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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책은행, 부실기업 처리반?…'혈세' 메꾸기 악순환

등록 2015.07.26 10:59:46수정 2016.12.28 15: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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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한국은행이 5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715억1000만달러로 또다시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밝힌 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에서 직원이 달러, 유로화,위안화,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15.06.03. suncho21@newsis.com

국책은행, 고유 은행업무 외 구조조정까지 떠맡아 전문성 결여  대우조선해양 등 잇딴 대규모 기업 부실에 자금 추가 투입 불가피  구조조정업무 손떼거나 배드뱅크에 맡기는 등 역할 재조정 필요  낙하산 인사 아닌 내부 승진을 통해 자율성 책임성 전문성 키워야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국책 은행들이 본연의 임무는 외면한 채 '과외업무'에 매달리면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기업자금조달이나 수출금융지원 등 본업 대신 기업구조조정 등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 손을 대면서 '부실기업 처리반'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금을 지원해온 조선업체들의 부실이 커지면서 대규모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국책은행의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만큼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과 함께 국책은행의 역할 재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2조원대의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관리실패로 적자가 우려되고 있고, 수출입은행도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난항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들은 본연의 임무를 처리하기도 버거운 가운데 기업 재무개선작업 등을 병행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수은행으로 정부가 100%지분을 갖고 있는 산은 1999년 대우사태 발생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안게 됐다. 최근 5년간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산은 출신의 인사를 임명했고, 이사회 안건과 임직원 해외출장까지 체크했다. 하지만 실적악화 징조에도 불구하고 조 단위 규모의 부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말고도 STX의 허위장부를 근거로 9000억원을 지원해 적자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담당자가 징계를 받았다.

 이뿐이 아니다. 선제적 지원을 요청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실패했다. 동부제철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고, 동부건설은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팬택 역시 법원에서 새 주인을 찾아줬다.

 산은 관계자는 "은행 외에는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할 수 있는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들이 모여 회의를 해야하는데 한 자리에 모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 모두 이해관계가 달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부실자료를 토대로 제공한 여신에 대해서는 "여신 규모의 기준은 회계법인 등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결정한다"며 "기업이 마음을 먹고 속이면 당할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1년 이후 수은이 유동성을 지원한 기업 중 법정관리에 돌입한 회사는 102곳이며 이들에 대한 여신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수은이 맡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SPP조선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수은도 정부가 70.08%(한국은행 15.04%·산은 14.88%)로 최대주주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검찰이 3일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지분 고가 매수 의혹과 관련해 산업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2015.06.03.  photocdj@newsis.com

 이들은 정부의 은행이다 보니 여신공급이나 구조조정에 있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위기의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모든 상황에서 윗선의 개입과 압력이 있을 수 있다.

 수은은 성동조선해양의 경우에도 채권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3000억원을 단독으로 지원했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산은은 포스코가 성진지오텍 인수할 때 특혜를 준 혐의를 받아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산은의 경우 2011년 기업대출 연체율이 0.93%에 불과했지만 2012년 0.93%, 2013년 1.24%. 2014년 1.27%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는 1.29%를 기록했다.

 여기에 위기의 기업은 퇴직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은의 경우 퇴직자 9명이 지원을 추진한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 SPP조선 등에 재취업했으며 이들의 수은 여신은 퇴직자가 입사한 뒤 급격히 늘었다.

이렇다보니 시중은행과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BIS비율이 15.09%였지만 특수은행은 12.63%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12%의 BIS비율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시중은행 평균 BIS비율은 ▲2011년 14.27% ▲2012년 14.81% ▲2013년 15.24%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반면 국책은행의 경우 ▲2011년 12.52% ▲2012년 12.99% ▲2013년 12.85%를 기록 중이다. 둘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역할 외에 기업평가 및 관리, 구조조정 등 국책은행에 주어진 업무가 많아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대주주 역시 정부기 때문에 정치권의 눈치도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배드뱅크 등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내부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국책은행을 이끌어 조직의 자율성 책임성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 부실이 생기면 이는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산은의 5조원 적자를 국민들이 막아주는 등 모두 87조원의 공적자금이 은행에 투입된 바 있다.

 한 금융전문가는  “국책은행의 관리 소홀로 결국 부실기업의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을 관리하고 구조조정을 이뤄낼만한 역량이 없다면 아예 기업구조정 업부에서 손을 떼든지, 역할 재조정 내지는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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