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제

대한민국 1호 재정착 '미얀마 난민' 22명…"한국에 오게 돼 고맙습니다"

등록 2015.12.23 14:21:12수정 2016.12.28 16:06: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인천공항=뉴시스】고승민 기자 = 법무부 관계자가 2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얀마 난민들에게 대한민국 여행증명서를 나눠주고 있다.  이들은 입국 후 난민인정자 지위를 부여받고 국내에서 거주자격(F-2) 비자로 체류한다. 초기 6∼12개월간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머물며 한국어, 기초 법질서 교육 등을 받는다. 2015.12.23.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고승민 기자 = 법무부 관계자가 2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미얀마 난민들에게 대한민국 여행증명서를 나눠주고 있다.  이들은 입국 후 난민인정자 지위를 부여받고 국내에서 거주자격(F-2) 비자로 체류한다. 초기 6∼12개월간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머물며 한국어, 기초 법질서 교육 등을 받는다. 2015.12.23.  [email protected]

【인천공항=뉴시스】김예지 기자 = "한국에 오게 돼 고맙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왔습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3일 오전 7시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민국 1호 재정착 난민 쿠뚜(44)씨는 두 손을 모은 뒤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수줍게 인사했다. 쿠뚜씨는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미얀마 라카인주 출신인 그는 지난 1993년 고국을 탈출했다.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의 계속되는 전쟁 속에 친구들과 지인들이 강제징용을 가는 모습을 보고서다.

 그는 부인, 큰딸과 함께 국경을 넘어 태국 메라 난민 캠프장에 자리 잡았다. 이후 그곳에서 4명의 아이를 더 낳았고 20년 넘게 살았다.  

 난민 캠프장은 산 밑의 움막촌이었다. 나뭇잎을 엮어 지붕을 만든 집에서 지냈다. 도로는 대나무 위에 흙을 덮어 만들어졌다. 난민들은 캠프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됐다. 캠프장 출입구마다 태국 정부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열악한 난민촌에도 한류가 스며들었다. 작은 상점 한쪽은 한국 드라마 DVD로 채워졌다. 특히 '대장금' 드라마가 인기였다.

 다섯 아이의 가장 쿠뚜씨는 2006년 벌목회사에서 불법적으로 일하다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이 절단됐다. 이후 의족에 의지하고 있다.

 쿠뚜씨 가족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현지에서 한국 재정착을 위한 면접을 봤다. 미얀마에서의 출생부터 태국으로 가게된 과정, 태국 난민캠프에서의 생활, 재정착에 대한 의지 등을 질문 받았다.

 3~4시간 이어지는 면접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법무부 직원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를 틀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말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쿠뚜씨 가족처럼 면접과 심사 과정을 거쳐 11월 한국 재정착 난민으로 네 가족 22명이 선정됐다. 지난 4월에 태어난 아기를 포함해 미성년자가 11명이다. 

 애초 총 일곱 가족 38명이 면접 대상에 올랐지만 일을 하러 가 오지 면접에 못한 사람, 한국에서의 재정착 의지가 부족한 사람 등을 제외하고 면접에 응한 이들 모두 한국에 오게 됐다.

 이들은 지난 18일 태국 메솟에 있는 국제이주기구(IOM) 센터에서 재정착을 위한 건강검진과 사전 교육을 받았다. 태극기 그리기부터 기본적인 한국 인사말 등을 배웠다.

 22일 오전 9시30분 4번째 마지막 건강검진을 마친 이들은 방콕 수완나폼 공항까지 9시간을 2층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 뒤 공항에서 5시간에 거친 출국허가 절차를 마치고서야 이튿날 오전 1시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캠프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모든 게 신기하고 어색했다. 방콕 공항에서는 큰 건물에 놀라 창문에 한동안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캠프 내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슬리퍼를 신겨 놓아도 자꾸 벗어버렸다.  

 아이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연습한 "안녕하세요"를 말하며 승무원들에게 배꼽인사도 했다. 여름 옷차림의 난민 22명은 서로 손을 맞잡고 출입국심사대 앞으로 오면서 취재진과 법무부 관계자 등에게 연신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법무부는 출입국심사대 앞에서 입국 환영식을 준비했다. 환영식에서 아이들은 취재진이 신기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쑥스러운 듯 엄마 아빠 품에 안겼다.

 이들은 꽃다발과 함께 적십자사에서 준비한 남색 패딩을 선물로 받았다. 면접 당시부터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함께했던 법무부 직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직원 명찰 뒷면에는 난민들 이름이 '파이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적혀 있었다.

 환영식에서 쿠뚜씨는 "한국 문화가 버마 문화와 비슷하니까 너무 재미있다"며 "한국 사람이랑 피부색과 음식도 거의 비슷해 한국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 아직까지 계획은 없지만 한국 문화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뭘 하고 싶은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태국에서 여기 올 때 법무부 직원들이 맞아주고 환영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여행 증명서'를 발급 받고 입국한 이들은 인천 중구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6~12개월 간 생활하게 된다. 아이들은 오는 3월부터 대안학교인 한누리학교를 다니게 예정이다. 그 전까지 경인교대 등의 지원을 받아 한국어 교육과 한국 사회 적응 교육 등 각종 특강과 체험학습을 받는다.

 센터를 나온 이후에는 카렌족 커뮤니티가 있는 경기 포천과 부평 등지에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난민과 정금심 계장은 "오랜 시간 살아온 캠프를 떠나는 것이 이들에게 너무 힘든 결정이라고 하더라.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며 "언어도 모르고 불안감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좋은 곳에서 키우려는 부모의 마음으로 힘든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들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매년 30명 이내의 미얀마 난민을 재정착 난민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