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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브렉시트 투표 D-한달]<인터뷰> "브렉시트 돼도 EU 붕괴 없다"

등록 2016.05.23 06:00:00수정 2016.12.28 17: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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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벨기에 싱크탱크 유럽정책연구소의 유럽정책 담당 스티븐 블락먼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를 묻는 국민투표를 한달 앞둔 23일 블락먼스는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만약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게 돼도 다른 EU국가들이 뒤이어 탈퇴하거나 EU가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6.05.23

【서울=뉴시스】벨기에 싱크탱크 유럽정책연구소의 유럽정책 담당 스티븐 블락먼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를 묻는 국민투표를 한달 앞둔 23일 블락먼스는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만약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게 돼도 다른 EU국가들이 뒤이어 탈퇴하거나 EU가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6.05.23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날지 남을지를 정하는 운명의 날인 국민투표일이 23일로 꼭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영국의 EU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T)는 영국 뿐 아니라 통합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EU의 운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자국의 경제, 이민, 안보, 주권 등 다양한 문제들을 놓고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EU 회원국들 역시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벨기에 싱크탱크 유럽정책연구소의 유럽정책 담당인 스티븐 블락먼스 암스테르담대학 EU 국제관계법 및 정치학 교수는 23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EU에게 나쁜 일이 되겠지만, 만약 반대상황이 된다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지키는 '강력한 기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이번 영국 국민투표는 EU에 어떤 의미인가.그리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브렉시트는 대체로 유럽연합(EU)에 나쁜 의미이다. EU와 영국 모두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협상에 몇 년을 허비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질서는 무너지고 시장경제가 점점 보호주의에 위협받는 이때,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EU는 더욱 엄청난 세계적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고 더 단호히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는 6월 23일 치르는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잔류 진영이 승리하면 EU는 내부적으로는 더 자유화를 추진해 단일시장으로써 영향력을 강화하게 된다. 또 외부적으로는 더 위험해지고 혼란스러워지는 세계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지키는 강력한 기둥이 될 수 있다. 

 투표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느냐고? 여론조사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그 것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EU잔류 진영이 승리할 확률이 약 55%이지만, 이 수치는 오차 범위 내 있다.

 -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영국과 EU와의 탈퇴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나. 협상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EU조약은 28개회원국 간 법적명령이다. 이는 골프클럽 회원가입이 아닌, 다양한 조건들이 결합한 결혼서약이다. EU회원국은 자국의 헌법 조항에 따라 EU 탈퇴를 정할 수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단지 탈퇴에 대한 결정일 뿐이다. 탈퇴를 진행하려면 이혼조건들처럼 세부사항과 이행조치의 타당한 기간을 정한 제대로 된 협정 틀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탈퇴절차의 법적근거는 EU조약 제50조이다. 이 조항은 EU조약의 효력은 탈퇴하는 국가와의 탈퇴 협정이 발효되는 날부터 중단되거나 구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탈퇴 의사에 대한 통지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EU 회원국 자격이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론상으론 배우자가 상대배우자에게 ‘여보 나 이혼하고 싶다’고 말하고 나서 2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탈퇴가 이뤄지면 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EU와 기본적인 무역협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EU는 EU 외 지역의 제품에 적용하는 관세를 영국산 제품에 적용하고 영국산 제품에는 기술표준 같은 장애물, 영국의 서비스에는 면허와 같은 장애물 등 비관세적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 EU는 또한 영국 수도 런던의 유로 거래와 유로 파생상품 거래에 물리적 제재를 가해 런던의 금융 중심 도시라는 입지를 훼손할 수도 있다. 영국인은 EU에서 일할 권리를 잃을 수도 있다.  

 EU의 경계가 영국을 빼고 다시 정해지면 또한 북아일랜드는 영국에서 분리해 독립하려고 시도할 것이고  깨지기 쉬운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평화협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요컨대, 이 상황은 EU보다 오히려 영국이 피하길 바라는 상황일 것이다.  

 2년의 기간은 탈퇴 협정 협상을 완료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일 수 있다. 기한이 연장될 수 있지만, 탈퇴 협정 협상 중 양측은 기한을 지키려 할 것이다.

 - EU 탈퇴가 결정되면 유럽의 난민, 테러,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유로체제, 이민 및 국경 통제 통합, 외교안보 3가지 분야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영국의 EU 탈퇴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국가들은 비유로존 국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을 추진하는 힘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모두 국가 재정측면에서 유로체계가 더 강력해지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유로채권, 독일은 일명 ‘송금연합’(Transfer Union. EU가 과도한 채무를 진 국가에 돈을 대주는 방식) 봉쇄, 프랑스는 EU 재무장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각 국가 간에 서로 다른 입장과 주장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후 EU가 더 보호주의적이 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EU 전체적으로 상품 시장, 서비스 시장, 노동 시장 등의 자유화를 지지하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단일자본시장 구축을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동맹(CMU: Capital Markets Union)의 추진도 느리기는 해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일부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이미 유럽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선언한 바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이민 문제에 있어 EU가 할 일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테러와 관련해서는,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U 27개국의 조직범죄와 세계적 테러문제 해결 능력이 약화될 수있다. 브렉시트가 EU의 세계적 입지와 소프트파워, 세계적 안보에서의 역할 그리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마무리하려는 미국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있다. 만약 제멋대로 구는 영국이 빠져나가게 되면, EU의 의사결정은 더 간단해지고, 더 나은 공동외교안보정책(CFSP)을 세우기도 쉬워질 것이다. 영국이 탈퇴하면 EU가 회원국들의 기능을 통합하고 공유해서 안보 계획을 세우고 벨기에에 군 본부를 설립하는 것이 더 용이해져 안보 부문에서의 영구적이고 조직적인 협력을 구축하는데 대한 반발이 줄어들 수 있다.    

 - 영국의 뒤를 이어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EU 회원국 자격을 놓고 국민투표를 치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

 브렉시트가 EU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영국과 다른 회원국 간의 사회 경제적 관계망은 브렉시트가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후 기본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지난 60년 동안 복잡하고 잘 짜여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브렉시트는 유럽에서 반 EU 정서의 불길에 부채질하고, 국수주의와 EU 회의주의 움직임을 확대시켜 유럽 전역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EU 차원의 해결책 모색 노력을 후퇴시킬 수있다.

 일부 EU 회원국들에서는 신세대 국수주의 지도자들이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가 EU와의 협상과정에서 사용했던 '협박 전술'을 모방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선례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다른 EU 회원국들, 예를 들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룩셈부르크는 영국과의 탈퇴 협상과정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강요할 것이다.

 브렉시트는 EU 내 독일의 지배적 영향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 펜 대표가 대통령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프랑스를 포함해 독일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EU 회원국들과 독일 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그래도 독일과 그 협력국가들은 브렉시트로 실추되는 EU의 평판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통합이니셔티브를 제시해 상황을 정리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브렉시트는 EU와 영국 모두에 심각한 경제적,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브렉시크의 영향이 확실히 부정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브렉시트 후 긴 영국에선 정치적으로 긴 정정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 정치 지도부는 흔들릴 것이고, 보수당의 분열은 심화할 것이며, 조기 총선이 요구가 있을 수 있다. 브렉시트로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또다시 치를 수 있고, 웨일스에서는 민족주의가 다시 득세할 것이며, 잉글랜드 내에서도 친 EU 성향 지역과 EU 회의지역 간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

 브렉시트가 된 상황에서 벌어질 일들은 영국이 유연하고 질서 있게 탈퇴 과도기를 거쳐 협동심을 유지하느냐, 또는 모든 법적 부분을 잘 처리하지 못해 폭언이 오가고 탈퇴가 엉망으로 진행되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실용주의 정신이 고통과 분노를 압도한다면, 질서 있는 탈퇴를 예상할 수는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영국과 EU가 우호적으로 탈퇴 협정을 체결하려면 노력한다면 경제 및 금융 긴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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