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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 쟁쟁한 네명의 여배우 우정 뜨거워…뮤지컬 위키드

등록 2016.05.22 12:00:00수정 2016.12.28 17: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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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차지연·정선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서울=뉴시스】차지연·정선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대구=뉴시스】이재훈 기자 =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2012년 국내에 내한공연했다. 2013~2014년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 뮤지컬시장 선두에 섰다. 3년 간 2번의 공연으로 50만명을 끌어모으며 대중성을 확보했다.

  뮤지컬 '위키드'가 다시왔다.  지난 18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위키드는 라이선스 두번재 무대다.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열연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엘파바 역의 차지연(34)·박혜나(34), 글린다 역의 정선아(32)·아이비(34). 개성강하고 한국 뮤지컬 신을 대표하는 여성 배우들인만큼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뮤지컬 '위키드'는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에서 대중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오리지널 작품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인 '프리퀄'이 아니다. 원작과 평행하는 같은 선상의 이야기다. '오즈의 마법사'를 읽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알면 더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소수와 이방인에 대한 배척, 언론 통제, 정치의 민낯 등 우리시대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들어있다.

  20일 오후 7시30분 차지연·정선아 페어, 21일 오후 2시 박혜나·아이비 페어를 중심으로 특징을 정리했다. 여자들의 우정이 중심 축을 이루는 만큼 배우들 역시 실제로도 서로를 아끼는 우애가 대단하다.  

 ◇차지연, 카리스마가 깃든 엘파바

 영락 없는 엘파바다. 172㎝ 키에 긴 팔과 큰 손, 탄탄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거친 모습은 초록 마녀 엘파바의 현현 같다.

【서울=뉴시스】박혜나·아이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서울=뉴시스】박혜나·아이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명성황후, '드림걸즈'의 에피,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그리드, '서편제'의 송화, '카르멘'의 '카르멘', '레베카'의 '댄서스 부인' 등 적극적인 여성상을 연기해오며 카리스마를 뽐낸 차지연의 평소 모습과도 겹쳐진다.  

 그런데 차지연이 초록 분장을 하고, 안경을 낀 채 골무 모자를 쓴 모습은 관객들에게 생경할 수 있다. 하지만 차지연은 차지연이다. 엘파바가 글린다와 우정을 키워가고, 동시에 세상에 대한 진실에 눈을 떠가는 1막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친 뒤 2막에 폭발시키는 한은 차지연의 캐릭터 체화 능력을 보여준다.

 '위키드'의 대표넘버인 '디파잉 그래비티'에서 확인되는 그녀의 인장인 폭발적인 가창력은 막판 글린다와의 듀엣 '포 굿'에서는 섬세함도 보여준다. 차지연은 20일 자신의 첫 엘파바 무대를 성료한 뒤 글린다 역의 정선아의 품에 잠시 안긴 뒤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박혜나, 여전히 학구적이면서도 노련한

 엘파바는 박혜나에게 제2의 뮤지컬 인생을 열어준 작품이다. 2013년 라이선스 초연 당시 옥주현과 함께 그녀가 엘파바 역에 캐스팅됐을 때 뮤지컬계는 깜짝 놀랐다. 창작 뮤지컬 위주로 출연한 그녀는 대중은 물론 업계에서도 인지도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안정된 연기력과 탄탄한 가창력은 그녀가 숨은 진주였음을 증명했다. 동시에 2014년 초 국내 개봉한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한국어판에서 '렛잇고'의 주인공 엘사의 목소리를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위키드' 150회 출연을 앞두고 있는 박혜나는 여전히 겸손하고 학구적이다. 1막에서 엘파바는 끊임없이 책을 보고 있는데 박혜나의 노력하는 모습과도 겹쳐진다. 이번 박혜나의 엘파바는 그래서 한층 노련하다. 힘과 가창력을 남용하지 않으면서도 엘파바의 진심을 전하는 담백함을 선사한다.   

【서울=뉴시스】차지연·정선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서울=뉴시스】차지연·정선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정선아, 인생의 캐릭터  

 '위키드'의 글린다 이전까지 정선아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였다. 화려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암네리스는 평소 당차고 발랄한 정선아의 모습 그대로였다.

 '위키드' 한국어 초연에서 글린다를 연기한 뒤 이 캐릭터는 정선아의 것이 돼 버렸다. 1막의 말괄량이에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글린다를 한치의 과장된 느낌 없이 제 옷처럼 소화해버린다.  

 이번 재공연에서 정선아의 글린다는 한층 성장했다. 2막 첫 신인 '생크 굿니스(Thank Goodness)'가 대표적이다. 글린다가 오즈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 전해주는 부분이다. 정선아가 타이틀롤을 맡은 뮤지컬 '에비타'와도 겹쳐지는 장면이다.

 절친한 친구인 엘파바는 빗자루를 타고 날라갔고, 사랑하는 약혼자인 '삐에로'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배우의 얼굴이다.

 여느 누구에게도 뒤치지 않은 가창력은 여전하고 쟁쟁한 언니들 틈에서도 위축되지 않은 에너지 역시 발군이다.  

 ◇아이비, 바비인형 같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서울=뉴시스】박혜나·아이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서울=뉴시스】박혜나·아이비, 뮤지컬 위키드(사진=클립서비스)

 아이비는 '유혹의 소나타',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등을 통해 섹시 아이콘을 대변해왔다. 하지만 실제 털털하고 소녀 같이 살가운 구석이 많다. 귀엽고 발랄한 글린다 역이 안성맞춤인 이유다.  

 글린다 역이 꿈이었던 아이비에게 위키드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키스 미 케이트'를 시작으로 '시카고' 고스트' '유린타운' 등 그녀는 그간 신시컴퍼니 작품에만 출연해왔다. 설앤컴퍼니의 '위키드'로 다른 컴퍼니 작품에 첫 출연했다. 다소 낯선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글린다는 이미 정선아가 자신의 캐릭터로 구축한 인물이다. 후발 주자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화려한 외모의 아이비는 하지만 바비인형 같은 모습으로 다른 차원의 글린다를 만들어냈다. 연약하고 순수해보이지만, 친구 연인 또는 대중에게 필요한 인물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그렁그렁 드러낸다. 감싸줄 수밖에 없는 글린다의 탄생이다.  

 글린다는 또 성악 발성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넘버들이 어렵기로 소문났다. 아이비는 섹시한 댄스가수로 잘 알려졌지만 '이럴 거면' 등 발라드로 가창력을 이미 인정 받은 가수였다. '유린타운' 등을 거치며 다듬은 성악 발성을 이번에 제대로 보여준다.  

 6월19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 러닝타임 2시간50분(인터미션 20분). 6~14만원. 클립서비스. 1577-336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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