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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아픔은 나의 힘' 사연 없는 레스터 전사 없었다

등록 2016.05.03 08:52:31수정 2016.12.28 17: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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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 This is a Saturday, Nov. 21, 2015 file photo of Leicester City's Jamie Vardy as he celebrates his goal during the English Premier League soccer match between Newcastle United and Leicester City at St James' Park, Newcastle, England. Jamie Vardy?s unconventional route to the English Premier League?s record book began with heartbreaking rejection at 16 and back-breaking work in a carbon-fiber factory. (AP Photo/Scott Heppell) UNITED KINGDOM OUT NO SALES NO ARCHIVE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설마 설마 했던 기적이 일어났다. '미생'들의 팀 레스터 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레스터 시티를 바짝 추격하던 토트넘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첼시와 2-2로 비겼다.

 토트넘이 승점 70(19승13무4패)에 그치면서 승점 77점(22승11무3패)의 레스터 시티는 잔여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884년 팀 창단후 한 세기가 넘도록 요원했던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전까지 레스터 시티의 가장 빛나는 성적은 1928~1929시즌 거둔 리그 준우승이었다.

 올 시즌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전무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2003~2004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된 레스터 시티는 챔피언십(2부 리그)과 리그 원(3부 리그)를 전전하다 2014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시즌 중반까지 최하위(20위)에 머물던 레스터 시티는 시즌 막판 반등,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마법이 펼쳐졌다.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지난해 12월에는 정규리그 선두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시즌 36경기 만에 우승 결정,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했다.

 성공 신화를 쓴 것은 팀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제이미 바디(29)다. 무서운 공격력으로 레스터 시티의 정상 등극을 이끈 그는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로도 유명하다.

 바디는 셰필드 윈즈데이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16살의 나이에 팀에서 방출됐다. 그를 받아준 곳은 8부 리그 소속인 스톡스브릿지 파크 스틸스였다.

 에런 레넌, 조 하트,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동년배 선수들이 일찌감치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름을 날리던 시기, 바디는 8부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축구팀에서 활약, 주급 30 파운드(약 5만원)를 받던 생계형 축구선수였다.

 그러나 송곳은 주머니에 넣어둬도 뽀족함을 숨길 수 없다. 하위 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던 바디는 2012년 레스터 시티의 부름을 받아 챔피언십(2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직전에 뛰던 팀이 5부리그에 속한 플리트우드 타운이란 점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이적이었다.

 첫 시즌 4골에 그쳤으나 2013~2014시즌 16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격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첫 시즌에는 5골로 주춤했지만, 적응을 마치니 날개를 활짝폈다. 올 시즌 바디는 11경기 연속골을 기록, 리그 신기록을 새로 썼고 현재까지 22골로 득점 3위에 올라있다.

 리야드 마레즈(25)는 축구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축구를 시작했지만 성공가도를 타지는 못했다. 프랑스 5부리그에서 뛰다 2012년 2부리그의 르 아브르로 이적했지만 세 시즌 동안 6골을 넣는데 그쳤다.

 무명에 가깝던 알제리인은 2014년 1월 레스터 시티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적료는 75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레즈와 레스터 시티는 완벽한 궁합을 선보였다. 특히 올 시즌 마레즈는 기량을 만개, 현재까지 17골11도움을 기록했다. 우승컵 뿐아니라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뽑는 올해의 선수상까지 차지해 유럽 무대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하나가 됐다.

FILE - In this Sunday, April 17, 2016 file photo Leicester City's Leonardo Ulloa celebrates with teammates Leicester City's Danny Drinkwater after scoring a last minute penalty during the English Premier League soccer match between Leicester City and West Ham United at the King Power Stadium in Leicester, England. Bought from second-division team Brighton in 2014, Ulloa goal tally of 13 helped Leicester retain its Premier League status last season. His role has been reduced with the arrival of Okazaki this time around, but his decisive strike in the 1-0 win against Norwich in February could prove crucial to securing the title. (AP Photo/Rui Vieira, File)

 레스터 시티의 수문장 카스퍼 슈마이켈(30)은 어려서부터 큰 기대를 모으던 선수다. 꼭 실력 덕분은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피터 슈마이켈의 아들인 그는 16살의 나이에 맨체스터 시티에 입단했다.

 그러나 주전자리를 아버지의 후광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소속은 맨시티였으나 대부분 하위 리그 팀에서 임대 생활을 했고 2009년 팀을 떠났다. 노츠 카운티와 리즈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1년 챔피언십(2부 리그) 소속인 레스터 시티에 자리잡았다.  

 레스터 시티에서는 첫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다섯 시즌째 레스터의 후방을 지키고 있는 그는 올 시즌 15차례의 무실점 경기를 기록하며 단단함을 자랑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벗어던지고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의 수문장이 됐다.

 주장을 맡고 있는 웨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웨스 모건(32)은 2002년 프로무대에 데뷔했으나 선수 경력의 데부분을 챔피언십과 리그 원(3부 리그)에서 보냈다. 10시즌간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헌신하다 2011~2012시즌 지역 라이벌 팀인 레스터 시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당시 추정 이적료는 100만 파운드(약 16억원)였다.

 레스터 수비진의 핵심이 된 그는 2014년 선수 생활에서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를 밟는다. 그의 나이 서른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었지만 그가 가진 리더십과 경험이 레스터 시티를 뒤에서 받쳤다. 지난 시즌 37경기를 치른데 이어 올 시즌 전경기에 나섰다. 프리미어리그 입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로베르트 후트(32), 크리스티안 푸흐스(30), 마크 알브라이튼(27) 등은 한때 성공가도를 달리다 아픔을 맛본 이들이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력까지 지닌 후트는 스토크 시티 소속으로 활약하다 2013~2014시즌부터 출전 기회가 급격히 줄었다. 푸흐스는 샬케04에서 네 시즌간 활약했지만 재계약을 맺지 못해 소속팀을 잃었고, 촉망받던 유망주 알브라이튼은 2012년 부상 이후 고생하다 2014년 방출됐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와 손잡고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명예회복을 이상의 일을 해낸 셈이다.

 이 밖에도 대니 심슨(29)과 대니 드링크워터(26)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팀에 몸담았으나 1군 데뷔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이다.

 그저그런 선수로 비춰지던 이들이 아픔을 딛고, 스스로를 빛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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