪽에 많이 몰리다보니 엔지니어링 분야 발전이 더딥니다.

 엔지니어링이야말로 선진국형 지식산업입니다. 머리와 펜, 컴퓨터만 있으면 됩니다. 인천대교와 영종도 공항대교 시공을 국내 건설업체가 맡았지만 설계와 디자인 등은 영국 엔지니어링사 에이맥(AMEC)이 맡았습니다. 전체 사업비 2조5000억원 중 시공 분야의 몫은 1조40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국내 건설업체가 원자재를 구매해 직접 다리를 세우는 동안 에이맥(AMEC)은 펜만 갖고도 1조1000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수익성면에서 시공보다 엔지니어링이 훨씬 더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과정에서 알맹이는 해외 엔지니어링업체가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세계엔지니어링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Consulting Engineering·FIDIC)는 민간국제기구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재완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이 21일 서울 논현동 세광빌딩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7.27.  photocdj@newsis.com

 "월드컵 경기를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룰(rule)이 필요합니다. 엔지니어링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마다 상이한 조건을 적용할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통일된 규칙이 필요합니다. FIDIC은 이런 세계적인  룰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건설계약 조건을 담은 레드북, 엔지니어링 계약조건을 담은 화이트북, 설계시공 운영을 담아낸 실버북, 플랜트와 턴키사업의 표준을 담은 옐로북 등을 만듭니다. 이런 표준은 유럽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공적 기관에서 사용합니다."

-국내 규정과 FIDIC의 표준은 일치합니까?

 "엔지니어링 분야가 전세계적으로 개방됐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국제 기준과 다른 기준을 쓰고 있습니다. 월드컵 규칙이 있는데 우리만의 K리그 규칙만 고집하는 셈입니다. 

 엔지니어링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 개선 방안을 건의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는 골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파울이라고 징계하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 개선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표준 이외에 엔지니어링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는 없는지요?

 "발주자, 시공업체, 엔지니어링업체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합니다. 엔지니어링업체는 발주자 및 시공사와 갑을관계입니다. 이런 면에서 라오스만도 못하단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FIDIC의 계약조건은 당사자간의 협력과 균형을 중시합니다. 세계 무대에서는 발주자와 시공사, 엔지니어링사를 서로 상대편을 뜻하는 '카운터파트(counterpart)'라고 부릅니다. 갑을관계가 아닌 서로 상의하고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정부의 규제나 통제가 지나칩니다. 국내에서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려면 아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신고에서부터 등록은 물론 숱한 관리와 제재를 받아야 합니다. 외국에서 공사를 수주했는데 그것을 신고하지 않아도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현장에서 감리를 잘못해 문제가 생기면 해당 엔지니어만 제재하지만 우리는 회사는 물론 사장까지도 제재합니다. 이중, 삼중 규제입니다. 이런 과도한 통제와 규제가 사라져야 국제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이 배출된 만큼 국내 엔지니어링 및 건설업도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제가 FIDIC회장이 됐다고 하루아침에 급성장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술력이나 경험이 누적되어야 비로소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이재완 세계엔지니어링협회장이 21일 서울 논현동 세광빌딩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7.27.  photocdj@newsis.com

 중국의 고속도로 설계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FIDIC 어워드' 수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수상 실적이 곧 중요한 레퍼런스(수주 근거)가 되고 국제무대에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FIDIC 어워드'에 도전한 기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동안 해외 진출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일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저성장 기조에서 해외진출은 필수입니다. 해외시장은 트랙 레코드, 즉 사업 경험을 중시하는데 우리는 아직 충분한 트렉 레코드를 쌓지 못했습니다. 발주처에서 시키는대로 단가 계산하고 설계도서 내는 게 전부입니다. 개념설계와 아이디어 제시,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업계가 대규모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또한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지요.

 "국내에서는 기획과 타당성 검토, 프로젝트 관리 등을 무시합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핀란드의 경우 이런 공사는 10년간 계획한 뒤 5년 동안 시공한다. 4대강은 겨우 4개월 계획하고 5년만에 시공을 밀어붙였습니다.

 기획 및 타당성 조사 등의 과정은 전체 사업 비용 중 10%에 불과하지만, 그 영향은 10배 이상입니다.

-엔지니어링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다각화하는 게 바람직합니까?

 "한국 엔지니어링은 주로 설계와 감리에 치중합니다. 엔지니어링 개념을 넓혀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PMC를 한국토지주택공사나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에서 다 합니다. 민간이 기획할 여지가 없습니다. PMC를 비롯 사업관리와 FEED 등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해외 시장도 무궁무진합니다. 일본 인구 6배가 넘는 인구가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25억여명이 환경처리시설이 없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13억 인구는 전기가 없는 곳에 삽니다. 문명화에 대한 수요는 굉장합니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성장성은 엄청납니다."

 

약력

▲76년 연세대 토목공학과 졸업 ▲프랑스 국립토목대학원 졸업 ▲프랑스 파리1대학 대학원 대학박사(국제교통전공) ▲해양수산부 항만개발과장 ▲한국연안협회 부회장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한국해양기업협회 회장 ▲울산항만공사 항만위원장 ▲UN ESCAP 선임전문관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 부회장 ▲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이사 ▲현 한국엔지니어링 회장 ▲현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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